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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91 / 3기 신도시 토지보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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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91 / 3기 신도시 토지보상(3)
  • 이용훈
  • 승인 2020.10.0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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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이용훈 감정평가사

신도시 보상의 당사자 아닌 당사자. 감정평가사의 지위와 업무는 법적으로 보장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보상현장에서의 지정학적 위치는 복잡하다. 그리고 심경도 그렇다. 사업시행자인 LH, 시·도지사, 소유자 일동이 각각 한 몫의 감정평가사 추천권을 갖고 있다. 보상현장에 불려나온 감정평가사는 조금 과격한 표현이지만, 누군가의 추천 몫으로 참전했다. 추천된 평가사는 추천을 받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시·도지사는 대부분 감정평가사협회에 추천권을 위임한다. 이들의 추천권만 사심이 없다.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는 목적성 강한 추천권을 행사했고 꿍꿍이가 가득하다.

대부분의 위원회도 그렇다. 여당 몫, 야당 몫의 추천권이 있다. 이들이 보낸 사람은 추천한 쪽의 입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위원들 면면만 봐도 안건이 통과될지 부결될지 예측된다. 성향에 따라 안건은 가결과 부결 사이에서 춤을 춘다. 그래서 추천받은 평가사를 살펴보면 대강의 그림이 그려진다. 보상금액은 이들의 평가결과를 산출 평균한다. 각각은 1/3의 동일한 기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내부적으로는 무게중심 추가 있다. 진영은 2곳이다. 시소게임이고 한 쪽이 무거우면 그 쪽으로 기울어지는 구조다. 시·도지사 몫의 감정평가사가 철저히 중립이라면.

감정평가사에게 뭘 바랄까. 무게중심을 잡아 달라고 한다. 시소는 양 끝 쪽으로 앉을수록 기울어짐을 크게 한다. 한쪽이 중앙에서 끝 쪽으로 자리를 옮기면 다른 쪽도 그렇게 해야 한다. 중앙에서 출발해 둘 다 극단으로 내달릴 때 균형이 맞는 모순이다. 반대급부로 평가결과의 격차는 엄청나다. 그래서 10% 초과해 격차를 벌리면 이번 결과는 무효로 하고 재평가 절차를 밟는다. 이건 법 조항이다. 따라서 무게중심 요구는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가 원하는 극단에 먼저 앉아달라는 것. 뒤늦게 앉아야 할 저쪽이 평가결과를 무효로 만들 배짱 없으면 시소의 기울어짐을 막지 못한다. 너무 멀리 떨어져 앉을 수 없는 약점을 갖고 있다.

당 대변인을 뽑았는데 간혹 입바른 소리 툭툭 하면 난처하다. 우리 당의 부족함을 알고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고 싶으면서도 뻔뻔해지는 이유는, 상대 당의 위세를 높여주고 속절없이 주도권 뺐기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목적성 강한 추천권을 받은 인사가, 정당한 보상액은 누구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초장부터 말하기는 부담스럽다. 인사치례로 해야 할 말은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정도다. 거기서 더 나가, 보상금이 이 이하가 되도록 해 보겠다거나 그 이상으로 반드시 할 수 있다고 공언하면, 오버페이스다. 당 대변인의 역할과도 또 다르다. 법적으로는 의뢰인과의 담합, 신의성실의무 위반 등의 죄목이 늘 도사린다.

보상평가업무와 보상평가사로 추천받는 일을 엮지 않았으면 한다. 우선 추천받기 위해 공언이나 감언이설은 피해야 한다. 책임지지 못할 발언을 해서도 안 되지만, 잘못 내뱉었다면 그 말에 책임을 지려고 해서도 안 된다. 추천한 자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겠지만 추천한 자를 실망시키는 일을 겁낼 필요도 없다. 솔직히 나를 추천해 달라고 했지, 나를 추천해 주면 당신이 원하는 가격의 보고서를 내 주겠다는 약속은 한 적 없다. 또 다른 쪽의 요구도 묵살할 필요가 있다. 혈세낭비라고 왜 몰아세우는지. 수용권한부여와 정당한 보상액 지급은 동시이행관계다.

감정평가사는 땅과 집과 공장 등 물건을 평가할 뿐이다. 소유자의 피땀 어린 세월을 잘 알 수 없고 국가의 재정문제도 권한 밖이다. 법에 따라 또 직업 양심에 따라서, 그 자산의 가치로 가장 적정한 값을 찾아내는 일을 한다. 추천한 순간부터 감정평가사를 놓아 달라. 추천한 사람에게 얼마에 평가할지 어떻게 평가할지 말하기도 싫고 말할 수도 없다. 보고서로 판단해 달라. 한쪽으로 치우쳤는지, 공개된 자료를 일부 가렸는지, 아무래도 판단한 내용이 합리성을 크게 잃었는지에만 관심을 가져달라.

이제 보상평가 개시를 앞두고 있다. 소유자의 시위도, 사업시행자의 압박도 걱정된다. 평가자는 양심과 명예를 걸고 참전해 달라. 헐값보상과 혈세낭비로 감정평가사를 동시에 압박한다면, 아이러니하게도 감정평가사는 추천한 자를 모두 실망시키면서 가장 공정하게 평가했음을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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