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변호사님! 검찰에 고소도 못 한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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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변호사님! 검찰에 고소도 못 한다구요?
  • 최진녕
  • 승인 2021.01.1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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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새해 초부터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의뢰인들로부터 동시다발적인 항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변호사님, 이게 뭔가요?” 의뢰인이 받은 문자는 검찰청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Web발신] 귀하께서 고소한 사건(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20형제 *****호)처분결과를 알려드립니다. 수일 내 고소·고발사건처분결과통지서를 우편으로 보내드리오니 구체적인 불기소이유 확인 절차 등 이의제기 절차는 위 통지서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피의자 김** -경매방해 : 타관이송(서울송파경찰서)” 담당 검사실에 전화를 했더니, 1월 1일부터 검경수사권 조정이 됨에 따라 검찰에 수사권이 없는 사건을 경찰로 보내는 ‘타관이송’결정을 한 것이라 했다. 의뢰인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자, “아니, 변호사님. 이제는 검찰에 고소도 못합니까? 힘센 사람이 경찰에 손을 쓰면, 우리는 어떻게 하나요?”라고 반문한다. 검찰개혁 명분으로 이루어진 경찰 수사권 독립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의뢰인은 “이게 무슨 개혁입니까? 피해자가 검찰의 도움으로 구제받을 권리를 빼앗아 간 게 무슨 개혁이에요!”라며 화를 낸다. 신축년 벽두에 발생한 법조계의 모습이다.

2021년 1월 1일은 대한민국 형사체계에 대대적인 변화가 생긴 날이다.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경찰수사규칙(행정안전부령) 등 개정 법령이 이날부터 시행되었다.

검사의 수사 범위가 대폭 축소되었다. 개정 검찰청법에 따라 검사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6대 범죄와 경찰공무원 범죄만 수사하고, 그 외 범죄는 경찰이 수사한다. 더 이상 폭행, 절도나 강도, 교통사고 등 일반 민생범죄 피해자들은 검찰에 고소할 수 없다. 대표적인 중요범죄로는 3,000만원 이상 뇌물수수, 변호사법 위반, 5,000만원 이상 리베이트 수수 등 부패범죄, 5억원 이상 고액 사기·배임·횡령,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거래, 산업기술유출, 영업비밀침해, 공정거래법위반 등 경제범죄, 주요공직자의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공직자범죄 등이 있다.

다만 6대 중대 범죄와 경찰공무원 범죄 및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하여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란 1인이 범한 수죄, 수인이 공동으로 범한 죄, 수인이 동시에 동일장소에서 범한 죄, 범인은닉죄, 증거인멸죄, 위증죄, 허위감정통역죄 또는 장물에 관한 죄와 그 본범의 죄를 뜻한다. 1개의 목적을 위하여 동시 또는 수단결과의 관계에서 행하여진 행위도 동일한 범죄사실로 간주되어 검사가 수사할 수 있다.

검찰청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하더라도 검사 수사개시 대상 범죄가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해당 고소·고발장은 접수가 반려 되거나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송되어 수사가 진행된다. 제출된 고소·고발장의 일부가 검사의 수사개시 대상 범죄가 아닌 경우 해당 부분 또는 고소·고발장 전체가 이송된다. 연초에 검찰에 고소한 민원인들이 받은 ‘타관이송’ 결정이 바로 이것이다.

송치 사건에도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1차적 수사 종결권을 경찰이 가짐에 따라 경찰은 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하여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다. 검사는 원칙적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할 뿐이며,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경찰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사건이 경찰에 반환되어 경찰이 보완수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검사가 수사를 계속하면서 필요한 사항만 경찰에 보완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경찰이 수사한 결과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는 경우에는 경찰이 자체적으로 불송치 결정을 한다. 종래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하더라도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하던 시스템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다만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건의 고소·고발인, 피해자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한다. 사건을 송치 받은 검사는 이를 다시 검토하여 보완수사를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그 외에도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한 이후 검사는 90일 동안 불송치 기록을 검토하여 불송치 결정이 위법 또는 부당한 때에는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재수사 요청은 1회에 한정된다. 재수사에도 불구하고 법리위반 등으로 위법 또는 부당이 시정되지 않은 경우 검사는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다. 검사의 재수사 요청 기간과 횟수가 매우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명실상부하게 수사의 주체가 경찰이 된 셈이다.

구제신청에도 변화가 생겼다. 피의자, 고소·고발인,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은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법령위반, 인권침해 또는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있었다고 의심되면 검사에게 신고나 진정 등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검사는 해당 구제신청을 검토하여 경찰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하거나 관련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대대적인 형사사법 시스템의 변화를 아는 국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바야흐로 깜깜이 세상이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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