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걸 수행으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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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 걸 수행으로 받아들인다"
  • 이상연
  • 승인 2006.08.25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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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교 급식 대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후 많은 사람들이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수만명이 상주하는 고시촌의 고시생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고시식당의 위생 문제가 한 방송국에 보도돼 '수험생들의 밥상'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날 방송은 뚜껑도 없이 냉장고와 주방 곳곳에 방치돼 있는 음식물과 식재료 창고에는 곰팡이로 얼룩진 바닥에 유통기한이 한달이나 지난 식재료, 온갖 잡동사니와 식품이 한 대 섞여 있는 등 고시식당의 비위생적인 장면들이 그대로 방영되었다. 여기에다 다량의 화학조미료, 계란을 비닐봉지에 담아 삶아 조리하는 장면, 샐러드를 만들기 위해 썩은 사과를 썰어 놓은 모습, 먹는 음식에 손 떼가 묻은 쟁반이 담겨져 있고, 주방 옆에 하수도, 곰팡이 핀 양념통, 간장통에 기름 넣는 도구까지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자 시청한 수험생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아연실색 했다.


방송된 고시식당 뿐만 아니라 대부분 고시식당들의 주방시설이나 식재료 적치 장소 등이 열악한 실정이기 때문에 많은 물량을 동시에 처리하다 보니 위생 점검에도 어느정도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월식 14-15만 원선, 한 끼 2300원 안팍의 음식값으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질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측면도 있다. 특히 하절기에는 냉장·냉동 상품의 적정 온도 관리를 비롯해, 조리도구에 대한 위생관리, 원부재료에 대한 신선도 점검, 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식재료가 빨리 상할 수 있어 오전·오후 식사 시간전 식자재 검식, 식기류 소독의 원칙 등 위생관리를 준수해야 하지만 철저히 지켜지는 고시식당이 드문 게 현실이다. 이는 비단 고시식당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시청한 수험생들은 고시식당의 열악한 사항을 일면 수긍하면서도 비위생적인 면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고시식당의 경우 일반식당 보다 수익성이 낮아 위생 관리에 업주들이 비교적 소홀하게 임하고 있다는 것도 고시생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통 음식의 상하기 쉬운 속성, 여전히 비위생적인 음식문화, 거기에 식당, 급식업체들의 무신경함까지 겹쳐 고시식당의 '식탁'은 매우 취약한 상태다. 식품 관리에 더욱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밥값과 위생상태는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요는 식품안전에 대한 의식의 문제다. 음식물을 취급하는 사람들의 위생에 대한 의식 수준 향상이 더 중요하다. 종사자들이 자신의 위생 수준이 제공하는 음식물의 위생 수준을 결정한다는 사고방식을 갖기 전에는 아무리 엄격하고 우수한 제도를 만들어도 무용지물일 것이다.


수험생들이 식당에 바라는 것은 큰 게 아니다. 방송에 나온 한 수험생의 말처럼 일단 맛이고, 그 맛이 깨끗함에서 나왔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이다. 내 자식처럼 내일의 주인공들을 위해서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위생만큼은 철저히 신경 써 달라는 것이다. 무더위와 싸우면서 힘든 공부에 지친 수험생들에게 식사시간은 곧 휴식시간이지만 '안전하고 편한 한 끼'도 제공하지 못해 "밥 먹는 걸 수행으로 받아들인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번 방송을 계기로 전 고시식당의 전체적인 위생상태를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불결한 환경을 개선하고 비위생에 방치된 것을 위생적으로 처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식중독은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인사 사고'다.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음식 관련 업체나 종사자들의 의식이 획기적으로 전환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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