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감기로 배우는 사회적 인간과 원자적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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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감기로 배우는 사회적 인간과 원자적 인간
  • 신희섭
  • 승인 2020.12.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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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인간은 어떤 존재에 더 가까울까? 한 가지 사건이 ‘사회적 인간 vs. 원자적 인간’의 가정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만들었다.

사회학 계열의 사회적 인간과 경제학 계열의 원자적 인간에 대한 거창한 논쟁을 구체적으로 경험할 기회는 감기가 가져왔다. 시작은 목감기에 걸린 것부터다. 목이 붓고 아팠다. 자주 가던 병원의 의사 선생님께서 평상시와 달리 문진만 하였다. 열이 나지는 않지만, 간혹 코로나로 확진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혹시 몰라 얼굴에 보호장구를 착용한 의사 선생님은 그냥 감기일 듯하지만, 혹 2~3일 약을 먹고도 차도가 없으면 코로나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했다.

그렇게 병원을 나서니 굉장히 착잡했다. 열이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머리를 스쳐 갔다. 또 목이 가라앉을 때까지는 2~3일 시간이 걸릴 것인데 과연 이 기간 내내 불안감을 버텨낼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질병관리청에 전화를 하고 보건소로 향했다.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 다음 날 오후까지 하루를 기다렸다. 혹시나 해 집에서 자가 격리를 했다. 따로 격리할 방을 정해 가족들이 못 들어오게 했다. 혼자 방에서 일회용 용기로 차린 식사를 했다. 집에서 마스크를 썼고, 가족들과 최대한 접촉을 피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다음 날 반가운 문자가 왔다. 코로나 음성이라는 것이다.

나의 행동이 보수적으로 잘한 것인지, 선제적으로 합당한 것인지, 아니면 과한 것인지는 판단의 문제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배웠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것.

우선, 진단 검사를 신청하고 자가 격리를 하면서 나 자신이 얼마나 사회에 엮여 있는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혹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가정하자, 얼마나 불편할지에 대한 시나리오들이 휙휙 지나갔다. 일의 중단. 소득의 중단. 직장폐쇄. 관련 종사자 집단검사. 가족들의 집단검사 등등.

이뿐 아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모든 가족이 병원이나 생활치료소로 옮겨질 수도 있다.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 소문이 날 것이고, 이웃들도 진료를 받게 될 수 있다. 또 와이프의 직장에도 통지가 갈 것이다. 아이들의 학교에도 통지가 될 것이다. 한국처럼 좁은 사회에서 소문은 매우 발 빠르며, 여러 가지 불편을 가져올 것이다. 게다가 집에서 24시간 정도 자가 격리할 때도 이리 불편한데, 만약 격리시설에 들어가게 된다면 어떨지도 걱정이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고 있는데 딸아이들이 잠자기 전에 인사하겠다며 문을 두드렸다. 걱정하는 아빠를 안아주고 싶다는 아이들. (혹시 몰라) 마스크를 쓰고 문지방 앞에서 응원을 해주는 아이들. 힘차게 손을 흔들며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용기를 주는 아이들.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함께한다는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결론? ‘인간은 사회적 존재’의 실감 나는 확인. 에계! 너무 별거 아닌 것으로 거창하게 가는 것 아닌가!

2020년 12월 17일.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명제가 눈길을 잡는 것이 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승인된 코로나 백신을 공개적으로 맞을 뜻을 밝힌 것이다. 한국 나이로 79세인 바이든 당선인은 시민들의 코로나 백신에 대한 우려를 줄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미국인들에게 의지를 북돋우려는 것이다. 클린턴, 부시, 오바마 전직 대통령들도 기꺼이 백신을 공개적으로 투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42%가 무료로 백신을 제공해도 맞지 않겠다며 백신 부작용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런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백신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이들은 사회지도자로서 역할을 솔선하는 것이다. 리더십의 훈훈한 사례.

그런데 이 뉴스 다음 뉴스로 한국의 ‘공정임대료’ 정책이 나왔다. 최근 소상공인들이 코로나로 매출이 안 나오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임대료는 계속 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공정임대료’를 언급했고, 정부와 민주당은 ‘임대료’ 인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회 전체가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고통을 분담하는 것은 합당하다. 그런데 이 정책은 실망스럽다.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담론구축과 편 가르기다. ‘공정’이라는 용어가 들어가면 기존 임대료나 임대 계약 자체가 공정하지 않은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게다가 ‘정의로운 측’과 ‘부정의 한 측’으로 사회가 편을 가르게 된다. ‘상생’, ‘공유가치’, ‘따뜻한’, ‘함께 하는’ 등의 사회적 배려를 북돋는 담론이 더 유용하지 않을까!

둘째, 이런 정책을 만들 때 정책결정자나 입안자의 자기희생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이 자기희생을 보여주고 다음으로 국민에게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대인 중 많은 이들은 받은 임대료로 생활을 해야 한다. 그런데 임대료를 깎아 주면 이들도 실생활에서 고통을 받는다. 그런데 깎아 주는 주체가 마치 정부처럼 보이면, 생색은 정부가 내고 고통은 시민인 임대인이 받는다. 반면 이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도 ‘사회적 존재’로서 공동체 일원이다. 그러니 고통을 먼저 나누고 설득을 해야 다른 시민들도 납득하지 않겠는가!

리더십은 ‘사회적 존재’인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에서 나오는 것이다. 리더들이 ‘원자적 인간’으로 비치는 순간 리더의 권위는 사라지고 만다. 힘들고 답답한 시기다. 이 팍팍한 시기에 공동체감을 느끼게 해주는 리더들이 많아지기를 바래본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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