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현행범체포의 적법성과 압수물의 증거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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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현행범체포의 적법성과 압수물의 증거능력
  • 이창현
  • 승인 2020.12.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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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례 1]

甲은 메스암페타민(이하 ‘필로폰’이라 한다)을 구입하기 위해 노모(老母) A의 예금통장을 몰래 가지고 나와 ATM기에 넣고 비밀번호를 무작위 입력하는 방법으로 1억원을 자기계좌로 이체하는 것에 성공한 후 그 통장을 원래의 자리에 갖다 놓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는 甲에게 “이제 너한테 줄 돈은 없다. 내 집에서 나가라”고 하며 甲을 집에서 내쫓았다. 크게 상심한 甲은 필로폰을 판매하는 친구 乙을 만나 통장에 현금만 수억원을 보유한 A가 자신을 미워하여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려 한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와 함께 A가 인터넷뱅킹을 한다는 사실도 甲으로부터 들은 乙은 친구 丙, 丁과 함께 A의 돈을 강취하기로 하고, 乙과 丙이 15:00경 A의 집에 들어가 A를 협박하여 은행마감시간 직전에 A로 하여금 돈을 丁의 통장으로 이체하도록 하면 丁은 은행에 대기하다가 이를 인출하기로 하는 계획을 세웠다.

다음 날 14:30경 계획대로 乙과 丙은 A의 집으로 가고 丁은 은행으로 갔다. 그러나 은행과 그 주변에 의외로 너무 많은 CCTV가 설치되어 있음을 확인한 丁은 자신의 범행이 쉽게 발각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은행을 벗어나 집으로 향하며, 14:45경 乙과 丙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인출할 수 없으니 범행을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말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 즈음에 이미 휴대폰의 전원을 차단한 乙과 丙은 丁의 거듭된 전화를 받지 못한 채, 15:00경 A의 집에 침입하여 준비해 간 회칼로 A를 위협하여 계획한 대로 돈을 이체하게 되었다. 다만 1일 최대 이체액이 1억원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1억원을 이체하는데 그쳤다.

그 후 A의 집을 벗어난 乙과 丙은 전화상으로 丁이 돈을 인출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는 丁에게 빨리 은행 앞으로 오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은행 앞으로 온 丁은 너무 많은 CCTV 등을 언급하며 돈의 인출을 포기하자고 하였다. 그러자 화가 난 乙은 丙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丁에게 큰소리로 욕을 하며 다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때 인근을 지나가던 사법경찰관 P와 Q는 乙과 丁이 서로 ‘또라이 새끼’ 등과 같은 심한 욕설을 주고받으며 싸우는 모습을 목격하였고, 급기야 丁이 乙에게 “너, 오늘도 뽕 맞았냐? 그만해라”고 하자, 세 사람에게 다가가 적법하게 불심검문을 하였다.

그러자 당황한 乙과 丙이 급히 도주하기 시작하자, P는 Q로 하여금 이들을 뒤쫓게 한 후, 丁에게 신분증을 보자고 하였다. 그러나 丁은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 슬슬 도주할 기미를 보였다. 이에 P는 적법하게 丁을 모욕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면서, 주변에 있던 많은 목격자들 중 두 사람의 전화번호도 확보하여 두었다. 한편 乙과 丙이 흩어져 도주하자 乙의 뒤를 쫓아가던 Q는 乙이 도주하면서 꺼낸 어떤 물건을 담벼락의 틈새에 끼워 넣는 것을 목격하였다. 결국 乙을 검거하는데 실패한 Q는 돌아오는 길에 그 담벼락의 틈새에서 작은 비닐봉투를 발견하였고, 그 속에 필로폰이 들어 있음을 확인하자, 이를 압수하였다.

1. P의 丁에 대한 현행범체포는 적법한가? (20점)

2. Q가 압수한 필로폰은 증거능력이 있는가? (20점)

(2017년 제1차 모의시험 사례형 제1문)

Ⅰ. 현행범체포의 적법성

1. 문제의 제기

丁에 대해 모욕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였으므로 먼저 모욕죄가 친고죄이기에(형법 제312조 제1항) 고소가 아직 없는 경우에도 수사가 허용되는지를 살펴보고, 다음으로 사안에서 적법하게 丁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고 하므로 현행범체포의 절차는 적법한 것으로 보고 현행범체포의 요건도 적법한지를 살펴본다.

2. 친고죄에서 고소 전 수사의 가부 (8점)

친고죄에 있어서 고소는 소송조건이고 고소가 없는 상태에서 과연 수사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나뉜다.

학설로 ① 전면허용설은 소송조건은 범죄성립과는 관계가 없으므로 당연히 수사가 허용된다는 견해이고, ② 전면부정설은 수사는 공판절차를 전제로 하므로 고소의 가능성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없으면 수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견해이고, ③ 원칙적 허용설은 고소가 없는 경우에도 수사가 허용되지만 예외적으로 고소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견해이고, ④ 예외적 허용설은 고소가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수사할 수 없으며 예외적으로 당장 수사하지 않으면 중요한 증거를 수집할 수 없는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견해이다. 판례는 원칙적 허용설과 같은 입장이다.1) 검토하면 친고죄에 대해 고소를 소송조건으로 한 취지와 수사의 현실적 필요성을 고려할 때에 고소의 가능성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수사가 가능하여야 할 것이므로 다수설과 판례의 입장인 원칙적 허용설이 타당하다.

3. 현행범체포의 요건 (10점)

현행범이란 범죄의 실행 중이거나 실행의 즉후인 자를 말하며(형사소송법 제211조 제1항), 현행범은 아니어도 범인으로 호창되어 추적되고 있는 때 등에 해당되는 준현행범도 현행범으로 간주된다(동조 제2항).

현행범은 영장주의 원칙의 예외로 인정되어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는데(제212조), 그 요건으로는 ① 현행범이 체포시에 특정범죄의 범인임이 명백하여야 하고(범죄의 명백성), ②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 또는 도망의 우려가 있고(체포의 필요성, 구속사유), ③ 사건과 기대되는 형벌에 비추어 체포가 상당해야 한다(비례성의 원칙, 제214조). 체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학설로 Ⓐ적극설(구속사유필요설)은 현행범체포가 영장주의의 예외로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므로 긴급체포에서와 같이 체포의 필요성을 요한다는 견해이고, Ⓑ소극설(구속사유불요설)은 명문의 규정이 없고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에서도 체포의 필요성을 그 요건으로 하지 않음을 이유로 체포의 필요성은 요하지 않는다는 견해이고, Ⓒ절충설은 현행범체포는 범죄혐의가 명백함에도 도망의 염려가 있을 때 수사확보를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도망의 염려는 필요하고 증거인멸의 위험은 불필요하다는 견해이다. 판례는 적극설의 입장이다.2) 검토하면 영장주의의 예외라는 점에서 긴급체포에서와 같이 체포의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는 적극설이 타당하다.

위와 같이 현행범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수사주체의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잃지 않은 한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2점)3)

친고죄에서 고소가 있기 전의 수사에 대해서는 乙이 고소인의 입장에서 丁과 서로 심하게 다툰 것을 보면 고소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강제수사인 체포가 고소 전에 이루어졌다고 하여도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음으로 현행범체포의 요건에 대해서 丁이 사법경찰관 P와 Q 및 주변의 많은 목격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한 욕설을 주고받으며 싸웠기에 범죄의 실행 중이나 즉후에 해당되어 범죄의 명백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①丁의 모욕범행은 乙과 다투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시적, 우발적인 행위로서 그 자체는 사안이 경미하나 강도예비죄 등의 추가범죄에 대한 수사가 우려되는 상황이고, ②이미 乙과 丙이 급히 도주를 하였고, ③丁이 신분증 제시요구에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 슬슬 도주할 기미를 보였던 점 등을 보면 丁에게 도주우려가 있어 체포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마지막으로 모욕죄는 다액 5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해당하는 죄도 아니기에(형법 제311조) 비례성의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법경찰관 P가 위와 같은 체포당시의 상황에서 丁을 현행범체포한 것은 그 요건에 대한 판단에 상당한 합리성이 인정되고 체포절차도 적법하므로 위 현행범체포는 적법하다.

Ⅱ. 압수물의 증거능력

1. 문제의 제기

사법경찰관 Q가 乙의 뒤를 쫓아가던 중 乙이 도주하면서 주머니에 있던 필로폰을 꺼내어 담벼락의 틈새에 끼워 넣은 것을 확인하고 영장없이 압수하였기에 체포현장에서의 압수수색과 범죄장소에서의 압수수색에 해당하는 여부를 검토하여 필로폰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2. 영장없는 압수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

가. 압수수색에서의 영장주의의 예외와 압수물의 성격 (3점)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아야 함이 원칙이나(형사소송법 제215조) 긴급성 등을 고려하여 일정한 경우에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필로폰은 乙이 도주 중에 의도적으로 담벼락의 틈새에 끼워 넣었던 것으로 의사에 반한 점유이탈이 없었으므로 유류물에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임의제출물에도 해당하지 않아 ‘유류물 또는 임의제출물의 압수’를 할 수는 없다(제218조).

나. 체포현장에서의 압수수색 (9점)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없이 체포현장에서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

체포현장은 체포행위와 압수수색 사이에 시간적 접착성이 있는 장소이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학설은 ① 체포행위와 압수수색이 시간적으로 접착되어 있으면 족하다는 체포접착설, ② 압수수색 당시에 피의자가 현장에 있으면 족하다는 체포현장설, ③ 압수수색 당시에 피의자가 현장에 있고 체포에 착수할 것을 요한다는 체포착수설, ④ 피의자가 현실적으로 체포되었을 것을 필요로 한다는 체포실현설로 나뉘고, 판례는 체포착수설의 입장이다.4) 검토하면 형사소송법이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제216조 제1항) 수사기관이 최소한 체포에 착수하여야 할 것이므로 체포착수설이 타당하다.

그리고 체포현장의 장소적 범위는 원칙적으로 피의자의 신체와 그의 직접적인 지배하에 있는 장소로 제한하여야 하겠지만 체포되는 과정에서 도주하는 경우에는 그 이동경로와 최종적으로 체포된 장소까지 모두 체포현장에 포함된다고 하겠다.

사안에서 乙은 丁과 함께 모욕죄의 현행범이고 필로폰투약의 혐의까지 받는 상태에서 급히 도주하였으므로 현행범체포와 긴급체포의 요건에 해당하고, 도주하는 乙을 추격할 때에 이미 체포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 시간적 접착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도주가 계속되는 중에 乙이 담벼락의 틈새에 필로폰을 끼워 넣었기에 필로폰을 압수한 장소도 체포현장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다. 범죄장소에서의 압수수색 (6점)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죄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 이는 체포를 전제로 하지 않는 경우이므로 체포실현설에 따라 체포현장에서의 압수수색에 해당되지 않아도 가능하게 된다.

시간적 범위는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이어야 하고, 장소적 범위는 범죄장소이다. 판례에 의하면 교통사고 발생시각으로부터 사회통념상 범행직후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내라면 사고현장으로부터 곧바로 후송된 병원 응급실 등의 장소도 범죄장소에 준한다고 보고 있다.5)

사안에서 필로폰은 소지 자체가 범죄이므로 乙이 소지하다가 도주 중의 담벼락 틈새에 필로폰을 끼워 넣었고, 추격하다가 검거에 실패한 Q가 돌아오는 길에 위 담벼락 틈새에서 필로폰을 압수한 것은 범죄장소에서의 압수수색으로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3. 결 론 (2점)

乙이 필로폰 투약혐의로 받고 있는 상태에서 乙이 숨겨놓은 필로폰을 압수한 것이기에 압수수색의 일반적인 요건인 ① 범죄혐의의 정황, ② 필요성과 관련성, ③ 비례성의 원칙도 충족한다고 보이므로 체포현장에서의 영장없는 압수수색이 가능하며, 만일 그렇지 않는 경우라도 범죄장소에서의 영장없는 압수수색이 가능하다.

따라서 체포현장에서의 압수수색의 경우에는 지체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야 하고, 이 경우에 그 청구는 체포한 때로부터 48시간 이내에 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17조 제2항). 그리고 범죄장소에서의 압수수색의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제216조 제3항 후문). 이와 같이 사후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으면 압수한 필로폰에 대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6)

[사례 2]

甲과 乙은 사람이 많은 대로변에서 격하게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행인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사법경찰관 P와 Q는 甲이 乙에게 “이 또라이 새끼, 나한테도 마약을 팔려고, 너 또 뽕 맞았지.”라고 말하자, 乙을 마약관련사범으로 판단하고, 甲, 乙에게 다가가 사법경찰관임을 밝혔다. 이에 乙이 갑자기 도주하자, Q는 乙을 체포하기 위하여 추격하고, P는 甲에게 신원확인을 요구하였으나 甲은 죄가 없다며 거부하였다. P는 甲에게 미란다원칙을 고지한 후 甲을 모욕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였다.

한편 Q는 乙을 체포하는데 실패하였지만 그가 도주하면서 급히 인근의 공중전화기 부스 안에 숨기고 간 메트암페타민(이하 ‘필로폰’이라 함) 3g을 찾아내 증거물로 압수하였다.

1. 甲에게 모욕죄가 성립할 경우, P의 甲에 대한 현행범인체포는 적법한가? (10점)

2. 乙이 필로폰 소지 혐의로 기소되어 위 필로폰이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위 필로폰은 증거능력이 있는가? (15점)

(2015년 제57회 사법시험 2차 제2문의2)

Ⅰ. 현행범체포의 적법성

1. 문제의 제기

甲에 대한 현행범체포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모욕죄가 친고죄이기에(형법 제312조 제1항) 고소가 아직 없는 경우에도 수사가 허용되는지를 살펴보고, 미란다원칙을 고지한 후 체포하였다고 하여 절차는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보여지므로 현행범체포의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통해 살펴본다.

2. 친고죄에서 고소 전의 수사 가능성 여부

친고죄에 있어서 고소는 소송조건이고 고소가 없는 경우에 과연 수사가 허용되는지에 대하여 학설로 ① 전면허용설은 소송조건은 범죄성립과는 관계가 없으므로 당연히 수사가 허용된다는 견해이고, ② 전면부정설은 수사는 공판절차를 전제로 하므로 고소의 가능성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없으면 수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견해이고, ③ 원칙적 허용설은 고소가 없는 경우에도 수사가 허용되지만 예외적으로 고소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견해이고, ④ 예외적 허용설은 고소가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수사할 수 없으며 예외적으로 당장 수사하지 않으면 중요한 증거를 수집할 수 없는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견해이다. 판례는 원칙적 허용설과 같은 입장이다.7) 검토하면 친고죄에 고소를 소송조건으로 한 취지와 수사의 현실적 필요성을 고려할 때에 다수설과 판례의 입장인 원칙적 허용설이 타당하다.

사안에서 甲과 乙은 대로변에서 격하게 말다툼을 계속하다가 甲이 乙에게 욕을 하면서 ‘또 뽕 맞았지’라고 말을 하는 바람에 乙이 경찰관들로부터 마약관련사범으로 판단되어 수사를 받을 상황이 되자 갑자기 도주한 것을 보면 乙의 고소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강제수사인 체포가 고소 전에 이루어졌다고 하여도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3. 현행범체포의 요건

현행범이란 범죄의 실행중이거나 실행의 즉후인 자를 말하며(형사소송법 제211조 제1항), 준현행범도 현행범으로 간주된다(동조 제2항).

현행범은 영장주의 원칙의 예외로 인정되어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는데(제212조), 그 요건으로는 ① 현행범이 체포시에 특정범죄의 범인임이 명백하여야 하고(범죄의 명백성), ②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 또는 도망의 우려가 있고(체포의 필요성), ③ 사건과 기대되는 형벌에 비추어 체포가 상당해야한다(비례성의 원칙, 제214조).

체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 명문의 규정이 없고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에서도 체포의 필요성을 그 요건으로 하지 않음을 이유로 소극설(구속사유불요설)이 주장되기도 하지만 Ⓑ 현행범체포가 영장주의의 예외로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므로 긴급체포에서와 같이 체포의 필요성을 요한다는 적극설(구속사유필요설)과 판례의 입장8)이 타당하다.

위와 같이 현행범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수사주체의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잃지 않은 한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사안에서 甲이 사람이 많은 대로변에서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사법경찰관 P와 Q 등이 지켜보는데도 위와 같은 말을 하여 모욕죄가 성립한 직후이기에 범죄의 실행 즉후에 해당되어 범죄의 명백성은 인정된다고 하겠지만 ① 甲은 신원확인 요구에 죄가 없다며 거부하였을 뿐이고 乙과 달리 도주하지도 않았고, ② P와 Q뿐만 아니라 도로변의 행인들이 모욕행위를 직접 들었으므로 도망이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① 사안 자체가 경미할 뿐만 아니라 ② P도 처음에는 甲에 대한 모욕죄 수사보다는 乙의 마약수사를 위해 신원확인을 요구하였을 뿐인 점을 보면 비례성의 원칙에도 반하여 체포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수사주체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었다고 할 것이므로 현행범체포는 그 적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9)

4. 결 론

친고죄에서 고소가 있기 전의 수사에 대해서는 판례와 같이 원칙적 허용설의 입장에서 乙의 고소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강제수사인 체포도 가능하다.

그러나 P가 甲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면서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여 현행범체포의 절차(형사소송법 제213조의2, 제200조의5)가 적법하더라도 현행범체포의 요건에서 체포의 필요성과 비례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결국 현행범체포는 위법하다고 판단된다.

Ⅱ. 압수물의 증거능력

1. 문제의 제기

사법경찰관 Q가 乙을 체포하기 위하여 추격하던 중 乙이 도주하면서 급히 인근의 공중전화기 부스 안에 숨기고 간 필로폰을 찾아내 증거물로 압수하였기에 체포현장에서의 압수수색과 범죄장소에서의 압수수색에 해당하는 여부를 검토하여 필로폰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2. 영장없는 압수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

가. 압수수색에서의 영장주의의 예외와 압수물의 성격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아야 함이 원칙이나(형사소송법 제215조) 긴급성 등을 고려하여 일정한 경우에 영장주의의 예외가 인정된다.

필로폰은 乙이 도주하면서 의도적으로 공중전화기 부수 안에 숨기고 간 것을 찾아낸 것이어서 의사에 반한 점유이탈이 없었으므로 유류물에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임의제출물에도 해당되지 않아 ‘유류물 또는 임의제출물의 압수’를 할 수는 없다(제218조).

나. 체포현장에서의 압수수색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없이 체포현장에서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

체포현장은 체포행위와 압수수색 사이에 시간적 접착성이 있는 장소이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학설은 체포행위의 단계에 따라 ① 체포접착설, ② 체포현장설, ③ 체포착수설, ④ 체포실현설로 나뉘고, 판례는 체포착수설의 입장이다.10) 검토하면 형사소송법이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제216조 제1항) 수사기관이 최소한 체포에 착수하여야 할 것이므로 체포착수설이 타당하다. 그리고 체포현장의 장소적 범위는 원칙적으로 피의자의 신체와 그의 직접적인 지배하에 있는 장소로 제한하여야 하겠지만 체포되는 과정에서 도주하는 경우에는 그 이동경로와 최종적으로 체포된 장소까지 모두 체포현장에 포함된다고 하겠다.

사안에서 乙은 甲의 모욕행위를 통해 수사기관으로부터 마약관련사범으로 판단된 상태에서 조사 및 검거를 피해 급히 도주하였으므로 현행범체포와 긴급체포의 요건에 해당되고, Q가 도주하는 乙을 체포하기 위해 추격할 때에 이미 체포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 시간적 접착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도주가 계속되는 중에 乙이 도주 장소 인근의 공중전화기 부스 안에 필로폰을 숨겼기에 필로폰을 압수한 장소도 체포현장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

다. 범죄장소에서의 압수수색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죄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 이는 체포를 전제로 하지 않는 경우이므로 체포실현설에 따라 체포현장에서의 압수수색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라도 가능하게 된다.

시간적 범위는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이어야 하고, 장소적 범위는 범죄장소이다. 판례에 의하면 교통사고 발생시각으로부터 사회통념상 범행직후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내라면 사고현장으로부터 곧바로 후송된 병원 응급실 등의 장소도 범죄장소에 준한다고 보고 있다.11)

사안에서 필로폰은 소지행위 자체가 범죄이므로 乙이 소지하다가 도주 중의 공중전화기 부스 안에 필로폰을 숨겼고, 이를 추격 중이던 Q가 찾아내 압수하였기에 범죄장소에서의 압수수색으로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3. 결 론

乙이 수사기관으로부터 마약관련사범으로 조사를 받아야 할 상황에서 乙이 숨겨놓은 필로폰을 압수한 것이기에 압수수색의 일반적인 요건인 ① 범죄혐의의 정황, ② 필요성과 관련성, ③ 비례성의 원칙에도 충족한다고 보이므로 체포현장에서의 영장없는 압수수색이 가능하며, 만일 그렇지 않는 경우라도 범죄장소에서의 영장없는 압수수색이 가능하다.

그런데 체포현장에서의 압수수색의 경우에는 지체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야 하고, 이 경우에 그 청구는 체포한 때로부터 48시간 이내에 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17조 제2항). 그리고 범죄장소에서의 압수수색의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제216조 제3항 후문).

사안에는 사후에 영장발부에 관한 언급이 없는데 위와 같이 사후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것을 전제로 압수한 필로폰에 대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으며, 만일 압수수색영장을 절차에 따라 발부받지 못하였다면 필로폰은 영장주의에 위반하여 위법수집증거가 되므로(제308조의2)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게 된다.

각주)-----------------
1) 대법원 2011.3.10.선고 2008도7724 판결; 대법원 1995.2.24.선고 94도252 판결. 
2) 대법원 2018.3.29.선고 2017도21537 판결; 대법원 2017.4.7.선고 2016도19907 판결; 대법원 2011.5.26.선고 2011도3682 판결.
3) 형식상으로는 결론의 배점이 적지만 각각의 쟁점에 대한 배점에는 사안의 적용 부분까지 포함되었음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4) 대법원 2017.11.29.선고 2014도16080 판결, <(경찰관들이 노래연습장에서의 주류 판매에 대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여 위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노래연습장 내부를 수색하자, 영업주가 물리력을 행사해 저지한 행위를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한 사건에서) 경찰관들의 행위는 ①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이 정한 ‘긴급을 요하여 법원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② 또한 현행범체포에 착수하지 아니한 상태여서 제216조 제1항 제2호, 제212조가 정하는 ‘체포현장에서의 압수․수색’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영장없는 압수․수색업무로서의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
5) 대법원 2012.11.15.선고 2011도15258 판결,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피의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는 경우에 피의자의 신체 내지 의복류에 주취로 인한 냄새가 강하게 나는 등 형사소송법 제211조 제2항 제3호가 정하는 범죄의 증적이 현저한 준현행범인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고, 교통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사회통념상 범행 직후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내라면, 피의자의 생명․신체를 구조하기 위하여 사고현장으로부터 곧바로 후송된 병원 응급실 등의 장소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의 범죄장소에 준한다 할 것이라고 판단한 사례>
6) 사안에서 사후영장을 발부받았다는 내용이 없기에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영장없는 압수수색이 적법하므로 사후영장을 발부받는 것을 전제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결론도 가능하며 이것이 더욱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7) 대법원 2011.3.10.선고 2008도7724 판결; 대법원 1995.2.24.선고 94도252 판결. 
8) 대법원 2018.3.29.선고 2017도21537 판결; 대법원 2017.4.7.선고 2016도19907 판결; 대법원 2011.5.26.선고 2011도3682 판결.
9) 甲의 신원확인 거부로 인적사항이 밝혀지지 않아서 도망우려로 체포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이에 따라 비례성의 원칙에도 반하지 않아 체포당시의 상황에서 甲을 현행범체포한 것은 상당한 합리성이 인정되고 미란다원칙도 고지되어 현행범체포는 적법하다고 볼 수도 있다.   
10) 대법원 2017.11.29.선고 2014도16080 판결.
11) 대법원 2012.11.15.선고 2011도15258 판결.

■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및 변호사시험 시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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