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변호사시험. 그리고 법.
상태바
[기고] 코로나. 변호사시험. 그리고 법.
  • 이성진
  • 승인 2021.01.04 11:4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0회 변호사시험을 당장 중단하라!
박은선 변호사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공동대표, 전 고등학교 교사
박은선
변호사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공동대표

법은 억울함을 해결하는 효과적 수단이다. 코로나 관련 정책들에 있어서도 그렇다. 코로나 시국에 질병청 방침에 따라 응시권을 박탈당한 제 시험의 확진자인 응시생 등은 억울함을 해결하고자 법을 무기로 삼았다.

시험 목전에서 확진판정을 받은 69명의 임용고사 응시생들은 병원이나 생활치료시설에서 시험을 본 수능시험 응시자들과 달리 시험장에 들어설 수조차 없었다. 이들은 억울함을 법에 호소했다. 집단소송 전문 법무법인 산하의 도움을 받아 교육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소송 준비에 돌입했다. 세무사시험 응시생들은 보다 발빠르게 움직였다. 자가격리자까지 응시가 금지되자 이들은 법무법인 해율의 이충윤 변호사의 도움 속에서 추후 이에 관한 국가배상과 헌법소원 등을 청구하겠단 내용증명을 보냈고 곧 자가격리자 응시 방안이 마련됐다.
 

시행 전날에도 제10회 변호사시험 응시자들이 일단 멈춤을 요청하는 이유

그리고 내일(5일) 시행예정인 제10회 변호사시험의 3500여 명의 응시생들 역시 억울함을 법적수단으로 해결하려 노력해오고 있다. 1일 확진자가 천 명을 넘으며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할 만큼 코로나 재난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임에도 법무부의 변호사시험 방역 관리 방안이 너무도 무책임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까지 법무부의 시험 관리 방안에서 무엇보다 문제는 확진자와 사후자가격리자(시험기간 중 확진자 발생에 따라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는 확진자 주변의 응시자들)의 응시권 박탈에 있었다. 변호사시험에서도 확진자는 응시금지다. 그런데 변호사시험엔 응시 횟수 제한이 있어 확진자는 시험도 못 보고 시험기회 1/5을 날리게 된다. 또 법무부 담당자는 사후자가격리자도 응시가 금지된다고 알려왔고, 시험법전까지 돌려쓰는 상황에서 시험장 방역엔 불안요소가 너무 많았다.

이에 응시생들은 철저한 대책 마련 촉구와 함께 이를 위한 시간부족을 고려해 일단 시험을 연기할 것을 요구했지만 법무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이들은, 지난 30일 김정환 변호사, 방효경 변호사 등을 대리인으로 해 확진자의 응시권 박탈 및 확진 응시자의 응시횟수 차감 등이 직업의 자유를 넘어 생명권까지 침해한단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더불어 시험 유보를 간청하는 가처분도 제기했다. 헌법소원과 가처분, 아니 이를 통해 드러난 변호사시험 응시생들의 억울함이 법무부를 흔든 걸까. 2일 법무부는 새 ‘변호사시험 방역관리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응시생들은 안도할 수 없었다. 확진자 응시는 여전히 금지고, 그의 응시기회 차감에 대해 법무부는 “추가 시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 등 구제 수단을 적극 마련할 계획”이라고 하나 이는 말 그대로 계획일 뿐 확답은 아니니 그랬다. 사후격리자에 대해서는 별도 건물에서 응시를 보장한다고 했으나 추가 시험장에 대한 구체적 구상은 없었고 앞서 사후격리자들을 한 교실에 모아놓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어 오히려 격리 중에 확진자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시험장 방역 방침도 부족했다. 법전을 시험기간 내내 각자 소지하게 한다는 대안은 ‘부정행위 우려’ 비판에, 점심식사를 시험장 밖에서 하게 한단 대안은 ‘시험장 밖에서의 거리두기 통제 방안 결여’ 비판에 직면했다. 또 책상별 가림막은 여전히 준비되지 않았다.

급기야 연세대와 중앙대 시험장 등에서 확진자까지 나왔다. 관련 기사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연대 로스쿨 건물에서 근무하는 미화원 1명이, 그 달 31일 변호사시험 응시생 10명이 이미 입주한 기숙사에 사는 학생 3명(로스쿨 1학년생 포함)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연대의 경우, 로스쿨 건물에 열람실이 있어 감염된 응시자가 시험장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로스쿨 건물인 광복관은 시험장인 백양관과 불과 15미터 거리다. 중대의 경우, 기숙사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에서 이미 입주한 응시생들이 확진자들을 마주쳤을 수 있다. 특히 로스쿨 1학년인 한 확진자와는 수업을 같이 들었을 가능성까지 있다. 그러나 연대와 중대 모두 해당 건물을 거친 이들에게 코로나 검사를 ‘안내’하고 ‘권고’할 뿐 강제하진 않았고 지자체의 대대적인 역학 조사도 없었다. 이에 변호사시험 관련 커뮤니티에선 “권고라서 로삼(로스쿨 3년생)은 그냥 (변호사시험을) 보러오지 않을까 싶다”와 같은 말이 오가고, 한 뉴스에서 중대 시험장을 배정받은 응시예정자는 “검사를 안 받고 ‘시험 보는 5일만 버티겠다, 해열제 먹고 버티겠다’ 하면서 숨어들 게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결국 응시자들은 또다시 법의 문을 두드리기로 했다. 세무사시험에서 활약한 이충윤 변호사 소속의 법무법인 해율을 중심으로 위 헌법소원을 제기한 변호사들과 한국청년변호사회 변호사들까지 힘을 합쳤다. 이들은 4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각 지자체에 전달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 대응 지침’과 그 근거인 감염법예방법 제6조, 제18조, 제34조의2 등에 따라 질병청장과 지자체장 등에게 변호사시험 시험장에 대한 대대적인 감염 역학조사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해태했다며 그 의무 이행을 요청하는 심판을 청구함과 동시에 관련한 가처분 신청을 했다. 또 법무부에, 대책 마련 없이 시험 강행시 추후 국가배상 등을 청구할 것을 내용증명으로 전달했다.

아무리 행정에 많은 재량이 인정되고 코로나 시국에선 더욱 그렇다 하여도 그것이 기본권 침해에 이르러선 안 된다. 변호사시험 시행을 하루 앞둔 오늘까지도 응시자들은 권리 위에 잠자지 않고 행정심판 청구 및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응시자들이 시험장을 통한 대대적인 감염을 두려워하고 현 상황을 억울해하고 있다면 시험이 임박했대도 지금이라도 ‘일단 멈춤’을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대로는 부족하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일단 멈추고 철저한 대책 마련 후 다시 제10회 변호사시험을 실시해야만 한다.

<덧붙이는 말> 위 글을 쓴 저는 관련한 헌법소원 등에 참여한 변호사들 중 1인입니다. 바로 내일부터 제10회 변호사시험이 시행 예정이지만, 그에 따라 예정대로 시험보길 원하는 수험생들도 상당수 있겠지만, 모쪼록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지금이라도 긴급하게 관련 가처분들을 인용하여 시험을 일단 중지해 주시기를, 법무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또 중지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변호사시험장이 '제2의 동부구치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박은선 변호사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공동대표)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ㅉㅉ 2021-01-04 20:52:14
그럴줄 모르고 로스쿨 갔노?

꾸벅 2021-01-04 12:28:56
감사합니다 이대로 강행하면 어디 시험 끝나고 보자 법무부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