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지도자 연령(age)의 의미 : 정치체제 별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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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지도자 연령(age)의 의미 : 정치체제 별 차이
  • 신희섭
  • 승인 2020.11.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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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2020년 11월 8일(한국 시각) 조 바이든 후보가 경합 주들에서 승리를 거두며 사실상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당선된 조 바이든 후보는 1942년생이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80세가 된다. 미국 역사에서 최고령 대통령이다. 건강하다면 나이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데다 100세 시대라는 시대적 변화를 고려하면 당선인이 79세라는 점은 국정 수행에 있어서 걱정할 것은 아니다. 다만 다음 재선 시에는 나이가 많다는 점이 문제가 될 것으로는 보인다.

한편 1972년 만 29살에 최연소 상원이 된 바이든 후보는 거의 50년 가까운 시간을 정치에만 몸담아왔다. 상원의원을 7번 했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까지 지냈다. 1979년 덩샤오핑과 만남을 시작으로 이후 중국 최고 지도자들을 모두 만난 인물이기도 하다. 마오쩌둥을 제외하고 5세대 지도자 중에서 4세대를 경험한 ‘찐’ 중국통이기도 하다. 이런 연륜과 엄청난 경험은 고령의 대통령만이 가질 수 있는 자산이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 요인에는 미국의 정당구조와 대통령선거제도의 특이한 측면도 있다. 후안 린즈(Juan Linz)는 『The Failure of Presidential Democracy』에서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5가지나 들었고, 그중 다섯 번째 비판으로 ‘정치 외부자(outsider)’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갑작스럽게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을 보라!

린즈는 정치 경험이 없는 이가 당선되었을 때 가질 수 있는 문제점들로 민중주의 등을 걱정했다. 한편 새로운 인물이나 새로운 분야의 인재가 정치를 도맡아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내각제가 가질 수 없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조 바이든의 당선도 같은 맥락이다.

연령이 별 문제가 안 되는 사례들이 무수히 많다.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은 100세에도 책을 내고 강연을 하신다. 1923년생인 헨리 키신저 역시 저작을 내고 미국 정치인들에게 훈수를 두고 있다. 물론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 사색하고, 책을 쓰고, 강연하는 것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연령이 가지는 의미가 정치체제에 따라 다르다. 특히 중국에서 정치지도자의 연령은 결이 다르다. 중국은 유독 장수한 지도자가 많은 국가다. 하버드의 역사학자 ‘아루나브 고시(Arunabh Ghosh)’에 따르면 2012년까지를 기준으로 60년간 정치 권력의 정점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정치인 총 61명의 평균 연령은 79세였다. 1880년대에서 1930년대 출생한 지도자들만으로 통계를 좁히면 평균 연령은 83.06세까지 올라간다. 1880년대에 태어난 지도자들만 따지면 평균 수명이 89.50세나 된다. 우와! 미국 정치인의 평균 수명 79세와 소련의 71세와 비교해보라! 게다가 중국의 지도자 중 5명 중 1명은 90세 이상 살았다. 미국이 7명 중 1명이고, 인도가 9명 중 1명이고, 소련이 10명 중 1명이라는 점과 비교해보라! 물론 이 나이까지 권력을 계속 휘두르는 것은 아니지만 고령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는 것은 확실하다.

실제 권력의 최정점을 보아도 얼마나 장수하는지를 알 수 있다. 1893년에 태어난 1세대 지도자 마오쩌둥은 1976년에 사망했다. 1904년 출생한 2세대 지도자 덩샤오핑은 1997년 사망했다. 3세대 지도자인 장쩌민은 1926년 태어나서 현재까지 시진핑 주석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는 1942년생으로 조 바이든과 동갑이다. 현재 지도자인 시진핑은 1953년에 태어났다.

아루나브 고시는 중국 지도자가 장수하는 것이 ‘외교정책의 일관성’과 ‘좀 더 장기적인 접근의 가능성’이라는 장점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 명이 권력을 너무 오래 쥐고 있으면 이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파벌이 권력을 독점하게 되기 때문에 생산적인 토론과 논쟁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단점으로 들었다.

그런데 이런 중국에 한 가지 변수가 생겼다. 시진핑이 2018년 헌법을 바꾸어 그간의 규칙이었던 ‘10년 통치’원칙을 깬 것이다. 아들이 한국전쟁에서 죽은 마오쩌둥이 권력 계승으로 애를 먹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덩샤오핑은 자신 이후의 지도자들에게 ‘10년 통치’라는 규칙을 물려주었다. 집권 5년이 지나면 다음 5년 뒤 권력을 가지게 될 최고 지도자를 선발하고 ‘격대지정’을 통해 차차기 지도부도 구성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태자당, 상하이방, 공천당 이란 중국 공산당 내의 3개 파벌이 나름 권력을 교체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규칙을 시진핑이 바꾼 것이다. 이제 68세라는 어린(?) 나이의 지도자는 2023년에도 이후 10년은 충분히 통치할 수 있다. 2033년에도 81세에 불과한 시진핑은 이후 10년도 더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가 ‘100세 시대’니 중국몽을 이루는 2050년을 직접 볼 가능성도 크다.

중국의 일당체제에서 과연 이러한 권력의 개인화와 장기 집권이 가능할까? 중국의 느려진 경제 성장, 미국에 대한 라이벌 의식, 중화민족주의 등이 당분간 시진핑의 권력 집중을 옹호하게 할지 모른다. 하지만 14억 명이 넘는 이 나라에서 상부 권력자들이 자신들에게 30년 이상 최고 권력을 쥘 기회가 박탈당하는 것을 참아낼 수 있을까!

여기서 하버드 대학의 정부학을 가르치는 위화 왕(Yuhua Wang)의 분석은 중국 정치를 좀 더 세부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그는 B.C. 221년부터 A.D. 1911년까지 49개 왕조의 282명의 황제의 퇴위원인을 밝혔다. 이 분석에 따르면 자연사는 53.9%에 불과했다. 정적에 의해 살해되거나 퇴위된 경우는 76건으로 26.95%나 되고, 내란에 의한 퇴위는 11.34%이며, 가족에 의해 독살된 사례만도 6건(2.12%)이나 된다. 즉 중국의 역사에서 볼 때 권력 계승은 죽고 사는 문제에 가깝다.

민주주의 국가는 임기가 있고 주기적 선거가 있다. 그래서 나이든 뭐든 맘에 안 들면 갈아치울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그럴 수 없다. 이런 비민주주의 국가에서 장수하는 지도자가 다른 경쟁자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이유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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