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18) / 내가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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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18) / 내가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 정명재
  • 승인 2020.12.1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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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오은 시인의 ‘만약이라는 약(藥)’의 결론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으로 끝난다. 살아가면서 ‘만약’이란 단어를 셀 수 없이 헤아려 본다. 만약 내가 그곳에 가지 않았고, 내가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만약 그때 그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니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이렇듯 우린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살면서 지난 사건과 과거의 인연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 담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하루에도 수없이.
 

올해는 유난히도 특이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서 살고 있고 미리 대처할 여유도 없이 마주하게 된 하루 그리고 또 하루. 자영업자의 비통함과 절규는 하늘에 닿을 듯 했지만 모두가 침묵했다. 더 이상의 고통은 없을 것 같던 세상은 끝 모를 종착역으로만 향하는 느낌이다. 실업(失業)의 통증이 소리 없이 다가오는 세상에서 경제적 고통은 만성이 되어 간다. 강자와 약자의 이분법적 구조에서 약자는 언제나 빈자(貧者)의 몫으로만 남는다. 공무원 시험과 자격증 시험의 열기는 그래서 뜨겁다. 40대 이후의 가장들은 자격증 취득에 골몰하고 있으며, 40대 이전의 젊음들은 공무원 시험에 몰입한다. 안정을 찾아서 그리고 정년보장을 찾아서 고군분투하는 대한민국이 되었다.

칼바람이 뺨을 스친다. 혹한의 추위에도 눈[雪]이 하얗게 쌓인 세상은 아름답기만 하다. 아이들과 강아지만이 세상의 추위를 모른 채 눈을 즐기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는 것이 신기하지도 멋지지도 않은 것이다. 첫눈이 내리면 소망을 빌기 위해 두 손을 곱게 모으던 일이 옛 이야기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누군가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기도를 하고 있다.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 새벽의 냉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세상의 전사(戰士)가 되어 하루를 여는 그 분들. 우리가 세상 어디에 있건 그 분들의 기도는 멈춘 적이 없다.

12월이 되면 끈질기게 부여잡고 있었던 욕심에서도 멀어지게 된다. 올해는 반드시 이루리라 다짐했던 그 소망도 내년의 숙제로 남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돌아보면 한 발자국이라도 전진했어야 했다. 가야 할 길의 끝 전부는 보이지는 않더라도 그 흔적이라도 발견했어야 했다. 그대는 지금 어디까지 가 보았고 어느 곳에서 쉬고 있는지? 혹시 좌절하며 혼자만의 외로운 그늘 아래 서성이고 있다면 이제는 하나의 시대가 끝나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코로나의 시대는 아주 많은 일상과 사회분위기 전반을 바꾸어 놓고 있다. 대면접촉을 멀리하는 분위기에 혼자만의 세상에 더욱 빠져든다. 정보는 오직 인터넷의 매체에 의존하다 보니 옳고 그름,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이 혼돈의 바다처럼 바뀌어 가고 있다.

6년을 수험생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나는 오래된 수험생이다. 올해에도 아주 많은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시험장을 찾았다. 공무원 시험, 자격증 시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 어느 곳이나 인산인해(人山人海)였다. 나이도 제각각인 것처럼 표정도 제각각이었다. 무엇 때문에 시험에 응시하는지를 물어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처럼 그들도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이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환경과 세상에서 살고 싶은 것이다. 실업이 흔한 이야기가 되었고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은 시대가 되었다. 불안정한 사회에서는 ‘안정’이 최고의 덕목이 된다. 자격증에 도전하는 것, 공무원에 도전하여 합격을 바라는 것은 야무진 꿈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도전이다.

만약 지금, 시험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그대는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공부를 한다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직장생활을 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늘 붐비는 버스와 지하철에서 피곤함과 지루함을 달고 살 때였는데, 문득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대학생활 때 관심을 가졌던 행정학 교재를 하나 구입해 지하철에서 매일 1시간 정도를 읽곤 했다. 오고 가는 시간에 무료함도 달래고 행정학 교재를 보면서 지식 흡입의 포만감도 느꼈다. 직장생활을 그만 둔다면 밖에 나가서 자격증 하나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고 자격증 시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지금에서야 관심이 생긴 분야이지만 그때도 항상 무엇인가 도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게다. 우리는 적기(適期) 즉, 적당한 때를 늘 기다리곤 한다. 공부의 적기, 합격의 적기, 움직임의 적기를 말이다. 운명을 모르니 점(占)집을 찾기도 하고, 철학관을 찾아 헤매곤 한다. 결론은 언제나 타인이 아니고 내 안에 있다. 운명의 주인이 ‘아(我)’인 것을 늘 외부에서 찾는다.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추위가 매서운 겨울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덧 세월은 갔고 나이는 하나 더 먹었다. 이제는 진짜 정신을 차려야 한다. 공부를 하려면 제대로, 공무원 합격, 자격증 합격을 반드시 해 내야 한다. 핑계를 이리저리 궁리하기보다는 현실에서 실천과 도전을 해야 한다. 넘어져야 일어나는 법이고, 아파야 소리치는 법이다. 고통과 스트레스가 없기를 바라지 말고 지금 현재 누리지 못한 꿈이 있다면 이제는 시작해 보자. 마음이 동(動)하고 의욕이 생길 때가 바로 적기(適期)이자 운명의 시간이다. 누군가가 해낸 일이라면 누군가를 따라 나도 그리고 너도 하면 되지 않을까?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과 땀과 열정이 곁들여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다면 말이다.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는 환한 곳이 될 것이다. 월급을 타고, 보너스를 받는 직업인이 된다면 누군가를 위해 저녁을 사고, 생일선물을 준비하며, 누군가의 안부를 걱정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 직업이 생기고 직장이 생긴다면 약자와 빈자를 위한 작은 후원자가 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받은 고마움을 되돌려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만약이라는 약(藥)으로만 위로를 받기 보다는 실제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안간힘을 쓰고 노력을 한다면 만약이라는 약은 굳이 필요치 않은 처방전이 될 것이다. 공무원 시험과 자격증 시험은 이 계절이 지나면 다시 시작된다. 가장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가장 아름다운 시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인내와 끈기로 묶인 그대의 마음을 담아 공부를 시작할 때이다. 봄이 오는 어느 날이면, 시험장 창가 너머의 따사로운 햇살이 그대의 노고를 알아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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