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법부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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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법부는 죽었다
  • 최진녕
  • 승인 2021.02.19 10: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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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사법부가 죽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헌법상 독립된 사법부(司法府)를 여당과 정부에 종속된 사법부(司法部)로 전락시켰다. 사법부 수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사법부의 독립을 스스로 포기했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함으로써 사법부의 신뢰성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다. 여당 측과 법관 탄핵을 위해 내통한 의혹도 제기된다. 역사는 2021년을 사법부가 스스로 독립을 포기하여 사망한 신축국치(辛丑國恥)의 해로 기억할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서면에서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 “임성근 부장판사가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는 김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임 부장에게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그 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 라는 말을 한 사실이 생생한 육성을 통해 드러났다. 대법원장의 해명이 모두 거짓말로 드러난 것이다. 거취 표명 질문에는 침묵했다.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헌법상 사법권의 독립을 수호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 준다. 사법부와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여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에서 같은 이유로 대통령을 파면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 독립 책무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탄핵감이다. 대법원장의 헌법상 책무는 사법부와 법관 독립 수호다. 헌법은 이를 위해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되, 중임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취임 이후에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독립하여 사법권을 지키라는 뜻이다. 그런 대법원장이 정치적 상황을 운운하며 법관 인사권을 포기하고 탄핵에 동조한 것은 헌법상 사법권 수호 의지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발언의 전후 문맥상 김 대법원장이 여당 의원들과 법관탄핵을 공모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을 만났던 지난 해 5월은 21대 총선에서 여권이 압승했으나, 원구성이 안된 시점이다. 그저 법복을 벗자마자 민주당 옷을 입고 당선된 판사 출신 의원들이 법관 탄핵을 주장하던 때다. 문제는 법관 탄핵에 앞장선 여당 의원들이 김 대법원장과 법원 내에서 친분이 두터웠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지난 2일 임 부장 탄핵 절차와 관련하여 국회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탄핵 절차에 관해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권한이 있고, 대법원이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적시했다. 대법원장이 사실상 탄핵 소추를 방조한 셈이다. 김 대법원장이 여당 의원들과 법관탄핵을 공모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김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거짓말을 거듭한 것도 사법부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음을 넉넉히 입증한다. 미국 연방대법관을 정의의 화신이라는 뜻에서 ‘저스티스(Justice)’라 부른다. 그런데 한국 대법원장은 사실상 세 번이나 거짓말을 했다. 첫 번째 거짓말은 언론을 통해서다. 탄핵 문제로 임 부장의 사표 수리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이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없고, 탄핵 문제로 사표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두 번째 거짓말은 국회에 대한 것이다. 야당 측의 재차 확인 요청에 김 대법원장은 공문으로 국회에 동일한 내용의 답변서를 냈다. 세 번째 거짓말 의혹은 대국민 사과 과정에서 나왔다.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을 만난 지 9개월 가까이 된 관계로 기억이 희미해서 잘못 해명했다고 말했다. 착오에 기한 거짓말이란 소리다. 과연 그럴까?

대법원장 취임 후 고법 부장판사가 사표 수리를 요청하기 위해 찾아 온 것이 몇 번이나 될까? 풍채 좋던 임 부장이 별안간 피골이 상접한 채 건강상 이유로 사표 수리를 요청한 기억을 9개월 만에 잊을 수 있을까? 김 대법원장은 고의로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여당이 탄핵이라는 법관 징계절차를 진행하는 시점에 고의적으로 임 부장을 곤경에 빠트리기 위해 허위 진술한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선서한 증인이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하여 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위증죄를 범한 때에는 벌금형 없이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된다. 물론 김 대법원장이 선서한 것은 아니므로 위증죄가 성립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평생 판사로서 거짓말한 증인을 위증죄로 엄단했을 김 대법원장이 정작 자기 문제에 대해서는 손쉽게 말을 바꾸면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은 현저히 정의에 반한다.

사법 독립과 신뢰를 붕괴시킨 대법원장은 마땅히 행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는 새벽닭이 울기 전에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했다. 하지만 통곡하고 회개한 뒤 종래에는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린 채 순교하여 교회의 반석이 되었다. 사망한 사법부(司法部)가 부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김 대법원장이 베드로처럼 통곡하고 자진사퇴하는 것이다. 대법원장이 죽어야 사법부(司法府)가 산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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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1-02-20 21:15:39
종편에서 열심히 친보수정당 의견 내신 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에서 인재로 영입하신 분(실제 공천은 이루어지지 못함). 어쩌다 법저같이 누추한곳에 글을 쓰시게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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