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70)-이재용 재판과 양형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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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70)-이재용 재판과 양형기준
  • 신종범
  • 승인 2021.01.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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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누림
신종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누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파기환송심에 이르기까지 이 부회장의 재판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 부장회장의 재판은 구속기소로 시작되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면서 그 대가로 최씨의 딸 정유라의 승마훈련 비용과 미르·K스포츠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명목으로 총 298억여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은 승마지원 72억여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여원 지원금 등을 뇌물로 인정해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심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부분 등을 무죄로 판단하면서 승마지원금 중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해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항소심이 무죄로 판단한 정씨의 말 구입액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도 삼성의 경영권 승계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지급한 것으로 판단해 뇌물액을 86억원으로 인정하여 원심을 취소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대한 판단이 금번 파기환송심 판결이었다. 상급법원의 판단은 하급심을 기속하니(법원조직법 제8조) 서울고등법원은 대법원의 판단과 다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결국,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라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뇌물 86억원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한편, 이 부회장이 뇌물로 공여한 것으로 인정된 86억원은 이 부회장 돈이 아닌 삼성에서 나온 돈이다. 86억원을 횡령해 뇌물로 공여한 것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형량은 가장 중한 죄인 이 86억원 횡령죄를 기준으로 정해지게 된다.

횡령액이 5억원 이상일 때에는 형법이 아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된다.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르면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일 때에는 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가중 또는 감경하여 형을 정하게 되는데, 형을 정할 때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하고,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여야 한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7)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양형기준에 따르면, 횡령액이 50억 이상 300억 미만이면, 기본이 4년 ~ 7년이고, 감경하는 경우 2년 6월 ~ 5년, 가중하는 경우 5년 ~ 8년으로 정하고 있다.

결국, 이 부회장에게 선고된 2년 6월은 양형기준의 가장 하한인 셈이다. 양형기준에서 감경요소로 정하고 있는 사유를 보면, 사실상 압력 등에 의한 소극적 범행가담, 실질적 1인 회사나 가족회사, 오로지 회사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경우, 임무위반 정도가 경미한 경우, 상당부분 피해회복, 심신미약, 진지한 반성, 형사처벌 전력 없음 등이다.

위 감경사유 중 이 부회장에게 해당하는 경우는 횡령액을 반환한 것 정도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양형기준 상 가장 하한을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양형기준은 범행으로 인한 대가를 약속ㆍ수수한 경우, 지배권 강화나 기업 내 지위보전의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가중요소로 정하고 있는데,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횡령금을 뇌물로 제공한 사실이 인정된 이상 오히려 가중 구간의 형을 선고하는 것이 합당하였다고 본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은 공판과정에서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를 먼저 제안하는 등 이 부회장 봐주기 재판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면서 선고 역시 재벌 3·5 법칙(재벌 총수에게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는 법원 관행)에 따라 집행유예가 선고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비록 재벌 3·5 법칙을 깨고 집행유예가 선고되지는 않았지만, 양형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여전히 봐주기 재판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양형기준은 ‘무전유죄, 유전무죄’ 라는 사법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기준이 마련된 이후 많은 경우 기준을 중심으로 판결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재판에서처럼 특정인에게는 그 기준마저 형해화된다면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더욱 요원할 것이다.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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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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