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92)-무(無)의 공효(功效) 망각한 문재인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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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92)-무(無)의 공효(功效) 망각한 문재인 검찰개혁
  • 강신업
  • 승인 2020.12.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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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세상 만물은 무(無)가 있어 유(有)가 쓸모가 있다. 빈 곳이 있어 채워진 곳이 쓸모가 있고, 없는 곳이 있어 있는 곳이 유용하다. 그러므로 무는 없되 있는 것이고, 유는 있되 없는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무의 공효에 대해 “수레바퀴는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에 집중되어 있으나 그 바퀴통 속에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수레(車)로서 쓸모가 있다. 진흙을 이겨서 만든 질그릇은 빈 부분이 있어서 그릇 구실을 할 수 있고, 지게문과 창문을 뚫어서 방을 만들 때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이 있으므로 방으로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있는 것’이 이익이 되는 것은 ‘없는 것’이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인간 세계 역시 유와 무의 이치는 사물 세계와 다르지 않다. 존재와 비존재가 합쳐져 인간 세상이 만들어진다. 즉, 존재는 수레바퀴통의 바퀴살이요, 비존재는 바퀴통 속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다. 이렇게 유는 무와 이웃할 때 비로소 공효가 있으니 이를 가리켜 무의 공효라 한다. 삶과 죽음, 존재와 비존재라는 거시 명제로부터 삶의 세계, 그중에서도 나라 살림살이로 시각을 좁힌다 하더라도 무의 공효는 다를 바 없으니 무가 있어 유가 있고, 유가 있어 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정치에 능숙한 이는 비움과 채움의 의미를 알아 비워서 채우고 채워서 비워야 한다. 때로는 법으로 다스리고 때로는 무법으로 다스리며 때로는 유위(有爲)로 다스리고 때로는 무위(無爲)로 다스려야 한다. 이렇게 유법과 무법, 유위와 무위로 국민을 설득해 스스로 행하게 하는 것이 높은 수준의 치술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공간을 만들지 못해 질그릇을 망가뜨리는 도공과도 같이, 무위와 무법의 공간을 만들지 못해 나라를 망치고 있다. 그들은 손대지 않아야 할 곳에 손을 대고, 채우지 않아야 할 곳을 채우고, 금하지 말아야 할 것을 금한다. 마치 세상 만물을 모두 법으로 규율해 바둑판처럼 각 잡힌 세상을 만들 태세다. 하지만 이것은 채우면 채울수록 급기야 마치 수레바퀴가 바퀴살로 모두 채워져 수레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평범한 이치를 알지 못한 데서 나오는 행동이다.

문재인 정권은 산을 물로, 물을 산으로 만들겠다고 덤빈다. 흰 것을 검다고 하고 검은 것을 희다고 한다. 이러한 존재전도와 가치전도는 그들이 개혁이라 부르는 사회변혁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개혁은 허울일 뿐 ‘문재인 개혁’의 목표는 국민의 자유증진이나 공공선의 실현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의 목표는 장기집권이고 이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은 국민 세뇌와 권력기관 포섭을 통해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을 손아귀에 넣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권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개혁이 국민을 위한 것인 것처럼 국민을 기만한다. 그들은 국민에게 빵부스러기를 계속해 던져주며 국민을 속인다. 편 가르기와 이간질 정책에 더해 퍼주기 정책으로 확실한 입막음을 한다.

그러나 이들의 음험한 시도를 간파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하자 문재인은 윤석열 총장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고, 행동대장 추미애를 법무부장관으로 내세워 인사권, 수사지휘권, 직무배제권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갖은 압박을 하다 급기야 비겁하고 좀스러운 2개월 정직이라는 징계를 내린 것이다. 목표는 공수처 출범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너무도 어리석어 무가 있어 유가 있고 유가 있어 무가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놓치고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은 검찰이라는 수레의 바퀴살을 모두 부러뜨려 결국 못 쓰게 만드는 일임을 간과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목적이 검찰을 망가뜨려 자기 정권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아마도 목표 달성을 자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경우 어리석기는커녕 교활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항상 반격이 더 무서운 법이고 승부는 경기가 끝나봐야 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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