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86)-정치개혁 약속 방기하고 포기한 文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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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86)-정치개혁 약속 방기하고 포기한 文정권
  • 강신업
  • 승인 2020.11.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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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어떤 정권이든 개혁의 성공을 위해선 시대적 과제를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맡겨진 사명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겪고 탄생한 문재인 정권의 시대적 사명은 제왕적대통령제를 개혁하는 것이다. 헌법을 개정해 과도기 체제이자 불완전체제인 87년 체제를 끝내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정치가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는 망국적 제왕적대통령제를 종식시키는 것이야 말로 문재인 정권이 오롯이 짊어져야 할 시대적 사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개혁을 통한 국가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대신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이것은 문재인 정권의 정치개혁이 실패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그러나 정치개혁이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은 문재인 정권이 향후 당할지도 모르는 정치보복에 대해 두려움을 갖기 시작한 때부터다. 즉,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 일단락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퇴임 후 당할지도 모르는 정치보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이를 막는 것을 제1의 정치과제로 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내세운 검찰개혁의 순수성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많은 국민들이 검찰개혁이 아니라 검찰 장악이 문재인 정권의 목표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면서 정권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광화문 광장의 대규모 시위 등 反문재인 투쟁이 나타났다. 사실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은 이 때 이미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것은 대한민국 전체로 볼 때 큰 비극이다. 대통령 임기의 전반부를 정치보복에, 후반부를 미래의 정치보복 방지에 보내면서 문재인 정권은 ‘정치개혁’이라는 중차대한 소임을 방기했다. 아직도 3류에 머물고 있는 후진적인 정치를 선진정치로 탈바꿈시키는 과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 시대가 당연히 감당해야 할 책무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연이은 흑 역사가 단순히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보다 진지한 태도를 보였어야 한다.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해 나라가 혼란해지고 국격이 훼손되고 국민이 불행해지는 것을 막는 방법을 찾았어야 한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헌법 개정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헌법을 개정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권력구조 개혁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 주도로 헌법 개정안을 내고 조국을 내세워 발표를 한다고 요란을 떨었지만 정작 중요한 권력구조 개혁은 모두 빼고 기본권과 경제부분에 대한 개혁만 운운했다. 헌법 개정에 대한 발표를 총리나 법무부장관이 아닌 당시 민정수석 조국에게 맡겨 3일에 걸쳐 발표를 하게 한 것부터가 한바탕 ‘정치 쇼’였다. 그렇게 문재인의 진정성 없는 헌법 개정 시도는 변죽만 울리다 이내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우리는 여기서 문재인 정권이 과연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는 아무 관심도 없이 오로지 검찰개혁 타령이나 한 것부터 순수하지 않다. 문재인표 정치개혁이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은 최근 민주당이 ‘귀책사유가 있을 때는 공직 후보자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전 당원 투표라는 방법으로 간단히 뭉갠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을 때 공천하지 않겠다는 당헌은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당 대표로 있을 때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약속대로라면 적어도 문재인 대통령은 정당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들로부터 쏟아질 비판을 당원의 뜻으로 포장해 책임을 전가하는 민주당의 태도에 응당 제동을 걸었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눈을 가리고 귀를 닫고 입을 닫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과 시대적 사명을 모두 방기하는 무책임한 행위다. 권력은 짧고 평가는 길다. 이제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정치적 책무를 방기한 정권은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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