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총장 징계, 법치·민주주의 무너뜨린 사기극이다
상태바
[사설] 검찰총장 징계, 법치·민주주의 무너뜨린 사기극이다
  • 법률저널
  • 승인 2020.12.17 1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 7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징계 결정이 내려졌다.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을 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장관이 제청한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징계를 재가했다. 현직 검찰총장의 징계 회부와 징계 처분은 역사상 처음이다. 법무검찰행정 역사의 큰 오점을 남긴 것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무한 대결과 정국 혼돈 끝에 이어진 결과다. 윤 총장은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사찰, 채널A 사건·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6가지 혐의를 추 장관에게서 지목받으며 직무에서 배제되고 징계도 청구됐다. 윤 총장은 그러나 자신이 낸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이 행정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직무에는 복귀했으나 법무부의 징계 절차 돌입으로 징계 처분은 피할 수 없었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임기를 시작하며 ‘검찰개혁 완수’가 취임 일성이었다. 하지만 법무장관 임기 시작과 함께 윤 총장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윤 총장을 배제하는 수사지휘권 발동, 윤 총장을 직접 겨냥한 수차례 감찰 지시 등이 뒤따랐고, 직무집행정지, 징계청구로 갈등은 정점을 찍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과정이 ‘부적정’했다는 국민 여론과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판단, 법원의 윤 총장 직무배제 효력 정지 결정에도 추 장관은 징계를 밀어붙였다. 결국, 추 장관은 지난 11개월간 검찰개혁의 탈을 쓰고 ‘기승전’ 윤석열 쫓아내기였다. 윤 총장에 대해 “우리 총장님”이라고 추켜세우더니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자 검찰 적폐의 상징으로 덧씌우고 쫓아내려 혈안이 됐다.

윤 총장 징계는 내용과 절차 면에서 위법하고 부당하다. 문 대통령은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실상은 양두구육이었다. 정권 수사 무마 각본대로 징계는 결국 ‘답정너’였다. 징계의 근거로 삼은 사유들은 하나같이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 즉 증거력이 부족하다. 판사 사찰을 지시했다는데, 대다수 판사가 공개된 정보 취합 정도다. 퇴임 뒤에 정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아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겼다는 억지에는 실소를 금치 못한다. 유추해석을 금지하는 죄형법정주의와 증거재판주의에 정면으로 반한다. 채널A 사건 감찰·수사방해 혐의는 검찰총장의 재량 범위 내에 있는 정당한 지휘권 행사다.

징계 절차 역시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징계위원은 모두 이해관계가 있는 부적격자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월성 원전 수사 핵심 당사자의 변호인이었다. 징계위원장 자리를 맡은 교수는 법무부 감독을 받는 조직의 현직 이사다. 다른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공천 심사에 관여한 이력을 갖고 있다. 검사 신분의 징계위원은 한동훈 검사장 사건 관련 수사 대상자다. 이런 징계위원들이 모여 윤 총장을 내쫓는 결정을 했다. 징계위원 구성의 부적절성은 물론 공정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는 징계위원들이 ‘윤석열 죽이기’를 충실히 수행했다. 완장을 얻어 차고 폭거에 가세한 법조인과 학자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파괴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번 징계처분은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 중립성의 핵심 장치인 검찰총장 임기제를 법무장관의 감찰·징계권 남용을 통해 무력화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하게 되면 감찰이든 징계든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응징할 수 있다는 것을 온 국민 앞에 버젓이 보여줬다. 윤 총장에 대한 헌정 사상 초유의 직무집행 정지는 자기편이면 “우리 총장님”이라 추켜세우며 고속승진 시키고, 아닐 경우 내쫓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사유화’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앞으로 터져 나올 권력형 비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적당히 요리하도록 하면 된다. 두 달 뒤쯤 공수처에서 윤 총장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삼아 옭아맬 수도 있다. 이 모든 게 치밀하게 짜인 각본의 이행일지도 모른다.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검찰개혁 운운하는 건 양두구육이자 일대 사기극이다. 정의와 공정, 법치의 개념이 권력자의 자의로 해석되는 암울한 시대로 접어든다는 느낌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