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94)-문재인의 역적 VS 국민의 역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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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94)-문재인의 역적 VS 국민의 역적
  • 강신업
  • 승인 2020.12.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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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청와대가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김 후보자가 공수처의 중립성을 지키며 권력형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하고, 또 공수처가 인권 친화적 반부패 수사기구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한다”는 발표를 했다.

그런데 “권력형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을 청와대로 불러 검찰총장 임명장을 주면서 했던 말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총장님” 운운하며 “살아 있는 권력에도 성역 없는 수사를 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우직한 윤석열 총장은 대통령의 특별한 당부를 받아 그야말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성역 없는 수사를 하고자 밤낮없이 노력했다. 그러나 윤석열은 여기서 ‘살아 있는 권력’은 ‘문재인 편은 빼고’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그 눈치 없었던 대가를 톡톡하게 치러야 했다. 윤석열을 잡기 위해 특별히 투입된 문재인의 사냥개들은 윤석열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험하게 달려들었다. 법원과 국민이 지켜주지 않았다면 윤석열은 벌써 문재인 사냥개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

김진욱에 대한 청와대의 기대 섞인 찬사를 들으면서 윤석열이 떠오르는 건 기시감 때문이다. 청와대의 사탕발림 찬사가 말 그대로 허언이라는 것은 윤석열 총장의 예에서 충분히 드러났다. 김진욱이 정권을 향해서 꼬리를 흔들면 무사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눈치 없이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려 하다가는 문재인 사냥개들에게 물려 피를 낭자하게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확인되었다.

물론 김진욱이 윤석열과 같은 성역 없는 수사를 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권력수사를 해야 하는 공수처장 자리에 수사 경험 한 번 없고 기관장 경험 한 번 없는 사람을 앉혔다는 것 자체가 이미 권력에 대해 수사를 하지 말라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지금 야권은 여권이 차장이나 검사들을 민변 출신 등 친정권 인사를 앉혀 공수처를 장악하고 정권호위부로 만들려 한다는 의심을 하고 거두지 않고 있다. 야권뿐 아니라 국민도 김진욱의 경력과 행보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한다. 먼저 판사 출신이라고는 하나 고위직을 지낸 것도 아니고 일관되게 판사의 길을 걸어온 것도 아니다. 그는 법복을 벗고 김앤장 변호사로 일한 적이 있는데다가 대한변협에서도 이사나 대변인 등을 지낸 것이 아니라 월급 받고 직원 역할을 하는 사무차장을 지냈을 뿐이다. 더구나 공수처장 지명 당시에도 수사기관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헌법재판소 선임연구위원으로 있었다. 김진욱이 어떻게 해서 공수처장 후보가 되었는지는 법조계에서도 의아해하고 있다. 경력을 봐도 공수처장에 어울릴만한 것이 없다. 대한변협 추천이라고는 하지만 허울일 뿐이고 강골 윤석열에게 데인 정권에서 말랑말랑하고 다루기 쉬운 김진욱을 미리 낙점한 후 대한변협 포장지를 둘러 후보로 올렸다는 설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경위야 어쨌든 김진욱은 이제 초대 공수처장이다. 인사청문회쯤이야 문재인이 간단히 무시할 테니 김진욱 대한민국 공수처장은 이미 탄생한 것이다. 김진욱에겐 더없는 영광일 수 있다. 그러나 김진욱은 알아야 한다. 김진욱의 행보는 일거수일투족이 주시될 것이고 그때마다 윤석열 총장과 비교될 것이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권의 갖은 모욕과 압박을 무릅쓰고 정권 눈치를 보지 않고 강단 있는 수사를 하며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신조로 문재인 정권의 비리에 대해서도 성역 없는 수사를 했다. 그 결과 그는 ‘문재인의 역적’이 되었지만 ‘국민의 충신’이 되어 현재 대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진욱에게도 두 갈래 길이 있다. 윤석열처럼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권비리, 권력비리를 수사하여 ‘문재인의 역적’이 될 것인가, 아니면 문재인의 사냥개가 되어 ‘국민의 역적’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선택은 김진욱 본인의 몫이다. 그러나 김진욱이 명심해야 할 것은 ‘문재인의 충신’이 된다면 잠시 일신의 영달과 부귀영화를 누릴 수는 있겠지만 ‘국민의 역적’이 되어 그 후과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모쪼록 김진욱이 오래 사는 길을 가길 바란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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