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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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6.08.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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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도박, 사기 그리고 확률

 

바닷가가 고향인 나는 어린 시절 동요 ‘섬집 아기’를 즐겨 부르고는 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스르르 팔을 베고 잠이 듭니다라는 가사로 되어 있는 노래는 바닷가 마을의 평화로움을 그대로 느끼게 해줄 뿐만 아니라 바다와 고향, 어머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어린 동심을 얼마나 풍요롭게 했는지 모른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다로 이어지는 클레멘타인도 즐겨 불렀던 노래이다. 우리의 정서 속에서 바닷가는 어머니의 포근하고 따스한 품으로 다가왔고, 서양에서는 늙은 아버지를 버려두고 떠나버린 딸아이의 매몰참으로 표현되는 것을 보며, 두 노래가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닮아 있고, 닮아 있는 듯 하면서도 서로 상치되는 것을 보며 바다의 이중성을 느끼기도 한다.


요즘 대한민국은 바다이야기로 풍랑치고 있다. 어린 시절 바다는 인간 삶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성, 격렬한 파도 앞에서 자연의 분노와 인간의 절제를 함께 가르쳤지만, 요즘 성인도박인 바다이야기는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을 이성을 잃고 도박판으로 끌여들여 그 파도의 격랑 속에서 곤두박질치게 만들고 있다. 바다이야기의 인허가에서부터 비롯되는 수많은 부정과 부패, 무능과 무사려의 악취가 풍겨나오고 있고, 사행성 도박에 폐가망신하고 심지어는 자살에 이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뉴스를 접하면서 황당의 극치를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폐망의 지름길이 있다면, 그것은 마약과 도박 그리고 섹스가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셋을 아우르는 것으로는 황금만능주의가 있겠지만, 일단 사람이 마약과 도박 그리고 섹스에 탐닉하게 되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게 되고, 인간의 이성은 마비될 수밖에 없다. 사람을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하여 다른 동물들에 비해 우월성을 부여하려고 하지만, 사실 인간만큼 비이성적인 동물도 없다. 다른 동물들은 먹는 양도 스스로 절제하여 인간이 개입하지 않으면 비만해지지 않는다. 배부른 사자는 더 이상 먹이를 쫓지 않으며 심지어 돼지조차도 위장의 80% 이상을 음식물로 채우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만이 위장의 130%를 채울 때까지 꾸역꾸역 음식을 집어삼키고, 잘 사는 나라들일 수록 비만인구의 팽창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마약은 또한 어떠한가? 가장 선진문화국이라고 자부하는 미국사회를 비롯하여 유럽 각국 및 요즘 들어 후진국에서조차 온갖 마약으로 찌들어 있고, 헤롱거리는 사람들로 길거리가 넘쳐나고 있다. 마약으로 인하여 빚어지는 폭력과 살인, 강간과 방화 등의 범죄는 이루 헤아릴 수 없으며, 가장파탄과 인간성 파괴의 심각성 또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도박의 피해는 또 어떠한가? 바다이야기에 함몰된 어느 한 사람이 했다는 말, 어떤 친구에게 복수할 일이 있으면 그 친구를 성인오락실로 데려가 사흘만 함께 놀아주면 그 친구는 저절로 폐가망신의 길로 들어서게 되니 복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얼마나 섬뜩한 느낌을 받았는지 모른다. 도박의 중독성이 그대로 압축 표현된 한 마디라고 할 것이다. 인간이 중독되면, 술이 되었든, 마약이 되었든, 도박이 되었든, 섹스가 되었든, 그 날로 인생은 끝장나게 되어 있다. 그러기에 애초에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던 하나님의 말씀처럼, 그런 중독증상을 가져올 사항들에 대해서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 최상책이다. 그런 중독으로 인하여 자기 자신만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형제를 고통스럽게 하고 국가와 사회를 좀먹게 하니 무서운 현상이라고, 폭풍보다 더 무서운 신의 징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도박의 일반적 정의는 요행수를 바라고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일에 손을 대는 것을 말하고, 형법상으로는 우연한 승부에 돈을 걸고 게임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사기는 사기꾼의 기망행위에 의하여 피해자가 이를 속아 어떠한 금전적 지불을 하고 손해를 보는 것을 말한다. 위 뜻을 달리 해석하면 도박은 승패가 불확실하지만, 사기는 피해자만이 패배하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카지노를 비롯하여 빠징꼬나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도박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공통점은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도박을 하지 않고 기계를 상대로 도박을 한다는 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도박은 사기도박이 아닌 이상 승패의 확률이 반반이 될 수 있지만, 기계와의 도박은 확률이 게임을 하면 할수록 제로가 된다는 점이다. 20%의 승률이라고 할 때 첫 번째 기계와의 승부는 20%를 승리할 수 있지만, 두 번째로 하게 되면 4%로 승률이 낮아져 버린다. 세 번째 승부에서는 0.8%가 되어 버려서 이제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져 버리는 것이 기계와의 도박게임이다. 따라서 한 게임의 시간이 얼마 정도 걸리느냐에 따라 빈털터리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 결코 돈을 딸 수는 없다. 사람끼리의 도박이라면 처음에는 50%이고, 그 다음에는 25%, 다시 그 다음에는 12.5%로 내려가면서 오히려 승리할 가능성도 있지만, 기계와의 도박은 철저하게 계산된 확률에 의하기 때문에 세 번째 도박을 하게 될 때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률이 낮아져 거의 전무상태가 되고 마는 데도 어리석은 인간들은 그 진실을 망각하고 대박의 황당한 꿈을 좇으니 문제 중의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도박해서 부자되었다는 사람을 우리는 주변에서 보지 못한다. 간혹 로또복권의 횡재를 맞는 이들도 보지만 땀 흘리지 않고 돈을 버는 사람들의 인생말로는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그게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대원칙인 것이다. 땀 흘려 땅을 파고 경작하는 자만이 신의 축복을 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섬집 아기의 2절을 다시 한 번 불러본다. 아가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 옵니다라는 가삿말대로 집에 혼자 두고 온 아이 생각에 허겁지겁 달려오는 어머니의 모정이야말로 바다의 마음이고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듣고 부르며 자란 대자연에의 회귀인 것이다. 하루 속히 성인도박게임인 바다이야기의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 인간들이여, 제발 기계를 상대로 도박해서 횡재하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리기를 바란다. 이 세상 모든 이치는 확률의 이치임을 다시 한 번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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