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동기설과 오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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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동기설과 오탈제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0.12.04 11:03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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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형법의 적용과 관련된 이론 중 ‘동기설’이라는 게 있다. 형법은 원칙적으로 범죄 행위가 있던 때의 법률을 적용해 처벌하도록 하는데, 범죄 후에 법 개정으로 해당 행위가 죄가 아니게 되거나 형을 낮아지는 경우 신법을 따르도록 하고 재판이 확정 된 후에는 해당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지 않도록 변경됐을 때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며 행위시법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신법이 개정된 동기에 따라 법을 달리 적용하는 ‘동기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법을 개정하게 된 동기가 법적 견해의 변경이나 행위에 대한 사회윤리적 평가의 변화에 있다면 가벌성이 소멸돼 개정법을 적용하는 게 맞지만, 단순히 사실관계의 변화, 정책의 변화 등이 이유라면 여전히 가벌성이 있으므로 구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입법자가 법을 개정할 때 동기를 명확하게 선언하지 않는 이상 결국 그 판단은 판사의 몫이고 이에 동기설은 자의적 판단에 의해 가벌성을 확대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로 관련된 여러 판례들은 일관된 규칙이 없어 수험생들은 무작정 사실관계와 결론을 암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데 이에 대해 한 강사가 알려준 노하우가 꽤나 의미심장하다. 그는 제시된 판례의 결론을 모른다면 해당 법률의 적용 대상이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거나 서민인 경우는 가벌성이 있고 돈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적용받는 경우에는 가벌성이 소멸됐다는 방향으로 보라고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판례가 그 기준에 거의 맞아떨어졌다.

기자는 동기설이 법이 정의롭고 공평하다는 믿음을 훼손하고 법원과 판사, 국민들의 인식이 얼마나 큰 괴리를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한 예라고 생각한다. 최근 생활고로 음식을 훔쳐 먹은 사람이 실형을 받았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그 기사에 강간범은 초범이니 취중이니 하며 집행유예를 때리면서 이런 절도범은 실형이냐고 비판하는 댓글이 달린 것을 봤다.

이 외에도 큰돈을 횡령하거나 사기를 친 사람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을 받는데 위험한 상황에 몰려 자신이나 타인을 보호하려 휘두른 물건에 가해자가 맞아 크게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돼 벌을 받는 등 일반인의 법감정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은 너무도 많다. 왜 이렇게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들이 나오는 걸까.

오탈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도 기자에겐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었다.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는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로스쿨 수료 후 5년 내 5회로 제한하는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이유를 요약하자면 인력의 낭비, 변호사시험의 합격률 저하, 로스쿨의 전문적 교육효과 소멸 등을 방지하기 위해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적합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바람과 꿈을 향한 도전이 인력의 낭비인가. 변호사시험 합격률 유지라는 게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보다 더 큰 가치인가. 로스쿨에서는 얼마나 전문적이고 대체할 수 없는 교육을 하기에 로스쿨에 가지 않고 스스로 공부를 하는 것으로는 법조인이 될 수 없도록 가로막는 걸까. 그리고 그렇게 대단한 교육 효과가 5년이면 소멸된다고?

동기설의 구분법을 알려줬던 강사는 정당방위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보임에도 불구하고 인정받지 못한 판례를 소개하며 “판사 본인이 그런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이 의문에 법감정의 괴리가 발생하는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다.

궁극적으로 법은 사람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만든 약속이다. 그러기 위해 법 자체를 잘 만드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그 법을 적용할 때도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모쪼록 법을 해석하고 판결을 할 때 그 법을 적용받는 사람들을 보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됐다면, 그 법의 적용을 받는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판결이 내려지기를 바랄지를 더 깊이 숙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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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3-01-27 21:23:40
로스쿨부터 폐지해야함

ㅇㅇ 2020-12-05 11:31:20
변호사시험법 제5조부터 폐지해야함ㅋ

미르닷 2020-12-04 16:37:49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던 사람들 다 어디갔나요? 당신들 눈에는 이게 공정하고 정의로운거야? 내로남불 같은 사람들 같으니라구

웃쌰 2020-12-04 15:30:04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바람과 꿈을 향한 도전이 인력의 낭바인가?" 정말 공감합니다. 부디 도전의 기회가 다시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지나가다 2020-12-04 14:41:41
기사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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