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형벌의 임의적 감경’ 여부는 법관의 재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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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 ‘형벌의 임의적 감경’ 여부는 법관의 재량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1.01.2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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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형은 상한·하한 모두 2분의 1 감경’ 기존 해석 유지
별개의견 ‘법관 재량 배재하고 하한만 감경’ 해석론 제시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벌의 임의적 감경에 대한 기존 판례와 실무의 해석을 유지하는 결론을 내렸다.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법 제25조 제2항과 같은 임의적 감경에 대해 판례와 실무는 “감경 사유의 존재가 인정되더라도 법관이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른 법률상 감경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재량 내지 권한을 갖고 있고, 임의적 감경 사유의 존재가 인정되고 법관이 그에 따라 징역형에 대해 법률상 감경을 하는 경우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을 감경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즉, 임의적 감경의 경우 법관이 감경 사유가 있더라고 재량에 따라 감경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며, 만약 감경을 한다고 결정한 경우에는 감경 범위를 임의적으로 정할 수는 없고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피고인 A가 피해자를 때리고 식칼로 또 다른 피해자의 가슴을 찌르려 했으나 미수에 그쳐 폭행 및 특수상해미수로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서 1심은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미수범 감경에 의해 특수상해미수죄의 형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로 감경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했다. 피고인 A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원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법 제25조 제2항의 미수범 감경 규정과 같은 임의적 감경에 관한 현재 판례와 실무의 해석이 타당한지가 쟁점이 된 이번 사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1일 “타당하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형법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에 상응하는 법정형을 정해 두고 법정형에 대해 법률상 가중·감경 및 작량감경을 통해 최종적인 처단형을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법률상 감경이든 작량감경이든 형을 감경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55조에서 정한 바에 따르도록 돼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비춰 볼 때 임의적 감경에 관한 현재 판례 및 실무의 해석은 법문에 충실하고 형법의 체계와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의 문언상 유기징역형을 감경할 경우에는 법정형의 장기와 단기를 모두 2분의 1로 감경해야 하므로 유기징역형에 대한 법률상 감경을 하면서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것과 달리 장기 또는 단기 중 어느 하나만을 2분의 1로 감경하는 방식 등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형법이 임의적 감경과 필요적 감경을 구별해 규정한 취지를 고려하면 임의적 감경과 필요적 감경의 법률효과도 명확히 구별할 필요가 있으며, 처단형의 하한을 낮출 필요가 없다면 굳이 임의적 감경을 할 필요가 없다는 현재 실무가 잘못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형법은 개별 범죄의 처벌에 관해 여러 형종과 넓은 범위의 형량을 규정한 뒤 법관에게 형종의 선택, 작량감경, 최종 선고형의 선택 등에 관해 폭넓은 재량을 부여하고 있고 이처럼 구체적인 양형 과정에서 법관에게 주어진 많은 재량을 고려하면 임의적 감경 여부에 대한 결정 권한 내지 재량이 법관에게 있다고 해석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임의적 감경사유가 인정되더라도 그에 따른 감경을 하는 것이 오히려 정의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임의적 감경에 따른 법률효과를 획일적으로 정할 필요가 없다”며 “현재 실무에 따른 이 사건 원심판결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별개의견으로 임의적 감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별개의견은 “‘할 수 있다’는 것은 감경을 ‘하는 경우의 범위’와 ‘하지 않는 경우의 범위’ 모두에 걸쳐서 선고형을 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하고 이는 두 경우의 범위를 합해 처단형을 정한다는 것과 같아 법정형의 하한만 감경된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법정형이 1년 이상 3년 이하로 정해져 있는 형에 임의적 감경 사유가 있는 경우 현재 실무의 해석에 따르면 법관의 재량에 따라 6월 이상 1년 6월 이하 또는 1년 이상 3년 이하로 처단형이 정해진다. 반면 별개의견이 제시한 새로운 해석에 따르면 일괄적으로 6월 이상 3년 이하로 처단형이 정해지는 차이가 생긴다.

이에 대해 별개의견은 “새로운 해석론에 따른 임의적 감경 방식은 법관의 재량이 개입할 여지가 없이 처단형의 범위가 ‘당연확정’ 되는 것“이라며 “그 결과 임의적 감경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판결서의 법령의 적용에 항상 그에 관한 기재를 해야 하고, 피고인이 임의적 감경사유를 주장하면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2항에 따라 유죄판결에는 그에 대한 판단이 기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해석을 따를 경우 현재 실무에 따른 문제점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먼저 실무적 측면에서 현재의 해석에 따를 경우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의 실제 의사과정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동일한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들에 대해 법관의 재량에 따라 처단형의 차이가 발생한다. 임의적 감경에 관한 법관의 재량이 적절히 행사되기 위한 재량통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입법자가 단계적으로 법률상 감경 제도를 마련한 취지를 무색케 하는 문제 등이 지적된다.

법리적으로는 재판의 판단구조에 반하는 방식으로서 형법 제56조에 위반되는 문제, 임의적 감경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처단형이 불명확해짐으로써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문제,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 누락을 정당화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는 문제 등이 발생한다.

또 임의적 감경을 하지 않은 처단형의 하한으로 선고된 판결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와 관련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는 문제, 처단형의 범위가 분절돼 처단형의 최상한과 최하한 사이에 선고형을 선택할 수 없는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등도 있다.

다만 별개의견도 “미수감경을 하면서 법정형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로 감경한 것은 잘못이지만 위와 같은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다수의견과 결론을 같이 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임의적 감경에 관한 현재의 실무 및 판례에 대해 비판적인 새로운 해석론이 제기됐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현재의 실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며 “별개의견의 새로운 해석론으로 인해 향후 임의적 감경에 대한 해석과 관련해 학계 및 실무계의 치열한 논쟁과 후속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번 판결의 의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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