대법원 전합 “이사회 결의 없는 거래 상대방, 중과실 없다면 보호”
상태바
대법원 전합 “이사회 결의 없는 거래 상대방, 중과실 없다면 보호”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1.02.24 17: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의·무과실’ 상대방만 보호하던 기존 판례 변경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회사 정관 등 내부 규정은 물론 상법 제393조 제1항을 위반해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거래에 대해서도 상대방이 중과실이 없다면 보호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내려졌다.

원고 A는 B에게 30억 원을 대여하면서 피고 甲 회사의 대표이사로부터 B가 이를 변제하지 못하면 甲 회사가 이를 대위변제하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았다.

甲 회사의 이사회 규정에 의하면 보증 행위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위 확인서 작성 당시 甲 회사의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

이후 A가 甲 회사에 대해 위 확인서에 기한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자 甲 회사는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한 행위로서 상대방인 A가 이사회의 결의가 없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확인서는 무효라고 다퉜다.

1심은 甲 회사의 대표이사가 확인서를 작성하면서 甲 회사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상대방인 A가 이사회의 결의가 흠결됐음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고 이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 A의 청구를 인용했고 원심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고 행위한 경우 거래 상대방인 제3자의 보호 범위로 상법은 합명회사의 대표사원의 권한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제209조 제2항에서 동조 제1항의 대표사원의 권한에 대한 제한으로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제389조를 통해 이를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에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 동법 제393조 제1항은 중요한 자신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 또는 해임과 지점의 설치·이전 또는 폐지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 대법원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를 거치지 않은 행위에 대해 거래 상대방이 이사회 결의가 없었음을 몰랐고(선의), 이에 과실이 없는 경우만을 보호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으나 지난 18일 기존 견해를 뒤집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 정관 등 내부 규정에 위반해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는 물론이고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라 요구되는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도 그 거래 상대방은 상법 제209조 제2항에 따라 보호되고 다만 거래 상대방에게 중과실이 있다면 그 신뢰를 보호할 가치가 없으므로 거래행위가 무효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결(2021. 2. 18. 선고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했다.

대법원은 “상법은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에 대해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하고 있고 대표권의 제판을 알지 못하는 제3자는 대표이사의 행위를 회사의 대표행위라고 믿는 것이 당연하며 이러한 신뢰는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회 결의는 회사의 내부적 의사결정절차에 불과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래 상대방으로서는 회사 대표자가 거래에 필요한 회사의 내부절차는 거쳤을 것으로 신뢰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의 대표권이 법률 규정에 따라 제한되는 대표적인 경우는 상법 제393조 제1항으로 법률의 부지나 법적 평가에 관한 착오를 이유로 법률의 적용을 피할 수는 없으므로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른 제한은 내부적 제한과 달리 볼 수도 있지만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상법 제393조 제1항에 정한 행위에 관해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도 그 거래행위에 관해서는 내부적 제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떤 거래행위가 상법 제393조 제1항에서 정한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명백한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의 결의를 요구하는 근거가 상법 제393조 제1항인지, 정관 등 내부 규정인지에 따라 상대방을 보호하는 기준을 달리한다면 법률관계가 불분명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지배인이나 표현대표이사와 거래한 상대방은 과실이 있더라도 중과실이 아닌 한 보호받는다는 판례와 대표이사가 필요한 내부절차를 밟았을 것이라는 제3자의 신뢰는 이사회의 결의를 필요로 하는 근거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 등도 고려됐다.

이에 대법원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할 대외적 거래행위에 관해 이를 거치지 않은 경우 거래 상대방인 제3자가 보호받기 위해 선의 외에 무과실이 필요하다고 본 대법원 78다389 판결 및 이와 같은 취지의 판결을 모두 변경한다”며 이 사건에 대해서도 A의 중과실을 부정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이와 달리 박상옥, 민유숙, 김상환, 노태악 대법관은 선의, 무과실을 요구하는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또 이 사건에서 A의 악의나 과실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많아 더 심리하도록 파기환송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했다.

반대의견을 제시한 대법관들은 “다수의견이 전제로 하고 있는 상법 제209조 제2항은 합명회사의 대표사원에 관한 규정으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에 준용되는 경우에 그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고 특히 합명회사에 존재하지 않는 대표이사의 대표권에 대한 법률상 제한에 대해서는 그대로 준용될 수 없으므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모두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에 해당한다는 전제 하에 상법 제209조 제2항이 전면적으로 적용된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수의견과 같이 거래 상대방을 보호하는 기준을 ‘선의, 무과실’에서 ‘선의, 무중과실’로 변경하는 것은 거래안전 보호만을 중시해 회사법의 다른 보호가치를 도외시하는 것일 뿐더러 ‘전부 아니면 전무’의 결과가 되어 개별 사건을 해결할 때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타당성을 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구체적 타당성과 쌍방의 이해관계 조정에 있어서 기존 판례가 다수의견보다 더 우월하기 때문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게 반대의견을 판단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대표이사의 대표권이 제한된 경우 거래 상대방이 보호되는 근거로서 상법 제209조 제2항이 의미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른 법률상 제한과 내부적 제한이 구별될 수 있음에도 양자를 구별하지 않았던 기존 판례의 태도를 합리적으로 이해해 향후에도 양자를 동일하게 취급하도록 함으로써 상법 제393조 제1항의 해석론에서 빚어지는 거래관계의 불명확성을 해소하고 거래안전을 도모하는 한편 회사법 영역에서 표현대표이사 등 과실이 있어도 거래 상대방이 보호되는 다른 법리와의 균형을 꾀하고자 했다”고 의의를 전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