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72)-KBS 수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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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72)-KBS 수신료
  • 신종범
  • 승인 2021.02.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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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누림
신종범 변호사

어릴적 저녁 9시가 되면 TV 방송에서 알림음이 나왔다. “뚜뚜뚜 땡” 그리고 시작된 뉴스는 거의 매일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되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 ~”.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정권의 나팔수였던 TV 방송에서 매일 전두환의 근황을 뉴스의 첫머리에 보도하였던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이를 ‘땡전뉴스’라 불렀다.

‘땡전뉴스’는 공영방송인 KBS(한국방송공사)에서 두드러졌다. 당시 KBS는 국민들로부터 시청료(1989년 이후 수신료로 명칭 변경)를 징수하여 운영됨에도 국민을 위한 방송이 아닌 군사정권을 위한 방송에 열을 올렸다. 이에 국민들은 KBS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였다.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KBS 수신료 폐지 등이 주장되었다. 그러나, 이전처럼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지금까지 KBS 수신료는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민 정서를 자극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KBS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우리 회사 가지고 불만들이 많네’ 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답답하다. 너희가 아무리 뭐라 해도 우리 회사는 정년 보장이 된다”, “수신료는 전기요금에 포함돼 꼬박꼬박 내야 된다”, “직원 절반은 매년 1억 이상 받고 있다” 그리고는 “제발 밖에서 우리 직원들 욕하지 마시고 능력 되시고 기회 되시면 우리 사우님 되세요" 라는 조롱으로 끝을 맺었다.

KBS는 즉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잊고 있었던 수신료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평소에 살펴보지 않았던 관리비 고지서를 보니 수신료 명목으로 월 2,500원씩 꼬박 꼬박 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방송을 보기 위해 이미 인터넷 통신사나 케이블 방송사업자 등에게 이용 요금을 내고 있는데, KBS 수신료는 왜 내야하는 걸까? 다른 방송사에는 별도의 수신료를 내지 않는데 말이다.

KBS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근거는 방송법이다. 방송법 제64조는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텔레비전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KBS에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시청하는 채널의 종류나 시청량, 유료방송 가입 여부 등과 관계없이 TV 수상기 소지만으로 KBS에 수신료 납부의무를 지게 된다.

이러한 수신료의 법적 성격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수신료는 공영방송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조달에 충당하기 위하여 수상기를 소지한 특정집단에 대하여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이는 일반 재정수입을 목적으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부과되는 조세와 다르고,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도 볼 수 없다고 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수신료는 공영방송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공영방송이 국가나 각종 이익단체에 재정적으로 종속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등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며, 수신료의 금액, 일정한 경우 수신료를 면제하도록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고, 공영방송의 독립성 및 중립성 확보라는 입법목적에 비하여 수상기 소지자가 입게 되는 재산상의 불이익은 크지 않다고 하면서 수신료를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있었음에도 KBS 수신료 폐지 주장은 끊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KBS 스스로 합헌 결정의 근거를 허물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밝혔듯 수신료는 국가나 각종 이익단체로부터 독립하여 중립성을 보장하고, 공영방송 스스로 국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기 책임하에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자 함인데, KBS는 군사정권에서는 ‘땡전뉴스’로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고, 그 이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외풍에 흔들렸다.

오히려 수신료 자체가 KBS 방만 경영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시청률이 떨어져 광고 수입이 줄어들어도 수신료가 받쳐준다. 적자가 누적됨에도 KBS 직원의 말처럼 직원 절반이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이유다.

KBS는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수신료는 KBS 이사회가 심의·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되는데, 지금 여론으로는 인상 결정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KBS는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기 전에 방만한 경영을 바로 잡고, 그 존립 목적인 공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방송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한국방송공사는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한다.”

신종범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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