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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척기간 도과 시 미성년 상속인 성년 돼도 특별한정승인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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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척기간 도과 시 미성년 상속인 성년 돼도 특별한정승인 못해”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0.11.26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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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합 “대리의 원칙대로 법정대리인 인식 기준”
반대의견 “제척기간 도과에 상속인 본인의 잘못 없어”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특별한정승인의 제척기간이 도과한 경우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이 됐을 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허용할 수 없다는 종전 견해를 유지했다.

1993년경 피고 A에 대해 채무를 지고 있던 원고 B의 아버지가 사망해 B의 어머니와 미성년인 B가 채무를 공동으로 상속했다. A는 1993년, 2003년 두 차례 B를 상대로 각각 승소했는데 당시 B의 어머니가 친권자로서 B를 대리했다.

B가 성년에 이른 다음인 2013년에도 A는 B를 상대로 공시송달로 승소 판결을 받았고 2017년 B의 예금채권에 대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에 B는 곧바로 특별한정승인 신고를 하고 위 판결에 대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1심과 원심은 B의 특별한정승인이 유효하다고 보고 청구이의를 인용했다. A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고 대법원은 A의 손을 들어줬다.

민법 제1019조 제1항은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해 가정법원이 이를 연장할 수 있다’고 상속 포기 등이 허용되는 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동법 동조 제3항에서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며 특별한정승인을 허용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상속인 B가 미성년인 동안 법정대리인인 B의 어머니가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부터 3월의 제척기간이 지나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게 됐을 때, B가 성년에 이른 다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 여부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민법 제1019조 제1항의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과 제3항의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을 모두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해 상속인 본인의 새로운 특별한정승인 신고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다440 판결 등)을 보여 왔다.

이번에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특별한정승인 규정의 문언과 체계, 대리 제도의 기본 원칙과 제척기간의 본질, 법률해석의 원칙과 한계 등을 종합하면 상속인이 미성년인 동안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고 3월의 제척기간이 경과하는 등으로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면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렀다고 해도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대법원 전원합의체 2020. 11. 19. 선고 2019다232918 판결)”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다수의견은 “대리행위는 본인이 행위한 것과 같이 직접 본인에 대해 효력이 생기는 것이 원칙”이라며 “1998년 5월 27일 전에 법정대리인이 이미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아 특별한정승인이 애당초 불가능하거나 이후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았더라도 3월의 제척기간이 지나는 등으로 더 이상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면 그 효력은 상속인에게 직접 미친다”고 판시했다.

이를 인정하면서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다음 새롭게 한정승인을 해 기존의 법률관계를 번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대리의 기본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설명이다.

제척기간의 성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제척기간은 법률이 정한 권리 행사기간으로 제척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당초 미성년자였다는 이유로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었던 제척기간이 지난 다음 성년에 이르면 다시 새로운 제척기간을 부여받아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법률관계를 조기에 확정하기 위한 제척기간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다수의견의 입장이다.

다수의견은 “단일한 상속관계를 놓고 특별한정승인에 관한 법률관계가 이미 확정됐음에도 또 다시 예외를 두어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민법의 체계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정대리인이 착오나 무지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은 경우 미성년 상속인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해 별도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입법론적으로는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민법상 미성년 상속인의 특별한정승인만을 예외적으로 취급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성년자를 후견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만을 중시해 특별한정승인을 허용하면 현행 민법에 없는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과 같고 결국 법률에 근거 없이 상속인이 미성년인 동안 법정대리로 생긴 기존 효과를 무시하게 됨으로써 법정 안정성을 해치고 다른 제한능력자들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에 반해 민유숙, 김선수, 노정희, 김상환 등 4인의 대법관은 “상속인이 미성년인 동안 법정대리인이 제척기간 도과 등으로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더라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면 본인 스스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법정대리인이 특별한정승인을 하지 않고 제척기간을 지난 데 대해 상속인 본인에게는 어떤 잘못도 없으므로 ‘상속인이 중대한 과실 없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는 민법 제1019조 제3의 문언대로 성인이 되면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

반대 의견은 한국은 독일, 프랑스 등과 달리 미성년자를 보호할 다른 제도가 없고, 특별한정승인은 단순승인 효력을 사후적으로 복멸시키는 제도로 법정대리인이 특별한정승인의 제척기간을 넘겨 단순승인의 효력이 유지된 경우에도 상속인 스스로 특별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모순되거나 법의 문언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들 대법관은 “상속채권자는 거래 당시 피상속인의 신용과 재산 상태를 고려해 법률관계를 맺으므로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이 돼 경제활동을 하며 얻은 재산에 대해서까지 상속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한정승인 관련 규정은 특별한정승인 전에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하거나 상속채권을 변제한 경우 그것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해관계를 조정하므로 특별한정승인을 인정한다고 하여 거래의 안전을 해할 우려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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