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집 중심의 공무원시험 공부법 _ 제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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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집 중심의 공무원시험 공부법 _ 제54회
  • 김동률
  • 승인 2020.11.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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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아침의 눈)

7급 공무원시험 합격

<아공법 4.0>, <아공법 외전> 저자
 

‘학습된 무기력’ 벗어나기

나는 군에서 제대하고 나서 반년 정도 진로 고민 후 공무원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막상 시작은 했지만 내가 이 시험에 합격할 것이란 확신은 별로 없었다. 그저 이 길을 선택했으니 반드시 끝을 봐야 한다는 절박함만 있었다.

절박함은 추진력의 근간이다. 하지만 절박하다고 해서 반드시 그만큼의 추진력이 따라오는 건 아니다. 나는 왜 기왕 하는 공부, 확신을 갖고 덤벼들 수 없었을까. 확신을 갖는 건 내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자신감을 가지고 수험생활을 할 수 있는 건 대단한 일이다.

내가 경험한 학습된 무기력

꽃 같은 스무 살과 스물한 살에 재수와 삼수를 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결과는 별로였다. 노력한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그 정도면 잘했어하고 스스로 격려한다. 하지만 당시 내 기준으로는 참담한 실패였다. 삼수 직후 멘탈이 붕괴됐다. 땅에 꺼지는 기분이 뭔지 알게 됐다.

이 시절 겪은 실패의 기억은 내가 공무원시험을 준비할 때도 적잖게 영향을 주었다. 나는 반복된 실패로 무기력을 학습했다. 공시 시작부터 내 공부방법에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내가 공부한 게 그대로 점수로 연결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학습된 무기력은 자신의 역량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추진력을 저하시킨다. 이는 미국의 심리학자 셀리그만(M. Seligman)의 연구를 통해 알려진 심리학 이론이다. 학습된 무기력은 그저 마음먹는다고 극복되는 게 아니다. 오늘부터 활기차게 살아야지!, 하고 아무리 다짐해봤자 오히려 실제 심리상태와의 갭(gap)만 커지고 무기력함은 가중된다.

학습된 무기력이 정말 고약한 점은 사람을 현실도피로 빠뜨린다는 것이다. 이유 없이 방황하게 하고 매사를 부정적이게 만든다. 공부할 때는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다.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면 공부 자체에 자신감이 없다보니 휴식을 취할 때도 제대로 쉬질 못한다. ‘넌 공부도 못하는 놈이 지금 이렇게 쉴 때냐.’ 이런 식의 자기 학대를 반복한다.

수험생과 자기효능감

내가 어떤 행위를 하면 이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다, 라는 자기효능감의 저하는 학습된 무기력의 또 다른 표현이다. 자기효능감을 올리는 건 단순히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니다. 올바른 노력이 축적되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작은 성취의 집합체다.

적어도 수험공부에서의 자기효능감은 고정적이지 않다. 공부에서 쌓은 자기효능감은 궁극적으로 자존감(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은 물론 자신감(내가 해낼 수 있다는 느낌)까지 끌어올려줄 수 있다. 내가 시간을 투자하면 적어도 남들 정도 또는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삶을 살아가는데 절대적인 자산이 된다.

근자감의 근거

야마구치 마유는 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일종의 실력이라면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근자감 역시 차곡차곡 쌓아올린 사소한 성공 경험이 누적된 결과라고 못 박아 얘기한다. 즉 뭐든 믿는 구석이 있어야 근자감도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성공 경험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든지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작은 성공의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자신 안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수험생이 합격에 대해 확신을 갖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근자감 역시 아무에게나 생기는 것은 아니다. 수험생으로서 진짜 자신감은 성취감이 누적됐을 때 비로소 생긴다. 점수가 오르는 게 눈에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어려우면 남들도 어렵다.” “이 문제는 틀리라고 낸 문제다.” “이 문제는 설사 틀려도 커트라인이 내려갈 것이다.” 이런 확신 역시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실력이 궤도에 올라야만 저 말들이 진짜가 된다.

실현가능한 작은 성취의 누적

반에서 20등 하는 A라는 학생이 있다. 만약 A가 욕심내서 첫 목표를 1등으로 잡으면 어떨까? 20등에서 1등으로 단번에 바로 가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A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10등 정도에 그칠 것이다. 목표로 한 1등을 못했으므로 성취감보다는 좌절감이 앞선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공부할 의욕도 꺾인다.

그런데 만약 처음부터 10등을 목표로 했다면 어떨까? 결과는 10등으로 똑같을지언정 좌절감보다는 성취감이 앞설 것이다. 작은 성취 하나를 쌓은 거다. 10등 후에는 5등을 목표로 삼을 의욕도 생길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보면 아주 작은 성공에 불과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1등에 가까워진 것이다. 작은 성취가 누적되면 최종목표에 도달한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10kg을 뺄 순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 달에 1kg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1kg10회 빼면 10kg이다. 다이어트 기간을 10개월로 잡고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으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만약 목표를 처음부터 한 달에 10kg 빼는 것으로 잡았다면 10개월 후에도 몸무게는 똑같을 것이다.

수험도 마찬가지다. 교재 하나를 통째로 외우라고 하면 겁부터 난다. 가능한 일 같지도 않다. 그래서 추진할 힘도 안 생긴다. 하지만 특정 교재에서 한 챕터만 공부하라고 한다면 그건 분명 가능한 일이다. 오늘 하루만 노력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공부한 게 한 챕터씩 쌓이면 그게 바로 1회독이다. 회독이 누적되면 합격한다.

실현 가능성 없는 목표를 세우면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다. 행동을 지속할 수 없다. 오히려 그 목표가 불가능하다는 잡생각만 머릿속에 추가된다. 추가된 그 잡념은 목표 달성을 방해할 뿐이다. 의욕만 떨어뜨린다.

수험생활 1년차는 그냥 의지만 있어도 지탱할 수 있다. 하지만 2년차부터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어야만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 과욕을 버리고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성취를 쌓아가는 것만이 우리가 학습된 무기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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