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MBTI 학습 컨설턴트
이 글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학습 전략에 대해 MBTI 성격유형검사의 많은 이론 중에서 오로지 학습과 관련된 부분에 한정해서 쓰였다. 현재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 그리고 군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그리고 이들을 옆에서 멘토하고 있는 부모님이나 학원 강사와 같이 분들, MBTI 학습컨설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내용이 구성되었음을 밝힌다.
1. MBTI가 공부랑 관계있다고?
4) MBTI를 공부하게 된 계기
2007년 가을에 잘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MBA를 가기 위해 매일 고려대학교 과학도서관에서 영어 공부에 매진할 때였다. 나름 영어 단어와 문법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영어 듣기와 회화가 너무 실력이 안 늘어서 고려대학교 도서관에서 고려대생들 10여 명을 모아놓고 영어 듣기 스터디를 했는데 그때 했던 게 토플 리스닝 음원을 그대로 받아쓰는 것이었다. 나 스스로 영어 단어와 문법에는 자신이 있었던지라 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7분 남짓 되는 미국 교수가 강의하는 음원을 짧게 끊어서 반복해서 들으며 받아쓰기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3시간 남짓 소요되었다. 물론 많이 틀리기도 했다. 하지만 같이 스터디를 했던 친구 중에 분명히 객관적인 영어 점수는 나보다 한참 못했는데도 그 친구는 영어 받아쓰기를 1시간 반도 안 돼서 끝내버리는 게 아닌가! 그래서 처음에는 ‘아마 정확도가 많이 떨어지겠지’라고 생각하며 그 친구가 한 과제 노트를 봤는데 나보다 훨씬 정확했다. 분명히 나보다 영어 단어와 문법을 못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차이가 나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그래서 같이 공부하던 스터디원들을 유심히 관찰해본 결과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나랑 비슷한 성향의 꼼꼼하고 논리적인 친구들은 대부분 나랑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반면, 내 기준에서 좀 덜렁대고 감수성이 풍부한 친구들은 앞서 말한 친구와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것이었다. 여기서 성격과 학습효율과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 성격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MBTI 성격유형검사가 떠올랐다. 그래서 공부는 잠시 접고 바로 한국 MBTI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MBTI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초급과정, 보수과정이 끝난 후, 내가 직접 타인을 검사해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자, 스터디원들을 찾아가서 MBTI 성격유형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정말 신기하게도 나의 가설이 맞았다. 즉, S형의 친구들은 영어 받아쓰기에서 2시간에서 3시간 남짓 걸렸고 N형의 친구들은 1시간에서 1시간 반가량 걸렸던 것이다! 처음 관찰했던 그 친구는 INFP 유형이었다. 정말 확연히 차이가 났었다. 그래서 추가로 개별적으로 만나서 학습습관에 관해 물어본 결과, 비슷한 유형들끼리는 학습습관이 매우 유사했다. 그리고 S 성향의 친구들과 N 성향의 친구들 사이에서 공부법이 가장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좀 더 대상을 확장하여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그리고 그때 당시 한창 인기 있었던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던 친구들 약 100여 명을 대상으로 MBTI 검사를 진행하고 공부법에 대해 인터뷰를 해본 결과 더욱 내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상을 바꿔서 공부를 열심히는 하고 있지만 잘하지는 못하는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었다. 그 결과, 그 친구들은 성격유형별로 그 성격이 가지고 있는 공부할 때 발목을 잡는 장애 요소 때문에 공부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성격유형별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끼리 비교해본 결과 그 차이를 더욱 명확히 알 수가 있었다. 즉,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어릴 때 환경적 이유에서든 본인 스스로 노력해서든 자신의 성격이 가지고 있는 공부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잘 극복해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극복해온 방식이 성격유형별로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ISTJ 성격의 두 친구를 비교해본 결과, 한 명은 지방 국립대를 다니던 친구였는데 ISTJ 성격유형답게 매우 성실하고 계획적이며 복습을 철저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신중하고 꼼꼼한 나머지 지나친 완벽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진도가 안 나가고 매우 더뎌서 시험 날짜까지 전 과목을 충분히 공부하지 못했던 반면에 서울대 간호학과를 나온 같은 ISTJ 성격의 내 중학교 동창은 미리 빠르게 전체를 리뷰하며 한번 훑고 나서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찾아서 공부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험 날짜까지 충분히 다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성격적 차이가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의 차이를 낳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개인적으로 실험을 한번 해봤다. 실업계 고등학생들 몇 명을 모아서 직접 공부를 가르쳐보았다. 대부분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공부에 손을 놓았던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MBTI 성격유형검사를 통해 성향부터 파악하고 내가 세운 가설대로 이 친구들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초등학교 과정부터 가르쳤다. 그 결과, 반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다들 고등학교 과정까지 훌륭히 소화해냈고 일반계 고등학교의 중상위권 수준까지 도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더욱 확신하게 되어 본격적으로 MBTI 학습 컨설팅이라는 것이 하나의 분야가 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으로 MBTI 교육 과정을 끝까지 이수하였고 첫 성과로 얻은 것이 바로 내 친동생의 성공이었다.
5) 성공사례 #2. ESTJ 경찰공무원
내 친동생은 ESTJ 유형으로 매우 성실하지만, SJ 기질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모습인 우직하고 보수적이며 고집이 센 성격으로 어디서 배운 것인지 모르는 매우 비효율적인 공부법을 고수하는 학생이었다. 재수까지 했지만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여 군대에 가게 되었고 전역하자마자 다시 수능을 준비하면서 당시 독서실에서 숙식하며 총무 생활을 했었다. 그러다 같이 근무하던 친구가 경찰공무원을 권하게 되어 경찰공무원 준비로 방향을 바꿨다. 그때 동생이 나에게 찾아와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털어놓았고 마침 MBTI 학습 컨설팅에 심취해있었던 나로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나만의 이론을 동생에게 적용해보았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알려고 하지 마라. 이번에 모르면 또 보면 된다.”
“공부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 어디 있는지 찾아내는 과정이다.”
“방향이 옳다면 그때부터는 근성이다.”
이런 조언을 토대로 구체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같이 설계했다. 과목별로 과목의 특성에 맞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았고 그렇게 나온 방법대로 동생은 아침 7시부터 자정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했다. 자신의 근무시간에는 카운터에서 공부하고 아닌 시간에는 자기 자리에서 공부했다. 그렇게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수면시간, 씻는 시간, 먹는 시간 정도 빼고 공부에 매진하다가 일요일 하루는 게임방에 정액으로 끊어서는 하루 종일 스타크래프트와 그와 관련된 영상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런 생활을 한 지 5개월 뒤 노량진에 학원으로 들어가서 기출문제와 자습을 했다. 그 과정에서 단권화하는 방법을 배우고 단권화된 기본서에서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계속 찾아내는 방법을 함께 고안해서 공부한 결과, 시험공부 시작한 지 8개월째 되는 날 경찰공무원 시험을 치렀다.
“자신 있나?”
“어, 자신 있다.”
“그럼 합격할 거다.”
“어, 알았다.”
이것이 시험 바로 전날에 동생이랑 나랑 나눈 대화다.
그리고 바로 합격했다. 동생의 합격 소식뿐만 아니라 나의 이론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어찌나 기쁘던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해보기 시작했다.
☞ 다음 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