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축년, 소걸음처럼 우직하게 희망 품고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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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축년, 소걸음처럼 우직하게 희망 품고 걸어가자
  • 법률저널
  • 승인 2020.12.3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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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저무는 해였다. 새해를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한 해가 저물었다.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말이 올 한 해를 완전히 덮은 해였다. 전쟁 중에도 치렀다던 공무원 시험이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시험을 닷새 앞두고 전격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험 연기라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태에 직면하면서 인사혁신처나 수험생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대다수 수험생은 ‘디데이(D-day)’에 맞춰 공부했던 터라 갑작스러운 시험 연기로 공부 리듬이 무너지고 나아가 멘탈마저 붕괴되기도 했다. 인사처는 다시 새로운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을 꾸려 합숙출제에 들어가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이미 인쇄됐던 약 1만3천 명에 해당하는 문제책도 전량 폐기해야 했고, 시험일정을 다시 짜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시험일정이 차례로 밀린 탓에 올 연말에서야 시험일정이 모두 종료됐다. 수험생이나 인사처 모두 일 년 내내 시험에 매달린 셈이다.

쉴 틈도 없이 또 새해가 다가왔다.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으로 육십 간지 중 38번째 해로, ‘하얀 소의 해’이다. 전통적으로 흰 소는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새해는 흰 소의 의미처럼 상서로운 일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물론 새해에도 코로나19의 파고는 여전하겠지만, 둥그렇고 단단한 소의 발굽은 지저분하고 젖은 땅에 오래 서 있어도 상처가 나지 않듯이 우직하게 희망을 품고 한걸음 씩 걸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의 특징처럼 강한 인내심으로 한 걸음 한 걸음씩 쉬지 않고 만 리를 걸어가듯이 단단한 뚝심으로 노력하는 소는 인내심으로 목표를 바라보며 부지런히 나아간다면 바라는 꿈이 현실이 될 것이다.

수험생들에게는 ‘공정’ ‘기회균등’ ‘계층역전’이 주요 화두다. 공정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채용 비리와 병역 비리, 탈세, 입시제도 등 사회 전반의 불공정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등 채용비리는 구조적이고 뿌리 깊은 병폐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화 과정에서 불거진 고용 세습은 취업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대다수 20‧30세대에게 깊은 불신과 좌절감을 안기는 적폐이자 사회 정의의 근간을 파괴하는 일이다. 최근 공공기관 ‘캠코더(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도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표가 무색할 지경이다.

기회균등이 ‘공정사회’ 실현의 근간이다. 공무원 시험의 공채는 ‘공정한 사회’의 요체다. 따라서 공무원 공채는 더욱 확대해야 한다. 최근 공직사회의 다양성을 내세우며 점차 많아지고 있는 공무원 특채는 기회의 균등과 공정의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공무원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무원 특채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공채는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무의미한 스펙 경쟁, 학벌과 배경이라는 유리천장 아래 청년들이 실력으로 승부를 겨룰 기회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더욱 공정한 도전, 투명한 도전, 금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정직하게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과정의 가치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국민의 뜻을 행동으로 받들기 바란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20대의 불안과 고민을 덜어주고 자유로운 계층이동의 돌파구를 찾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세상과 단절한 채 1.5평짜리 고시원 방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으려고 머리를 싸매고 비장한 각오로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공정한 기회의 문이 활짝 열려야 한다. 2021년이야말로, 공정한 기회와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진다’는 확신을 원하는 청년 세대의 염원에 제대로 응답하는 원년이 돼야 할 것이다. 새해에도 코로나19와 힘겹게 싸워야 하지만, ‘희망’이라는 두 글자 꼭 붙들고 모든 일이 소걸음처럼 한 걸음 한 걸음씩 순조롭게 나아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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