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사법시험 폐지와 유리천장(8)-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와 대비되는 법조계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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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사법시험 폐지와 유리천장(8)-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와 대비되는 법조계의 그림자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1.01.21 15:4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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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여년간 법조인력선발 및 양성의 근간을 맡아왔던 사법시험이 2017년 12월을 끝으로 폐지됐다. 평균 경쟁률 20대 1, 평균 합격률 3~5%라는 일회성 시험에 의한 선발을 지양해 고시낭인 및 다른 학부전공의 황폐화를 방지하고 교육에 의한 양성이라는 기치아래 2009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로스쿨제도를 두고 고비용, 입시 불공정 등에 문제가 많다며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이미 사법시험은 역사적 소명을 다했고 입법부가 새로운 제도를 정립한 만큼 더 이상의 사시존치 주장은 없어야 하며, 로스쿨에 문제점이 있다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데 사회적 힘을 모아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전자의 입장에서, 그동안 익명으로 사법시험 존치 운동을 해 왔다는 한 수험생이 ‘기회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본지에 “사법시험 존치와 유리천정”이라는 글을 지난 일곱번에 걸쳐 보내온 바 있다. 그가 여덟번째 글을 보내왔다. 내용 전문(全文)을 게재한다. 
본지는 이에 대한 반박 또는 이해를 달리하는 독자투고도 열려 있음을 재차 밝힌다. - 편집자 주 - 

 

기회공정 
(전 사법시험 준비생)

1. 프롤로그

미스트롯2와 싱어게인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뜨겁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 남모르게 마음 고생했던 사연들을 들으면 눈시울을 적시게 된다. 2016년 2월 시행된 마지막 사법시험 1차 시험에 낙방한 후 3년의 시간을 방황하며 가족들 속앓이하게 만든 때가 엊그제 같다. 독서실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죽이던 2018년 여름에는 바람도 쐬고, 다른 사람들 사는 것 간접경험도 할 겸 대리운전을 했었다.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가고 싶었던 일산 사법연수원과 시험 성적으로는 갈 수 없었을 법무법인 김앤장을 대리운전 손님 때문에 가게 되니 만감이 교차했었다. 이후 2019년 2월에는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은 끝에 서초동 법무법인에서 인턴직원 수습으로 잠시 일했었다.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도 없는 수험생이 받았던 처우를 변호사시험 마친 예비변호사로서 겪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 때의 경험을 낱낱이 기록해 을씨년스럽게 차가운 법조계 그림자를 조명해보려 한다.

2. 어느 법무법인(法無法人)의 천태만상

(1) 엉터리 처우

2019년 2월 법무법인 채용 당시 대표가 제시했던 인턴직원 수습급여는 150만원이었다. 출근일자가 설 연휴 직후인 목요일이었다. 출근하니 휴가 중인 직원의 자리를 쓰라고 안내했기에 정직원으로 채용할 의사가 있는지 의아했다. 인턴직원을 한 6근무일 동안 총 3번 자리를 옮기며 대학교 시험기간 도서관에서 메뚜기 뛰듯이 업무를 봤다. 입안제안서 초안 작성 업무가 끝나자 대표는 주말에 계속 인턴을 시킬지 고민해 전화하겠단다. 대표가 일요일에 전화를 걸어 ‘깊이는 있는데, 넓이는 없는 것 같다’며 1년간 일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깊이는 있다’는 처음 시킨 입안제안서 문서의 수준이 괜찮다는 의미이며, ‘넓이는 없다’는 로스쿨출신 변호사들과 잘 어울릴지가 걱정된다는 부연설명도 곁들였다. 6일 일해 봐서 1년 일할 수 있을지 판단이 안 된다고 답하니 대표는 인턴기간 종료를 통보했다. 그런데 2주간의 급여가 아닌, 일당 5만원 계산한 30만원을 주겠단다. 친한 형님들은 법무법인에서 나중에도 일하게 되면 소문나니 그냥 나오란다. 대표에게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이라고 말하니 66,800원을 다시 책정해서 주었다. 급여 외에 중식지원‧휴가 등 복지도 법무법인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회사 중심이었기 때문에 법무법인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완전히 달아났다.
 

아이클릭아트
아이클릭아트

(2) 표지갈이와 ‘병풍 놀이’

비록 사법시험 2차를 준비하느라 행정법을 공부했었지만, 입안제안서 작성 업무에는 국토계획법과 같이 생소한 법령의 이해가 필요했다. 5일 동안 로앤비에서 각종 법령과 판례를 검토하며 작성한 입안제안서의 수준은 대학생 리포트 수준이 못될 수도 있다. 그런데 대표는 그 입안제안서를 토지주(土地主)들에게 사건 수임을 영업하러 가는 당일 오전 8시 2분에 행정소송을 진행할 담당변호사에게 전달하며 인턴직원이 초안 잡은 문서를 법무법인 형식에 맞게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인턴이 초안 잡은 입안제안서를 받은 변호사는 동료 변호사와 처음 보는 법이라며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허둥지둥되더니, 처음 대면한 인턴직원에게 인사도 생략하고 다짜고짜 언성을 높이며 재촉한다. 그렇게 급조된 입안제안서에 당연히 인턴직원 이름은 없었고, 변호사 3명의 이름이 담당변호사로 기재된 채 16시 토지주 설명회에 사무실 대부분 직원이 출동한다. 법무법인 규모가 큰 것처럼 보여주기 위한 ‘병풍 놀이’ 때문일 것이다. 대표가 입안제안서 작성을 지시하고 담화 한 번 나눠본 적 없는 인턴직원과 렌트차량에 동승할 리는 없고, 외제차를 가진 변호사 차에 탑승한다. 사무실과 이메일상으로 인턴직원이라고 부르던 대표는 주민들에게는 직원이라고 소개한다. 이것이 1인당 100만원에서 150만원의 수임료, 대략 20여명이었으니 2000여만을 수임하기 위해 대표가 기획한 영업의 전말(顚末)이다. 대표가 토지주들에게 요청한 수임여부 답변시한 전에 해고된 인턴직원으로서 대표가 승소확률이 50%는 된다고 얘기할 때 갸우뚱했었는데 과연 그 사건을 수임해서 승소했을까?

(3) 변호사 수 급증으로 수심(愁心)이 많으면서도 ‘에헴’하는 계급의식

인턴직원의 눈에 비췬 대표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라기보다는 사건을 수주해야 하는 사장이었다. 표지갈이 수준으로 인턴직원을 활용했으면서도 최저임금도 주기 싫어하는 자린고비 사장이었다. 변호사 수임 광고가 2000년에 허용됐는데, 법률 수요 보다 변호사 수 급증으로 공급이 많은 현재 변호사들의 영업필요성은 더 커졌을 것이다. 조선 중기 무역상인 임상옥은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며,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고, 따라서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이다.” 라고 했다. 임상옥의 어록에 견주면 그 대표는 장사치에 불과한 것이다.

대표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변호사에게는 변호사‘님’, 일반 직원들에게는 ‘님’을 생략했다. 그 변호사‘님’은 초면에 인사도 생략하고, 인턴직원에 업무지시하며 쏘아붙였다. 일시적(?)인 계급은 깡패가 될 수 없을 것인데도 말이다. 인턴기간 동안 변호사들과 직원들이 같이 식사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2019년 3월 입사한 회사에서 부사장님께서는 평직원들과 시간될 때마다 식사하시며 스스럼없이 편하게 농담하시는데 그렇다고 업무를 볼 때 부사장님의 권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가끔 그 때가 오버랩 된다.

3. 에필로그

오디션 프로그램 무대에서 당당하게 그들의 꿈을 한 발 한 발 내딛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막귀’일지도 모르지만, 유명한 노래에서 받는 감동을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분들의 노래에서 받기도 한다. 영화 ‘라라랜드’에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되어있어. 자신이 잊은걸 상기시켜 주니까.”라는 명대사가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는 첫째, 누구든지 오롯이 음악 실력만 있다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 성공할 수 있다는 공정함에 대한 열망의 투영일지 모른다. 둘째, 사람마다 열매가 맺는 시기는 다를 수 있기에 잠시 각자 사정으로 잊고 잊었던 꿈을 다시 꺼내어 실현할 수 있을 수 있는 무대가 열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로망 때문일지도 모른다.

법조인이 되기 위한 우회로를 주장하는 것은 로스쿨제도 아래에서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분들의 노력을 폄훼하기 때문이 아니다. 어쩌면 예전에 사법시험을 공부했던 수험생들은 이제 각자 살 길을 찾아갔기 때문에 우회로 논쟁의 당사자적격(?)이 없을지도 모른다. 정청래 의원의 방송통신대 로스쿨 설치 법안 발의에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일사불란하게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변시 낭인 운운하면서 학생들 걱정하는 것처럼 명분을 내세우지만, 당신들 ‘철밥통’ 지키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2020년 5월 기준 법조인이 되고 싶어 열정을 가지고 입학했던 로스쿨 학생 중 891명이 오탈자가 됐고, 4월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발표되면 1,000여명의 학생들이 ‘변시낭인’의 굴레를 쓰게 된다. 로스쿨 교수들은 진정 변시 낭인이 걱정된다면 각종 사정으로 오탈자가 된 제자들을 위해 위헌적인 변호사시험법 제7조의 개정에도 따뜻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변호사시험 보느라 수고하신 이후에 생계 때문에 ‘예비법조인 알바’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좋은 법무법인에서 ‘실무 맛보기’를 하는 행운이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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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달동 2021-02-06 10:18:16
기자들도 저렇게 목차나누기로 기사를쓰면 좋겠다

ㅎㅁㄶㅇㄴㅁㅎ 2021-02-05 01:36:19
쓸모없는 한자를 줄여주시니 정말 읽기편해지네요 좋은글입니다.

국밥한그릇 2021-01-21 16:45:33
이 기사를보니 여럿 인터넷에 떠돌던 기사가 하나 생각나네요. 분명 변호사 수가 많아서 굶어죽겠다고 하는 시국이라고 하고, 수임료가 많이 낮아졌다. 라고 합니다. 그런데 300만 원은 거의 공짜수준이라고 하는 분들도 많고 얼마 이하로는 수임 안받겠다. 하는 변호사도 태반이지요. 그럼에도 그들의 특권의식은 하늘을 찌르죠. 최근 국밥변호사라고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내용인 즉 미성년자에게 술과 함께 배달온 국밥을 받으라고 했는데, 법적으로 미성년자가 술을 수령할 수 없다고 하자 배달원을 협박했다는 내용이지요. 이런 일은 사법시험 이전에는 없던내용이지요. 정말 로스쿨체제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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