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09) / 시험에서 합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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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09) / 시험에서 합격으로
  • 정명재
  • 승인 2020.10.1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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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 시험합격 8관왕 강사)

시험을 준비해 본 수험생이라면 누구든 공감하는 것이 있다. 합격을 위한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장해요소가 상존하고 있다는 것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 그것이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 시험에서 자신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불합격을 맛볼 때, 합격을 예상했지만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수험번호가 없을 때,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점수가 하락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때 우리는 좌절을 마주하게 되고, 시험공부에 대한 회의감(懷疑感)을 갖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 급한 마음에 의사결정을 하는 일도 다반사다. 직렬을 급하게 바꾸는 일부터 공부 방법을 찾아 인터넷 서핑을 하다 남들이 좋다는 강의와 교재로 갈아타기 일쑤이며, 혁신을 위한 공부법을 찾아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 괜찮다. 누구든지 경험하는 시행착오의 과정이기에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를 평가하고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실패를 마주하면 누구든 이성보다는 감성에 치우치기 마련이고, 심지어 무속신앙에 의지하는 일도 흔하다. 식구들은 부적(符籍)을 건네주며 용하다는 점집에서 구한 것이라며 수험생에게 요행을 바라는 마음을 선사하는 일도 흔하다. 필자도 경험하였기에 이러한 것을 비난할 마음은 없다. 아주 오래 전 이야기이지만 나의 어머니께서도 부적을 건네며 올해는 합격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 주신 적이 있다. 대학 재수 때의 일이니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다.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벼랑 끝에 선 이는 안다. 실패에 날 끝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본 이는 안다. 방향감각을 잃어 한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해 망설이는 것이다. 시험이란 것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 희망이고 기쁨이었지만, 어느 새 다시는 돌아가기 싫은 시간과 공간으로 변한 순간이라면 잠시 걸음을 멈추어라. 그 멈춘 순간에 일상에서 떨어져 조용한 산(山)을 찾고, 드넓은 물[水]을 찾아가라. 그곳에서 어떤 생각을 꼭 해야 하고, 어떤 계획을 나열할 필요는 없다. 잠시만이라도 일상의 고통에서 떨어져 보면 내가 지금 바라보는 좁고 긴 터널이 아닌 넓고 평탄한 생각의 백지(白紙)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내가 누구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시작과 끝을 적어보는 일을 해 보자.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나도 모르는 일인 것을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사람들에게 물어본 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비움의 철학을 실천한 뒤에는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의 지혜와 지식을 찾는 노력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인터넷이건, 지인(知人)이건, 그 분야의 전문가이건 찾아보고, 물어보고, 확인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너무 철학적인 이야기라면 좀 더 쉬운 사례를 들어본다. 나는 지난 6년을 공무원 시험에 매달렸다. 오로지 공무원 시험 분야에 있어 전문가가 되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기에 생각의 빈틈은 없었다. 공무원 합격 9관왕이라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일이 전부였다. 올해 그러한 목표는 이루었지만 밀려오는 허탈감과 공허함이 훨씬 컸다. 어찌된 일인지 목표를 이루었지만 기쁨도 잠시,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어찌된 영문인지 나 역시 의아한 순간이었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잃은 것이 많았고, 잊은 것이 너무나 많았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무엇을 위해서도 아닌 오로지 목표 중심의 삶이었다. 그러다 보니 식구들을 챙기는 일도, 부모님께 정성을 기울이는 일도, 주변을 돌보는 일도 엉망이었다.

심각한 고민에 빠졌고, 우울감과 고독감도 밀려온 순간이었다. 수많은 이들을 합격으로 인도하는 일을 사명으로 여겼지만 지식의 전수는 그저 기술일 뿐, 자격증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그간의 고통과 노력을 설명하기에도 애매한 나의 목표였다. 처음에는 만족감도 있었고, 누군가를 위한 저서와 강의를 한다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점차 희미해져 가는 동기부여는 전문 강사와 직업인으로서의 저자로 여겨졌다. 수험생은 오로지 합격을 하면 되는 것이지, 사제지정(師弟之情)은 기대하면 안 되는 직업이었다. 오랜 고민과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내린 소결론은 나의 길을 찾는 것이었다. 그간의 밤샘 작업과 그간의 처절한 노력을 물거품이라 생각하지 않고, 지식을 연마하는 과정이며 새로운 과목(학문)에 대한 벽을 넘는 수련이라 생각하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분야가 보였고 내가 잘 할 수 있고 자신 있는 목표를 찾을 수 있었다.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새로운 공부재미를 찾은 것이었다. 6년의 수행(修行)은 공부였고, 책을 쓰는 일이였으며, 새로운 과목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러한 장점을 살피고 지난 날, 후회되고 아쉬운 점을 보강하는 것에 치중하여 목표를 세우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분명한 것은 과거의 실패나 부족함을 채우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늘 떨어지고 불합격에 몸서리치는 수험생의 심정을 나만큼 많이 마주하고 공감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수험생인 동시에 강사로서의 삶을 살아왔기에 수험생이어서 간직할 수밖에 없는 모든 감정을 헤아릴 수 있었다. 공감(共感)에 그치지 않고 그 다음의 차선책을 준비하여 상담해 주는 것을 기쁨으로 살았다. 소수직렬을 제시하기도 하였고, 9급만 바라보지 말고 7급도 준비하라는 조언도 서슴지 않았다. 불가능을 이야기하기보다 가능하다고 힘주어 이야기하였다. 이 모든 일들이 지난 6년의 이야기이며 나를 거친 수험생들과의 일화(逸話)이지만 결론은 늘 대동소이하다. 누군가 이룬 업적이고 성공이라면, 조금 부족하고 남는 능력에 있지 아니하고 하고자 하는 마음과 이를 믿는 확신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를 믿어라.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버티고 견딘 그 힘으로 내재한 거대한 잠재력을 깨우고 이를 확인하는 작업만 하면 된다.

시험이란 것은 제도에 불과하다. 모든 시험 유형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고, 각각의 시험에 존재하는 일정한 규칙도 있다. 공무원 시험이든, 자격증 시험이든 마찬가지다. 합격하는 사람이 되려면 합격하는 사람을 연구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떨어지는 사람을 보고 그들을 따라하는 일은 불합격을 예약하는 것이다. 늦은 저녁이면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다. 10월의 바람은 혹독한 겨울을 예고하지만, 추위를 이기고 마주할 계절을 떠올리는 나무와 꽃은 인고(忍苦)의 시간을 견딘다. 우리도 그들처럼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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