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12) / 가을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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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12) / 가을의 전설
  • 정명재
  • 승인 2020.11.0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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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가을이면 누구나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게 된다. 낙엽을 밟으며, 색색이 예쁘게 물든 나무들의 옷차림새에서 우리는 한 해가 지나고 있음을 깨닫는다. 새해 아침에 계획한 꿈들과 계획들이 어느 정도 완성된 이들에게는 가을이 전하는 선선한 바람과 단풍이 아름다운 광경일 수 있다. 그렇지만 못내 불합격의 아쉬움으로 이루지 못한 계획에 아픈 가슴을 부여 쥔 이들에게는 계절이 주는 서늘함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사연이 없는 이들이 어디 있으랴? 누구에게나 절절한 인생 스토리가 있을 것이고, 절박하고 간절한 염원이 있었을 것이기에 함부로 누군가의 인생을 논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성공을 하려거든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하라는 이야기를 진부한 격언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오늘의 실패를 거울삼아 내일의 성공으로 만들려는 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힘이 되는 문구를 찾기는 어렵다.
 

어제는 공직에 입문한 새내기 공무원들을 만났다. 낯선 환경에의 적응과 생소한 시·공간에서의 생활이 때론 설레고 때론 두렵다고 한다. 인생은 연습 없는 과정의 연속이다. 어느 순간 합격을 하면 그 자리에 걸맞은 일을 배우게 되고, 나름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뒤따른다. 수험생일 때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모르는 용어와 친숙해지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였는지, 외울 것도 많고 이해할 양도 많았겠지만 어느 순간 모든 범위를 알아 시험에 합격을 한 그 순간을 떠올려 보면 매사(每事)가 처음에는 어렵고 힘에 부치는 법이다. 하지만 조금 참고 견디다 보면 누구나 전문가의 반열에 들 수 있다.

부침(浮沈)이 심한 사회에 살고 있다. IMF위기에는 대량실업으로 많은 이들이 직장을 잃었다.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여러 해법들을 처방하며 대한민국은 위기를 극복했다. COVID-19를 지나는 지금은 우리가 일찍이 만나지 못한 난관에 부딪혀 누구도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시간만이 유유자적 흐르고 있다. 정치적·경제적 위기는 동시다발적으로 자영업을 비롯한 열악한 위치에 놓인 이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안정된 직장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되는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무인점포가 많아졌으며 비대면 사업과 4차 산업에 맞는 직종이 뜨고 있다. 누군가는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목표와 꿈을 꾸지만, 상대적으로 정보에 둔감한 이들은 외부적 흐름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싶어 한다.

공무원이 되는 길이 유일한 해법(解法)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대안에는 대안의 탐색과정이 필요하다. 공무원이라는 탈출구가 누구에게나 맞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오랫동안 이러한 생각에 머물렀다. 이유는 간단하다. 외부적인 흐름에 둔감한 것이 하나요, 한 가지에만 몰두하다 보니 외적인 환경에 문외한(門外漢)인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공무원이 되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일반행정직, 기술직, 경찰, 소방, 군무원 등으로 크게 대분류되며 다시 세분화되면 기술직에서도 건축직, 조경직, 방재안전직, 수산직 등이 있듯이 다양한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공부의 난이도나 실제 경쟁률 또한 제각각이어서 때로는 운(運)이 작용하기도 하고 커트라인 점수도 생각보다 낮은 횡재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정된 인원만이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니 경쟁을 피할 길은 없는 시험이다.

나이가 적은 수험생의 경우 공무원의 길은 평생직장과 안정성에서 탁월하다. 하지만 늦깎이 수험생의 경우에는 직급을 높여 응시하여 나이에 걸맞은 위치를 찾아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9급 선발인원이 많다고 무턱대고 준비하여 합격을 하여도 현직생활에 부적응 하는 경우가 간간이 생긴다. 30~40대의 수험생이라면 9급과 7급을 동시에 고려하여 공부할 것을 권장한다.

노량진 서재에서 6년이란 시간을 하루도 쉬지 않고 보냈다. 작고 후미진 서재라고 늘 표현했지만, 내게는 유일한 쉼터였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조용한 지하공간이었다. 그곳에서 25과목의 서적을 연구하여 출간할 수 있었고, 9번의 매번 다른 종목의 시험에서 합격하였으며, 300여 명의 수험생을 합격생으로 인도하였다. 매일 밤을 새우며 쪽잠을 자던 간이침대도, 참고서로 모아둔 수많은 책들도 모두 버렸다.
 

노량진의 기억이란 나의 기억과 나를 만났던 수험생들의 아련한 추억 속에 묻힐 것이지만, 40대의 전부를 걸고 살아온 공간이기에 나만은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노량진의 가을은 언제나 춥고 힘겨웠다. 실패한 이들이 다시 꿈을 꾸어야만 되는 공간이기에 하늘은 늘 잿빛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홀로 무지개를 찾는 꿈 지킴이로 남고 심었다. 어깨가 부서질 정도로 타자를 쳤다. 새벽이면 허기진 배를 편의점 라면과 도시락으로 채우고 다시 힘을 냈다. 그렇게 여기까지가 나의 노량진 생활의 전부였고 이제 이 계절에 마감을 했다. 가을의 전설처럼 6년의 시간을 개척자의 심정으로 소수직렬의 연구와 공무원 합격을 위한 수험연구에만 매진하였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었다.

공무원 합격생이 되기 위한 길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내가 그동안 칼럼에서 글을 통해 들려준 이야기의 요점은 늘 마음에 집중되어 있었다. 공부하려는 마음과 합격하려는 마음을 붙잡고 공부기술을 익혀 부단한 반복 학습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생각을 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 무턱대고 암기하려는 방법은 지양하고 문제와 답이 되는 과정을 생각하며 공부를 하면 된다. 처음에는 시간이 걸리고 힘들 수 있겠지만 이러한 공부야말로 오랫동안 내 것으로 남아 튼튼한 기초가 된다. 쉽게 온 것은 쉽게 사라지는 법이다. 누군가는 내게 그 많은 과목을 어떻게 다 정리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과목의 벽을 넘나드는 것이 나 역시 어려웠지만 시험분야에서는 가능하다고 본다. 시험문제라는 것이 기출문제의 반복이고 이것 또한 인간이 만든 지식일 뿐이니 이를 연구하고 알아 가면 된다. 두려워 말라. 시험에 합격하고픈 마음이 앞서 과정을 놓치고 합격과 불합격에만 몰두하다 보면 자칫 시험에 대한 공포가 생기기 쉽다. 전체적인 얼개를 만들고 거기에 살을 붙여 하나의 완성품을 만드는 조각품의 공정처럼 처음부터 잘 하려고 하지 말고 꾸준히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보자.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일주일이 모여 한 달이 되는 원리처럼 지식도 쌓이고 뭉치면 탄탄한 실력자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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