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진욱 초대공수처장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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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진욱 초대공수처장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 잊지 말아야
  • 법률저널
  • 승인 2021.01.2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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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21일 공식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임명장을 받은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곧바로 취임식과 현판제막식을 하고 공수처 출범을 세상에 알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거센 반발을 뚫고 국회에서 공수처법이 통과된 지 1년여 만이다. 그러나 공수처가 출범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했다. 법제화 이후로도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을 놓고 국민의힘의 보이콧과 거부권 행사, 그리고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 국민의힘 추천위원들의 항의성 퇴장 등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은 험난했다.

나아가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지난해 2월 “공수처는 헌법상 통제와 견제를 본령으로 삼는 권력분립원칙과 삼권분립원칙에 반하고 국민의 기본권과 검사의 수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공수처가 입법·사법·행정 어느 영역에도 속하지 않아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으므로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되며, 헌법상 검사에게만 보장된 기소권과 영장 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공수처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8일 “국회가 법률 제정과 폐기를 통해 통제권을 가지고 있고, 행정부 내부적 통제를 위한 여러 장치도 마련돼 있다”며 권력분립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수처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을 부여한 데 대해서도 “헌법상 영장신청권자가 검사로 한정되지 않는다”며 헌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헌재가 공수처법에 합헌 결정을 하면서 지난 21일 출범한 공수처는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공수처가 출범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가야 할 길은 더 멀다. 인사청문회에서도 확인됐지만, 여야의 입장이 양극단에 서 있어 공수처의 성패를 가를 정치적 중립을 견지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시민단체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한 건 한 건의 수사마다 흔들 수 있다. 더욱이 현 정부 들어 살아 있는 권력이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며 사법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공수처가 제대로 착근(着根)하기가 어려운 풍토다. 살이 있는 권력은 정당한 수사와 재판까지 흔들며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권력은 공수처 수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적인 힘을 앞세워 이전처럼 법률 개정 카드로 공수처를 압박하며 권력에 종속시키려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진욱 초대공수처장에게 주어진 엄청난 시대적 소명이 요구된다. 당장 공수처는 차장 제청과 검사 등 수사인력 인선, 그리고 제1호 사건 확정을 앞두고 시험대에 올랐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촉발된 여야의 대리전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 차장은 공소 제기와 유지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처장만큼이나 중요하다. 법은 차장 임기를 3년으로 하고 10년 이상 법조인 경력자 중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했다. 그런데 김진욱 처장은 복수로 제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청권을 추천권으로 격을 낮췄다는 비판과 아울러 대통령에게 입맛 맞는 사람을 고르라고 선택 폭을 넓혀주는 것은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판사 출신의 여운국 변호사를 단수로 제청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 척결에 있다. 따라서 산 권력이든 죽은 권력이든 권력과 닿아 있는 사건을 다루므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생명이다. 정치적 외풍을 막아야 할 처장과 차장의 역할은 그래서 막중하다. 그 역할은 오로지 국민만 보고 헌법 정신에 입각한 인권 존중과 실체적 진실 발견에 있다. 경계할 것은 여론을 의식한 성과주의다. 또 경계할 일은 기소권까지 갖춘 무소불위한 권력기구로의 변질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할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오랜 기간 난산을 거듭해 이제 막 출범한 만큼, 김진욱 초대공수처장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 잊지 말고 공직사회의 고위층 감시기구로 제 역할을 다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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