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미얀마 군사 쿠테타 : 지정학, 종교, 경로의존성의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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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미얀마 군사 쿠테타 : 지정학, 종교, 경로의존성의 결합
  • 신희섭
  • 승인 2021.02.0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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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가 민간정부를 전복했다.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수찌 여사의 감금은 그나마 ‘반쪽짜리 민주주의’마저 사망했음을 의미한다.

민주주의가 일상이 된 한국인들에게 미얀마 쿠데타는 낯설어 보일 수 있다. 게다가 2007년 ‘샤프란 혁명’을 기억하거나, 2011년 신정부가 출범한 이래 점진적으로 민간에게 권력을 이양한 것을 기억하거나, 2015년과 2020년 총선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쿠데타는 매우 혼란스러울 수 있다.

군부는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들이 내세운 공식적인 이유는 2020년 ‘총선 부정’이다. 하지만 실제 원인은 군부의 권력 약화에 있다. 2020년 선거에서 군부는 ‘선출’의석수(의석 25%는 항상 군부 몫임)의 단지 7%만을 획득하였고, 전체 의석수는 30%로 축소되었다. 2010년 선거의 전체의석수 86%와 비교해보면 군부의 권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실존적이다.

1948년 독립 이후 미얀마 역사는 군부 집권의 역사다. 1962년 3월 2일 네윈의 군사 쿠데타 이후 미얀마는 50년 이상 군부가 권력을 장악해왔다. 1988년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딴쉐 의장을 중심으로 군부는 다시 권력을 움켜쥐었다. 군통수권이 대통령이 아니라 군 총사령관에게 있는 신헌법 아래서 민아웅흘라잉 최고사령관은 2021년 반쪽짜리 민주주의마저 집어치우게 했다. 이런 미얀마의 군사정부는 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나라들에서는 철 지난 군사정부(Junta)의 생명 연장형 모델로 보일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민주화를 역전시킬 수 있는 실질적 권력을 가진 군부가 미얀마에서 국가수호라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갈 수 있을까? 즉 미얀마는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는지가 궁금할 것이다. 미얀마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부정적이다. 미얀마의 군부는 강력하게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총 3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지정학, 둘째, 종교적 요인, 셋째, 제도의 경로 의존성.

지정학은 미얀마를 이해하는 첫 번째 키워드이다. 미얀마의 면적은 676,578.0㎢(한반도의 3배)이고 인구는 5,400만 명 정도 된다. 주변 국가인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태국보다 인구는 적지만, 인구대비 면적은 넓은 편이다. 게다가 평균연령은 27.1세로 젊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18년 기준으로 1,228달러로 낮지만 지난 10년간 평균 7%의 성장률을 보였다는 점에서 미래 그림이 나쁘지만은 않다.

게다가 미얀마는 천연가스라는 자원을 가지고 있다. 야다나에 있는 천연가스만 해도 140조 리터나 되어 30년간 사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국경을 마주한 인도와 중국이 성장하고 있으므로 이들에게 미얀마의 천연가스는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특히 중국 윈난성에서 미얀마의 시트와 항구까지 석유와 가스 송유관을 연결하면, 중국은 미국이 통제하는 말라카 해협을 피해 안정적으로 석유와 가스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니 중국과 인도 사이에서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와 손을 잡은 미국에도 미얀마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은 2012년 이후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미얀마는 쌀 수출이 가능하다. 1962년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하기 전까지 미얀마는 쌀 수출국이었다. 중국과 인도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델타지역(에야워디강 하류 210-240km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는 미얀마의 쌀도 중요한 안보 자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방글라데시, 인도, 중국, 라오스, 태국이 미얀마의 주변국이다. 앞서본 것과 같은 여러 이유로 미얀마는 이들로부터 침략 걱정이 크지 않다. 가장 위협적일 수 있는 중국은 미얀마의 혈맹이다. 바로 이 지점이 문제다.

미얀마 군부는 식민지 해방 이후 외부 적의 침략에 대한 우려가 적다. 대신 미얀마 내부의 반군과 싸움이 중요하다. 미얀마는 다종족 국가다. 버마족이 69%이고 나머지 인구는 135개 종족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은 식민지 지배 시기에 로힝야족과 같은 소수 종족을 앞잡이로 하여 버마족을 통치하였다. 이른바 분할통치.

식민지배에 대한 치욕적 기억에 더해 대부분이 불교도인 미얀마인들에게 이슬람을 믿는 로힝야족은 증오의 대상이다. 이런 역사적 이유로 군부는 로힝야족을 학살함으로써 버마(1989년 미얀마로 국명변경 전까지 ‘버마’였고, 여전히 종족(ethnie)은 ‘버마종’족임)중심의 국민통합을 꾀하고 있다. 또한, 군부는 불교를 국교화한 적이 있을 정도로 불교를 우선시한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소수 종족의 불만 폭발과 반군의 등장은 미얀마 군부의 역할을 국가수호가 아니라 정권수호로 돌리게 해왔다.

둘째, 불교라는 종교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1) 미얀마는 불교를 숭상한다. 게다가 미얀마의 불교는 미얀마의 정령신인 낫(nat)과 융합된 형태이다. 전근대적인 유산이 강한 불교의 영향으로 일반인들도 현실 세계에서도 금전적인 부보다는 지식을 중시한다. 또한,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이것을 외면하거나 초월하려는 문화도 만들어졌다. 시민을 수동적으로 만들기 쉬운 문화다.

그뿐만 아니다. 불교의 영향은 미얀마가 독립했을 때 우 누 초대총리의 경제정책에도 반영되었다. 그는 불교와 사회주의를 연결하여 ‘불교도 경제’라는 특이한 정책을 만들었다. 불교도 경제는 경제에 도덕과 윤리를 주입하고, 수요만큼만 천연자원을 사용하며, 소비 극대화보다는 만족 극대화를 추구한다. 1962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세력도 사회주의정책으로 경제운영원리를 변경했지만 불교경제 근간은 이어갔다. 불교의 어떤 측면이 사회주의와 연결되는지 명확하지 않은 이런 초보적 담론 수준의 경제운영방식에 더해 첫 번째 군사정권의 지도자인 네윈이나 그 뒤 신군부의 지도자인 딴쉐 의장 모두 점성술사의 결정에 따라 국사를 처리하였다. 사이비 종교마저 정치를 장악한 미얀마의 전근대적인 인식은 군사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치적 군인에게 소명의식과 지배의식이 혼재하는 것이다.

셋째, 권력 장악방식의 경로 의존성도 중요하다. 1962년 이후 군부는 언제나 권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1인 중심으로 권력을 집중시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권좌에서 물러날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세력으로 군부는 중요했지만, 실제 권력은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야만 한다. 50년 이상 권력 운영방식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정치군인들은 권력 상실이 그저 권좌에서만 물러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50년 이상 독재 기간에 대한 역사적 반성은 피의 숙청 없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살기 위해서는 권력집중이 필수적이다. 게다가 권위주의 국가 중국이 ‘혈맹’으로 미얀마 군부를 지지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한 다자적인 경제제재가 미얀마 상황을 쿠데타 이전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전근대적인 인식구조와 지정학이 작동하고, 생존을 위해 버티기에 나설 때, 군부가 국가수호라는 대의를 위해서만 봉사하게 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 민주주의를 온전하게 만드는 것도 그리고 유지하는 것도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각주)------------------------
1)  장준영, 『미얀마의 정치경제와 개혁개방 : 성과와 과제』 (서울: 지식과 교양, 2013), pp.47-49.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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