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69)-사면(赦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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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69)-사면(赦免)
  • 신종범
  • 승인 2021.01.0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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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누림
신종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누림

새해 초부터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 이야기가 이슈로 떠올랐다.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들을 배출한 제1야당에서 나온 이야기라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텐데 현 여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에 여론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새해 첫날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올해는 문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로, 이 문제를 적절한 때에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지층 찬반을 떠나 건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발언이 언론에 크게 보도하자 여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 대표의 사퇴까지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결국, 여당은 당사자들의 반성과 국민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사면논의가 가능하다고 입장을 정리했고, 이 대표는 말을 아꼈다.

사면(赦免)은 형의 선고의 효력 또는 공소권을 상실시키거나, 형의 집행을 면제시키는 국가원수의 고유한 권한을 말한다. 여기에 감형(減刑)과 복권(復權)까지 포괄하여 넓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사면제도는 역사적으로 동, 서양을 막론하고 국왕이 내리는 시혜로 국왕의 은사권(恩赦權)으로 이해되었다. 근대에 이르러서도 사면권은 존속하였고, 현재도 많은 국가에서 인정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에게 사면권이 부여되어 있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면서(제66조) 이러한 지위에서 사면권을 부여하고 있다.(제79조)

헌법 제79조 제1항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규정하고 있고, 제3항은 “사면ㆍ감형 및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사면의 구체적 내용과 방법 등을 법률에 위임하고 있다. 그 법률이 사면법이다.

사면법은 좁은 의미의 사면, 감형과 복권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좁은 의미의 사면에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이 있다. 일반사면은 범죄의 종류를 지정하여 이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인에 대하여 형의 선고의 효과를 전부 또는 일부 소멸시키거나 형의 선고를 받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것을 말한다. 광복절 등 경축일에 음주운전자에 대하여 일괄 사면을 실시하는 경우가 그 예이다. 이러한 일반사면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령으로 실시한다.

특별사면은 이미 형의 선고를 받은 특정인에 대하여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것을 말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들에 대하여 실시한 사면이 바로 이러한 특별사면이다. 특별사면은 국회의 동의를 요하지 않고 대통령의 명으로써 실시한다.

이처럼 헌법이 대통령에게 사면권은 부여하고 있고, 그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는 사면법은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고 있지만, 사면이 사법부의 판단을 변경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인 권력분립의 원칙에 예외에 해당한다는 것이기에 사면권행사에는 본질적 한계가 있다.

즉, 사면권은 국가이익과 국민화합을 위해 행사되어야 하고, 정치적으로 남용되거나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행사되어서는 안되며,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정도의 사면권 행사는 허용될 수 없고, 합리적인 기준과 원칙에 따라 적정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사면이 거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50여억원의 횡령, 94억원의 뇌물수수 등이 인정되어 불과 2달여전 징역 17년이 확정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과 국정원 특활비 상납사건 등으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15년 및 벌금180억(뇌물), 징역5년(직권남용 등)을 선고받고, 오는 14일 재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헌법적으로 타당하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질문에 수긍이 가는 답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범죄행위는 횡령, 뇌물, 직권남용 등으로 이들에 대한 사면이 국가이익과 국민화합을 위해 필요한 것인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확정판결이 나온 것은 불과 2달여전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이들에 대한 사면이 논의되는 것은 사법부의 판단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으로 사법권의 본질적 침해가 아닌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내란죄를 뒤집어 씌워 사형선고를 받게 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면하여 큰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사면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과와 반성은커녕 회고록 등을 통해 또 다른 범죄와 가해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또 다시 이러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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