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 강제법, 위헌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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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 강제법, 위헌 무효다.
  • 최진녕
  • 승인 2020.11.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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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헌법 제12조 제2항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한 핵심 헌법 규정이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의 수사 비협조를 비판하면서 휴대전화 비밀번호 잠금 해제 강제법 제정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 12일 법무부 장관이 채널A 사건 피의자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례와 같이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영국 등 외국 입법례를 참조해 법원 명령 등 일정요건 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제정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해외 입법사례까지 거론하는 점에 비추어 법무부 내에서는 이미 상당한 연구가 진척된 것으로 짐작된다.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은 추 장관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법’ 추진을 두고 “헌법상 자기부죄금지, 적법절차, 무죄추정원칙 같은 힘없는 다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오로지 자기 편 권력비리 수사에 대한 보복을 위해 마음대로 내다 버리는 것에 국민들이 동의한 적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누구 말이 맞을까?

이른바 ‘한동훈 금지법’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대두된 새로운 형태의 범죄에 관한 법집행 무력화의 대책으로 사법방해죄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인터넷상 아동 음란물 범죄나 사이버 테러 등 일부 범죄에 한정해서라도 관련 규정을 만들 필요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영국도 ‘수사권한 규제법’(RIPA)을 통해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암호를 풀지 못할 때 법원에 암호해독명령 허가를 청구하고 법원의 허가결정에도 불구하고 피의자가 명령에 불응하면 국가안전이나 성폭력 사범의 경우에는 5년 이하, 기타 일반사범의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형사정책적 측면에서 형사사법절차상 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 보호 기능이 강화된 만큼 피의자나 피고인, 사법절차에 관여하는 참고인이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 부담할 의무도 확대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하지만 대다수 법률가와 시민단체는 반인권적 악법으로 위헌이며, 수사권을 강화하는 입법이기에 정부가 추진해 온 소위 ‘검찰개혁’의 방향성에도 어긋난다며 강력히 반대한다. 필자도 같은 입장이다.

먼저 휴대전화 비밀 공개를 강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강제법’은 헌법 제12조 제2항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자기부죄거부권 규정을 정면으로 침해한다. 한마디로 위헌이란 말이다.

지난 20대 국회가 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서 정보저장매체의 접속에 대해 소유자 등의 협력의무를 부과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 및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법원행정처는 피고인에게 협력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자기부죄를 강요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바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위법한 감찰 지시와 인권 침해적인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즉각 철회하고, 국민 앞에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촉구하면서, 법무장관의 지시는 헌법상 자기부죄거부의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 형사법상 자백강요금지 및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처사로서 매우 부당하다며 비판했다. 법원행정처와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어떨까? 미국 인디애나 대법원은 지난 6월 23일 정부가 법 집행을 위해 휴대 전화 또는 전자 장치의 잠금을 해제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자기부죄거부권을 규정한 수정헌법 5조를 위반한다고 판결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5조(The Fifth Amendment)는 우리나라 헌법 제 12조 제 2항과 같이 “누구도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연방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수정헌법 제5조의 특권을 받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진술(testimonial)에 해당하고, 형사상 불리(incriminating)해야 하며, 강요(compelled)되어야 한다.

Seo v. State of Indiana 사건에서 인디애나 대법원은 스마트폰의 잠금을 해제하여 정보를 복호화하는 행위는 진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복호화 명령은 정부가 찾고 있는 정보를 말 그대로 재생성하라는 명령으로 볼 수 있고, 디지털 정보의 재생성은 단순한 문서제출보다 더욱 더 진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시했다. 만일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공개법이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는 미국 법원과 같은 논리로 위헌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 장관은 영국의 ‘수사 권한 규제법’(RIPA) 등 외국 입법례를 정당성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영국 내에서도 해당 규정 자체에 대한 비판이 높고, 암호해독명령 허가도 국가의 안보‧범죄예방‧공공복리에 필요한 경우 또는 공공기관이나 법적인 권한‧의무의 적절하고 효율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만 인정된다는 점에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따른다.

사법방해죄로 해석되는 한동훈 금지법은 정부가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향에도 반한다.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 강제법은 실질적으로 자백을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피의자의 방어권을 빈껍데기로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점에서 추 장관의 지시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한을 분산시키는 등 수사권을 축소하려는 검찰개혁 방향성에도 어긋난다.

법무부(Minstry of Jusitce)는 말 그대로 정의부(正義部)다. 형사사법의 핵심은 적법절차를 통한 실체진실발견이다. 법무부 장관이 반인권적 위헌 법률의 제정을 지시한다는 것은 법치국가의 수치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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