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서평 『윈스턴 S. 처칠』 : 역사를 만든 위대한 인간에 대한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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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서평 『윈스턴 S. 처칠』 : 역사를 만든 위대한 인간에 대한 찬가
  • 신희섭
  • 승인 2020.12.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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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세계적인 그룹이 된 방탄소년단의 노래 ‘피 땀 눈물’ 보다 먼저 피와 땀과 눈물을 호소한 이가 있다. 영국의 위대한 수상인 윈스턴 처칠이다. 1940년 5월 13일. 전시 내각의 수상으로서 첫 연설에서 처칠은 “나는 피와 노고, 눈물 그리고 땀(blood, toils, tears and sweat) 외엔 제공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고 하였다. 이것으로 20세기 가장 위대한 지도자인 처칠의 ‘전시 리더십’은 시작한다.

1년 정도 시간이 지났다. 지도교수이신 강성학 교수님의 저서인 『윈스턴 S. 처칠』 에 대해 서평을 자진한 것이. 서평을 쓰겠다는 ‘호기.’ 숙제하지 않고 잠들어서 꿈에 문제를 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 것이 바로 이 호기다. 호기라고 불러도 좋은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과 그 책의 서평을 쓰는 것은 다른 문제기 때문이다.

『윈스턴 S. 처칠』은 재미있는 책이다. 객관적인 면과 주관적인 면에서 모두 그렇다.

먼저 ‘객관적’ 측면에서 이 책은 한 위대한 인물을 소개해준다. 하지만 위인전류와는 다르다. 이 책은 처칠이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특징이 이 위대한 인물을 만들었는지를 소개하지 않는다. 대신 그가 처한 극단적인 환경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즉 독자를 역사 속에 있게 만들어준다.

위대한 인물을 평면적이지 않게 드러내 주는 책의 장점은 3가지다. 첫째, 위대함을 일깨워준다. 둘째, 그래서 즐거움을 준다. 셋째, (독자가) 운이 좋다면 자기 교훈(self-discipline)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 이 책은 방부 처리된 형태의 인물과 아닌 살아있는 인물을 독자에게 생생하게 보여준다.

승리의 V 자를 보이며 웃는 모습.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는다(We shall never Surrender)는 결의에 찬 지도자. 노벨 평화상이 아닌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고 37권의 저서를 가진 저술가. 2차 대전 중 유럽에서 유일하게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동안 수행했던 전의를 이끄는 웅변가. 이처럼 처칠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너무나도 많다,

이 책은 처칠의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중심으로 하여, 그가 히틀러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시기부터 두 번째 수상 임기를 마친 때까지를 생생하게 제시한다. 황야에 홀로 선 예언가(2장), 위대한 정치가(3장), 정상회담의 창설자(4장). 장군을 지휘하는 군사전략가(5장), 평화의 전략가(6장), 반공산주의의 선구자(7장)는 처칠이 역사를 어떻게 만들어 갔는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외교사 그 자체다. ‘위장된 축복(8장)’은 처칠의 영부인이 표현한 1945년 총선에서의 패배와 두 번째 수상 임기에 처칠이 어떻게 냉전이라는 역사를 온몸으로 마주하는지를 보여준다. 역사 속에서 처칠의 연설문들을 읽고 나면 처칠의 리더십의 본질과 덕목(9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의 평가를 만나게 된다. 프롤로그로 시작한 이 독서의 여정은 에필로그로 끝난다.

저자는 처칠을 고전적 보수주의자로 규정한다. 저자가 주목한 처칠 리더십의 덕목은 ‘신념과 비전’. ‘공직자의 의무감’ 동맹을 관리하는 ‘분별력’, 전쟁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간접접근과 공세적 원칙을 혼용한 ‘전략적 안목’, 뛰어난 ‘외교술’, 불굴의 ‘용기’, ‘장엄함’과 수사학적 ‘연설’능력이다. 한 인물에게서 이렇게 방대한 자질을 발견할 수 있을까! 20세기 지도자 중에서 처칠에 필적할 만한 인물이 또 있을까! 이 점이 저자가 처칠을 주제로 저서를 만든 이유일 것이다.

『윈스턴 S. 처칠』의 독서는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개인적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대해 주관적으로 평가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럽다.’ 지도교수라는 지위와 관계없이, 한 인물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이렇게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부러웠다. 애정과 경외를 넘어서면 동일화된다. 마치 ‘물아일체’가 되는 이 단계를 거친 저자가 집필한 책은 저서 자체가 그 인물을 닮게 된다. 이것이 공부하는 선비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 아닐까.

둘째, ‘놀랍다.’ 처칠을 어떻게 399페이지 한 권 안에 담을 수 있었을까! 저자는 2017년과 2018년 2년간 ‘셋토네’ 세미나를 처칠이라는 주제로 주재했다. 세미나 이전부터 시작해 세미나 모든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저자는 새로운 저서와 자료를 모으고 탐독하면서 말 그대로 처칠에 ‘빠졌다.’ 이 엄청난 과정을 거쳐서 알게 된 처칠에 대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과연 어떻게 담을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 이 책은 두 가지 방식으로 처칠을 다루었다. 처칠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들로 시간을 제한하고, 역사와 그 시점에서 중요한 ‘연설문’을 중심으로 책을 구성했다.

셋째, ‘장엄하다.’ 이런 표현이 한국에서 잘 사용되는지 모르지만, 이 책은 확실히 장엄하다. 처칠 스스로 말했듯이 “그가 역사 자체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 있다는 인식, 사건 사건에서의 긴장감, 두려움과 희망의 공존, 그러나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 이러한 간접 경험은 필자를 압도적인 규모의 영화 속에 있는 듯하게 만들었다. 마치 그 역사 속에 내가 서 있는 것처럼.

넷째, ‘어렵다.’ 제자가 스승님의 책을 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위대한 인물을 다룬 저서를 평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몇 년에 걸쳐 ‘피와 노고, 눈물 그리고 땀(blood, toils, tears and sweat)’이 들어가 쓰인 이 책을 단 두 페이지로 다루는 것이라 규범적으로는 더더욱 어렵다. 그런데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읽는 내내 처칠과 ‘물아일체’가 되었을 저자를 상상하면서 부럽고 또 부러웠다.

‘역사를 구축하는 인물(history building person).’ 처칠과 같은 위대한 인물은 우리에게 배움의 즐거움과 자기 승화(self-discipline)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위대함’보다는 ‘삶의 소박함’을 가르친다. 독불장군 스타일의 ‘창의성’보다는 ‘사회성’을 강조한다. 모든 이가 위대한 인물(leader)이 될 수는 없지만, 모든 이들이 추종자(follower)로 키워져서도 안 된다. 위대한 인물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현시대에 리더십을 즐기기에 이만한 인물과 이만한 책이 있을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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