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95)-장량의 처세술과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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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95)-장량의 처세술과 리더십
  • 강신업
  • 승인 2021.01.0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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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처세술(處世術)의 국어사전적 표현은 ‘사람들과 사귀며 세상을 살아가는 수단’이다. 보통은 ‘상황에 맞는 약삭빠른 처신’이란 의미로 사용된다. 그래서 처세술에 능한 자들은 자신의 실제 능력이나 재주와 무관하게 출세가 빠른 경우가 많고, 그런 이유로 처세술은 마치 기회주의자들의 전유물인 듯 생각되는 수가 많다.

반면 리더십은 ‘조직이나 집단에 영향을 미치는 긍정적인 힘’으로 이해된다. 즉 집단이나 조직의 활동을 촉진하고 목적을 달성해 나가는 힘, 혹은 조직이나 집단의 공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단 구성원들이 목표 지향적인 행동을 하도록 집단의 상호작용을 돕는 지도자의 영향력을 의미한다.

그런데 처세술과 리더십은 서로 다른 듯 보이나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관계다. 처세술이 조직 속에서의 개인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리더십은 개인의 조직 내 행동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때문에 한 조직을 이끌어 가는 사람에게는 그의 처세술이 곧 리더십과 연결되게 마련이다. 또한, 리더십이라고 하는 것이 반드시 조직의 수장이나 우두머리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란 걸 생각하면 조직 내 모든 개인의 처세술은 리더십과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리더십은 인성이 동반된 높은 수준의 처세술이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상 최고 리더십을 보여준 사람 중 하나가 한 고조 유방의 책사 장량(張良)이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수많은 리더가 등장하는데 제왕만 90여 명에 제후는 200명이 넘고, 참모는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그런데 사마천은 그들 중 가장 이상적인 리더로 제왕은 전설 속의 황제 요·순을, 참모는 장량을 꼽았다. 요·순이 전설 속의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장량이 최고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장량은 누구인가. 본래 장량의 집안은 대대로 명문가였지만 진시황에 의해 조국이 망하자 진시황을 죽여 원수를 갚으려 했다. 그러나 진시황 암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후 그는 병법을 익혀 항우에게 크게 밀리던 유방을 도와 함양에 진격하고 ‘홍문의 회’에서 유방의 목숨을 구하는 등 많은 공을 세웠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전쟁의 신’ 한신이나 ‘위대한 재상’ 소하에 비해 그 역할이 크게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장량의 처세술과 리더십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그는 유방이 ‘장막 안에 앉아 천 리를 보는 사람’이라고 했을 만큼 세상을 읽고 전략을 짜는 데 능했지만 앞서지 않고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며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참모의 길을 걸었다. 그는 그저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였을 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 보이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일례로 그는 한 고조를 도와 나라를 일으켰지만, 자신의 공을 일절 내세우지 않았다. 한 고조 유방은 개국 공신 서열 1위에 소하를, 2위에는 조참을 지명했다. 막강한 무공으로 항우와의 모든 전투를 승리로 이끈 한신은 21위였다. 하지만 막상 유방의 책사였던 장량의 개국 공신 서열은 62위에 불과했다. 그런데 사실 이 점은 오히려 장량의 처세술이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그가 개국공신 서열에서 의도적으로 뒷자리를 차지해 유방과 뭇 경쟁자들의 의심을 피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장량의 처세술과 리더십의 극치는 그가 ‘물러남’과 ‘그침’의 도를 알았다는 데 있다. 그는 ‘성공한 자리에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성공불거(成功不居))와 ‘자신의 본분을 알고 그칠 줄을 안다’는 지지(知止))의 철학을 몸소 실천했다. 그는 끝없는 탐욕을 스스로 경계하고 권력자와 권력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 사실상 주인을 리드하되 드러나지 않는 처세로 천하를 평정했다. 그렇게 그는 나라를 세우고 그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지만, 자신의 공을 내세우며 권력자와 다투거나 다른 이와 다투지 않았다.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진 사람이라면 지위가 어떻든 그가 처한 자리에서 인성에 바탕을 둔 처세술과 리더십을 발휘하여 국리민복(國利民福))에 이바지해야 한다. 물론 장량을 본받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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