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집 중심의 공무원시험 공부법 _ 제5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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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집 중심의 공무원시험 공부법 _ 제53회
  • 김동률
  • 승인 2020.11.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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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아침의 눈)

7급 공무원시험 합격

<아공법 4.0>, <아공법 외전> 저자
 

수많은 공부법 책, 뭘 봐야지?

공부법 책과 합격수기는 재미있다. 내가 합격한 후에도 공부법 책을 꾸준히 읽는 이유는 재미가 절반 이상 차지한다(나머지 절반은 아공법의 근거를 좀 더 찾기 위해서다). 책을 쓴 사람의 처절함이 담겨있다고 할까, 뭐 그런 감정이 느껴져서 좋다. 공부를 떠나 마음의 평온함을 주는 효과도 있다. 같은 길을 먼저 가본 사람이 주는 안도감 같은 거다.

자신의 공부법이 어느 정도 완성되는 시점은 커트라인에 근접했을 때다. 이때부터는 타인의 공부법을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그전까지 합격수기는 인터넷에서 적어도 100개 이상, 공부법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적어도 3권은 읽어야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다.

합격수기의 한계

수험생에게 합격수기는 매우 중요하다. 한 과목만큼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합격수기는 분량 관계상 체계적으로 구성하기가 어렵고, 보통 수박 겉핥기에 그친다. 각론 없이 총론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합격수기는 저마다의 공부법이 근거 없이그냥 참고만 하라는 식으로 기술된 경우도 많아 수험생에게 혼란만 줄 수도 있다.

나는 수험생 시절 합격수기를 아무리 많이 읽어도 갈증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 선택지는 두 개뿐이다. 공부를 잘못된 방식으로 하거나, 아예 안 하거나.” 즉 안 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잘못된 방식으로라도 일단 시작은 하자,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많은 합격수기 중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거다. 나를 완전히 설득할만한 결정적인 논리를 발견할 수 없었던 탓이다.

합격수기에서 특정 학원을 대놓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정작 진정성 있는 합격수기는 댓글 알바 등의 공격으로 상처받는다. 합격자는 아쉬울 게 없기 때문에 이런 댓글 테러를 당하면 바로 글을 내린다. 결국 수험생에게 진짜 필요한 정보는 사라진다.

인터넷에서는 무엇이 진짜 알짜 정보인지 구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그대로 통용되는 공간이 인터넷 수험시장이다.

난무하는 공부법

아공법 초판이 나온 시점에 공무원시험 관련 공부법 책은 거의 없었다. 공무원시험을 직접 경험한 수험생 출신 합격자가 쓴 책은 전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시 공무원시험에 참고할만한 책은 사법시험 수험생들이 주로 봤던 불합격을 피하는 법(최규호 변호사, 2007) 정도가 유일했다.

나는 수험생 시절 제대로 된 공시 공부법 책 하나 없는 현실을 한탄했다. 전술했듯 합격수기만으로는 나의 의문을 온전히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시 공부법은 오직 인터넷 커뮤니티 합격수기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었다. 다행히 공부과정에서 내가 생각한 공부법과 방향성이 일치하는 장문의 사법시험 1차 합격수기를 발견했고, 이를 롤 모델 삼아 합격할 수 있었다.

아공법이 2019년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전면 개정되는 동안 공시 수험가에는 합격생이 쓴 공부법 책이 쏟아졌다. 그간 없었던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10권 가까이 나왔고 앞으로 그 수는 더 늘어날 것 같다.

이는 수험생 입장에서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수험생이 적어도 공부법을 몰라 시험에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대 전까지는 쉬쉬했던 혹은 암묵지였던 정보를 이제는 클릭 한 번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정보의 홍수다. 난무하고 있는 공부법 중 무엇을 골라 읽을 것인가. 도대체 몇 권이나 읽어야 하나. 수험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보다 시간이다. 합격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건 수험생의 숙명이다. 공부법 책은 읽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수험기간을 줄이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 읽는 것이다.

몇 권이나 읽을까?

<YES24>, <교보문고> 같은 대형 인터넷서점의 서평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합격수기에서 해당 공부법 책을 언급되는 빈도다. 마치 수험서 고르듯 합격수기를 통해 공부법 책을 3권 정도 선별하면 된다. 합격수기에서 추천하는 책은 시행착오 끝에 나온 것이다. 내가 할 고민을 합격생이 대신해준 셈이다.

책을 고를 때는 당연히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사전에 내용 전부를 살펴볼 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판단하나. 바로 목차다. 책의 목차를 통해 내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적어도 머리말(프롤로그) 정도는 직접 읽어봐야 한다. 책에서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 저자가 호소할 것이다. 호소력이 떨어진다면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3권 정도 권하는 이유는 비교·분석을 통해 내게 더 잘 맞는 공부법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또한 책마다 강조하는 부분이 다르다. 어떤 책은 공부방법론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또 어떤 책은 거의 생활방법론만 다룬다. 3권의 내용을 통합했을 때 어느 한 주제에 치우치면 안 된다. 생활방법론만 학습해서는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나의 경우 이미 수험생 시절부터 공부법에 관심이 많았고, 고민도 많았다. 합격 이후에도 공부법 관련 책은 거의 다 구입해서 본다. 아공법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를 더 찾기 위해서다. 입사 후 지금까지 내가 사서 본 책이 1천 권 정도 되는데(물론 전부 다 읽지는 않았다), 100권 정도는 순수 공부법 관련 책이다.

(수험생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부법 책을 4권 이상 읽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수험생은 이럴 시간이 없다. 3권 정도에서 수험공부의 원리를 발견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합격수기를 보충하여 읽는 게 더 효과적이다.

비판적으로 읽어야

공부법 책이든 합격수기든 저자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교집합에 주목해야 한다. A공부법부터 C공부법까지 3권을 연속으로 읽다보면 유사하게 강조하는 부분이 반드시 나온다. 예를 들어 수험생활은 단순해야 한다’ ‘시험 전날 전과목 1회독해야 한다등이다. 표현방식이나 논리전개 양상이 다를지라도 실제 주장하는 내용의 본질은 비슷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아주 특이한 방식을 제안하는 경우다. 공부법 책 중에는 황당한 걸 수험생에게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공부법 책은 글 읽기가 부실한 수험생에게 매일 사설 3개씩 읽는 걸 추천한다. 사설 읽기가 어려우면 주간 시사잡지를 보라고 주문한다. 1주에 한 권을 시간 날 때마다 읽으라는 것이다. 심지어 <EBS 수능 비문학강의>를 수험생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최근 국어 비문학(독해) 문제가 늘어나고, 그 수준이 약간 높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수험생이 사설이나 주간 시사잡지를 챙겨 읽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너무 막연하고 산만한 공부로 이어진다.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단기적 효과성에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EBS 강의 역시 마찬가지다. 비문학의 경우 공무원시험 기출문제도 큰맘 먹고 시간 내서 푸는 마당에 팔자 좋게 EBS 강의 듣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비문학 기출문제 학습 후 시간이 남거나 여전히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차라리 국어 기본서에 있는 이론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

그 책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암기과목 공부를 위해서라도 비문학 공부를 하라는 것이다. 국어 독해 속도가 빨라지면 각종 암기과목 교재 읽는 속도도 빨라지니 비문학 공부에 시간을 더 투자하라는 논리다. 이것은 황당함을 넘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암기과목(전략과목) 지문은 어차피 교재내용 거의 그대로 출제된다. 변형이 있어봤자 윤색하는 정도다. 주요 단어가 바뀌지는 않는다. 즉 암기과목 교재 읽는 속도를 높이려면 국어 독해공부를 할 게 아니라 그냥 암기과목 교재를 여러 번 반복해서 봐야 한다. 그러면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독해 속도 높이려고 국어 비문학에 그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가깝다. 비문학 독해공부는 아공법의 다른 칼럼에서도 얘기했듯 법학이나 행정학 등을 공부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세상에 우리에게 이롭지 않은 공부가 어디 있겠는가. 사설이든 잡지든 EBS 강의든 뭐든 우리에게 도움 안 되는 공부는 없다. 어디까지나 시간과 효율성의 문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인데 더 급하게 공부해야 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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