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96-보상수탁의 현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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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96-보상수탁의 현실(2)
  • 이용훈
  • 승인 2021.01.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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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이용훈 감정평가사

신도시의 교통시설 확충 계획은 대개 의욕적이지만 실천은 미진하다. 위례신도시는 위례신사선 개통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 그런데 최초 신도시 조성 시 개통하겠다고 한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GTX 개통시기도 여러 번 밀렸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도 그렇게 더디고 트램 개통도 그렇다. 상하수도 공사, 공원 조성사업, 도로 확충 현장에 걸린 플래카드에서 공사기간은 종종 덧칠돼 있다. 덧칠 부분 맨 밑은 이상적 공사기간이고 그 위를 현실적 공사기간이 덮는다. 여러 번의 덧칠은, 벌써 끝냈어야 할 공사를 질질 끌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민이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공기업 등에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불만은, 숙원 사업의 ‘지체’와 ‘연기’다. 공언했던 완료시점과 실제 준공시점은 일월뿐만 아니라 해마저 다르다. 원인은 두 가지다. 실현 불가능한 공사기간을 잡고 공표만 의욕적으로 했든지, 추진 주체가 책임감 있게 관리하지 못해서다. 전자라면 허풍쟁이에 불과하겠지만 후자였다면 무사안일을 지적받고 혼나야 한다. 특히 담당자가 그 사업을 ‘언젠가는 될 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면 하염없이 늦춰진다. 공무원이 악성민원에 시달려야 예정된 공사기간을 맞춰준다는 시중 공감대도 있다. 이럴 때의 민원은 솔직히 사업촉진제다.

토지보상법에서 보상수탁 업무를 맡을 수 있는 곳을 한정했다. 지자체, 공공기관, 공기업만이 자격을 갖췄다. 민간에서는 공식적으로 이 업무를 맡을 수 없다. ‘공식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실제 이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 기업이 꽤 많아서다. 자격이 없는데 일은 어떻게 할까. 큰 길 막으면 샛길을 찾으면 된다. 대외적인 보상수탁기관은 자격 있는 곳이 하는 것처럼 하고 실무는 민간에서 수행하는 식이다. 이런 민간 기업은 사업시행자와 ‘보상수탁’ 계약을 맺지 않고 ‘보상업무 지원용역’계약을 하고 실무적인 일을 도맡는다. 대외적인 수탁기관은 곧 얼굴마담이다. 이름 값 내지 도장 값으로 꽤 많은 수탁수수료를 받고 있다. 사업자는 양쪽으로 돈을 다 써야 한다.

토지보상법은 절차법이고 모든 토지가 협의에 의해 취득되지 않는다면 수용절차까지 밟아 토지소유권을 확보한다. 절차 어느 것 하나 건너뛸 수는 없지만 허들 간 이동시간은 마음먹기 따라 단축시킬 수 있다. 사업자가 PF를 일으켰다면 한 달에 수 천만 원에서 수 억 원 이자가 빠져 나간다. ‘언젠가는 되겠죠.’ 말하는 곳과 ‘언제까지 끝내겠습니다.’ 중 어느 쪽을 붙들고 싶은가. 실무를 맡은 민간 기업은 얼굴마담을 재촉해서 일을 빨리 끝내도록 특명을 받는다.

날씨가 궂어 보상지구 물건조사를 미룬다고 탓할 일은 아니지만, 우산 쓰고 조사할 수도 있다. 괄괄한 소유자의 냉대에 조사하러 나온 발길 돌릴 수 있지만, 어차피 넘겨야 할 재산이면 제 값 받고 넘길 것을 설득하며 달래는 노력을 보일 때 한두 군데는 더 조사하고 돌아갈 수 있다. 보상평가액이 얼마 나왔으니 언제부터 협의하자는 등기나 문자를 사무적으로 보내는 것보다는 일일이 전화해 자초지종 얘기하고 한번 뵙자고 부탁하는 게 마음을 얻는 일이다. 이런 작은 노력을 민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경주하는데, 공공에서는 그런 업무 스타일을 ‘굳이’와 ‘그럴 필요까지’ 영역으로 치부할 것이다. 공무원의 무사안일을 앞서 지적한 이유는, 수탁업무에서도 천하 태평한 담당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재개발 구역 현금청산자는 청산 금액에 동의하지 않으면 수용절차를 당면하게 된다. 이 업무를 포함해 재개발사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곳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규정한 요건을 충족한 민간 회사다. 법률 간의 균형 문제만은 아니다. 설문조사 해 보면 알 것이다. 사업시행자는 특히 수탁을 맡은 공공의 업무처리능력이나 업무속도 항목의 만족도를 최저로 표시할 것이다. 사업의 공익성을 인정해서 민간사업자에게도 수용권을 부여하고 있다. 수용권을 갖춘 사업자의 실무적인 일을 도맡아 하는 곳이 꼭 공공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민간에 이 업무 참여를 원천봉쇄할 이유가 딱히 없어 보인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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