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자격 취득하지 못하는 결과, 현 제도에 내제”
“‘변호사시험 합격해야 자격 취득’ 알고 로스쿨 입학”
법실련 등 합헌 결정 규탄 및 법개정 촉구 성명 발표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수료 후 5년 내에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제한하는 ‘오탈제’에 대해 또 다시 합헌 결정이 선고됐다.
오탈제의 적용을 받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상실한 청구인 A 등은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제한하는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1항(한도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또 청구인 B 등은 응시기회 제한 규정의 예외로 병역의무의 이행만을 인정하고 있는 동법 동조 제2항(예외 조항)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달 26일 합헌 결정을 선고(2018헌마733)했다. 다만 변호사법 제7조 제2항의 예외 조항에 대해서는 4인의 재판관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반대의견을 제시했으나 위헌정족수에 이르지 못해 기각됐다.
먼저 한도 조항의 합헌 결정에 관해 헌재는 앞서 2016. 9. 29. 2016헌마47결정, 2018. 3. 29. 2017헌마387 등 및 2020. 9. 24. 2018헌마739 등 결정에서 합헌 결정을 선고한 이유를 설시하며 선례가 여전히 타당하고 사정변경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 동안 헌재는 “변호사시험에 무제한 응시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력의 낭비, 응시인원의 누적으로 인한 시험합격률의 저하 및 법학전문대학원의 전문적인 교육효과 소멸 등을 방지하고자 하는 이 사건 한도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며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응시자가 자질과 능력이 있음을 입증할 기회를 5년 내에 5회로 제한한 것은 입법재량의 범위에 있는 적합한 수단”이라는 견해를 유지해 왔다.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영구적으로 박탈하는 입법례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응시기간이나 횟수를 제한하는 문제는 어떠한 절대적인 기준이 없으며 각국의 사정마다 이를 달리 정하고 있으므로 변호사시험의 응시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 특정한 입법례를 근거로 들어 위 조항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반박했다.
“현재의 합격인원 정원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장래에 변호사시험의 누적합격률은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자 대비 75% 내외에 수렴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 조항이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가능성을 과도하게 제약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특히 헌재는 ‘오탈제’의 결과, 즉 로스쿨에 입학해 교육을 이수하고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은 현행 법조인양성제도 자체에 내재돼 있다고 보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자를 모두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도록 한다면 법학교육의 충실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변호사자격제도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며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어도 교육을 이수하지 못하거나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경우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점은 제도적으로 전제돼 있고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자들은 그러한 내용을 알고 입학한 것”이라는 게 헌재의 입장이다.
이같은 선례의 판단을 언급하며 헌재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및 합격률 등에 관한 청구인들의 주장은 헌법재판소의 위 선례 결정 당시 이미 고려된 것이고 또한 위 결정이 있었던 후의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자 대비 변호사시험 누적합격률도 위 결정의 예측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예외조항에 대해서는 “병역의무 이행 외의 다른 사유에 대해서도 변호사시험 응시한도의 예외를 인정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으나 사유의 인정, 사유의 지속기간 등을 일률적으로 입법하기 어렵고 예외를 인정할수록 시험기회, 합격률 형평에 관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어 시험제도의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입법자는 법학전문대학원 및 변호사시험 제도의 목적을 고려해 변호사시험의 응시횟수뿐만 아니라 응시기간까지 제한하기로 하면서 변호사시험 준비생에게 어떠한 사유가 발생해 그가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거나 또는 그 사유로 불합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입법당시에 고려해 응시한도를 정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예외 조항이 청구인들을 자의적으로 차별취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반해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재판관은 “병역의무 이행 외에도 사회통념상 이 사건 한도 조항이 정한 기간 내에 정상적으로 변호사시험을 준비, 응시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다수의견에 반대했다.
변호사시험 준비생이 불측의 중한 사고, 질병 또는 그로 인해 일시적, 영구적 장애를 입는 경우나 임신, 출산을 하는 경우 등에는 정상적인 변호사시험 준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
이들 재판관은 “입법자는 입법에 있어 실질적인 평등을 구현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일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추가적인 응시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변호사시험의 응시기회를 어느 정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고 또한 변호사시험의 응시한도의 예외를 어느 정도 일반적·추상적으로 규정하되 변호사시험 실시기관 등으로 하여금 그 사유가 있는지를 심사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예외사유의 자의적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며 “예외 사유를 법률로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거나 변호사시험 준비생 간의 형평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위와 같은 차별취급이 정당화될 수 없다”며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와 법조인배출정상화연대, 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 등 3개 단체는 지난달 30일 헌재의 오탈제 합헌 결정을 규탄하고 국회에 오탈제의 폐지 등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변호사시험의 저조한 합격률은 법학교육의 충실성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학교육을 파괴하고 있으며 헌재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저하와 변호사시험 낭인과 같은 인력 낭비의 근본적인 원인인 ‘신규 변호사 수 통제’를 간과하고 오탈제를 통해 합격률 높아 보이게 하고 변호사의 꿈을 이루려는 이들을 낭비인력으로 취급하는 사실 왜곡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탈제에 대한 로스쿨 입학생들의 인지에 대한 언급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 단체는 “로스쿨과 관련한 위헌적 제도들을 로스쿨 입학생들이 이미 알고 입학했으니 문제없다는 것은 헌법의 수호기관이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며 “모든 국민은 기본권 침해를 이미 인식하고 어떤 제도에 들어섰다 해도 그 침해에 관해 헌법적 구제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탈제의 폐지와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국회에 법개정을 요구했다. 특히 오탈제의 폐지 또는 예외의 확대 등과 관련해 이미 기회를 상실한 오탈자들에게도 개정된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는 소급 적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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