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82)-조이공문[弔李公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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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82)-조이공문[弔李公文]
  • 강신업
  • 승인 2020.10.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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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아하, 연평도 바다 거친 파도 소리는 이승을 떠나지 못한 이공(李公)의 혼이 내는 구슬픈 울음소리인가. 무도한 김정은 정권에 의해 이공이 억울한 죽임을 당하고 그 육신 바이러스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불태워지니 이공의 영혼은 억울해 서해바다 파도 소리로 물화(物化)하였는가.

아하, 서해 바다 석양빛은 누명을 벗으려는 이공의 혼이 화(火)하여 빚은 몸부림인가. 북한은 이공이 월북했다 한 마디 말도 없는데 이공의 나라 대한민국은 이공이 월북을 한 게 틀림없다며 이공이 죽어 마땅하다는 듯 행태 하니, 이공은 석양빛이라도 되어 그 결백을 밝히려는가.

이공은 어업지도선에서 지도 업무를 하던 대한민국 해양수상부 소속 공무원! 2020년 9월 2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연평도 해역에서 근무 중 실종되었다가 다음날인 22일 오후 3시 30분 북측에게 발견됐고, 6시간 후인 같은 날 오후 9시 40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격 살해됐다. 그리고 약 30분 후인 오후 10시 11분 이공의 시신은 북한군에 의해 불탔다.

이공의 실종부터 시신 소각까지, 이공의 나라는 이공을 살리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공이 실종돼 해상 표류한 30여 시간 동안은 물론 이공이 NLL 북쪽으로 유입된 뒤인 골든타임 6시간 동안에도 이공의 나라 정부와 군은 이공이 죽어가는 과정을 모두 알면서도 지켜보기만 했다. 그 흔한 확성기 방송 한 번 없었고 이공을 구하려는 어떤 수단도, 어떤 방법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공이 북측에 의해 죽임을 당한 곳은 북측 NLL로부터 불과 321m 떨어진 해상이었다.

이공! 얼마나 원통하신가. 이공의 나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의 입장 발표가 대면보고 이후 하루 반나절이 지난 24일 오후 5시 10분에야 나왔다는 것이, 이공이 피격 당한 지 3일만에야 정부가 이공의 죽음을 발표했다는 것이, 또 이공의 죽음이 발표된 후인 25일 북한이 통전부 이름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내오자 이를 받은 문재인 청와대와 여당이 “북한의 깊은 사과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북한의 사과에 몹시 감읍해 했다는 것이.

오호통재라! 이공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공무원이었거늘, 그 어찌 이공의 나라는 이공이 슬리퍼를 벗어놓았다는 이유로, 구명조끼를 입었다는 이유로, 이공이 이혼을 했다는 이유로, 이공이 빚이 많다는 이유로 이공을 월북자로 몰아 이공을 페기처분한단 말인가.

오호통재라! 이공이 아버님 뼈를 받고 어머님 살을 빌려 세상에 나와 가정에선 한 여자의 지아비이자 아이들의 아버지로, 사회에선 대한민국의 공무원으로 한 세상 살며 갖은 수고 마다하지 않았거늘 그 공 다 어디가고 이렇게 불명예만 남았단 말인가!

그러나 이공! 이공은 아시라. 이공의 고등학생 아들은 대통령 문재인에게 편지를 써 이공이 얼마나 자상한 아빠였는지를 알리고, 이공이 죽어가는 동안에 이 나라는 무엇을 했는가, 대통령은 무엇을 했는가를 따져 묻고 있음을 아시라. 이공의 형이 이공의 억울한 죽음과 월북자라는 불명예를 벗겨 주려고 무진 애쓰고 있음을, “동생은 조국에 헌신하고 봉사한 애국자”라면서 이공이 월북했을 리 없다며 국제 공조 조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음을 아시라.

이공은 또 아시라.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이공의 죽음에 엄청난 분노를 표하고 있음을, 도대체 이 나라가 이공을 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이 나라가 도대체 누구의 나라인지, 나라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대통령 문재인은 도대체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했다는 것인지 따져 묻고 있음을 아시라.

이공! 너무도 억울해 연평도 바다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면 이제 부디 그 원한 모두 내려놓으시고 편히 영면하시라. 그리고 부디 이공의 억울한 죽음이 불씨 되어 타오른 우리 국민의 분노가 이공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널리 알려 공표하고 이 나라가 ‘국민의 나라’임을 다시 한 번 만천하에 떨쳐 보여줄 그 날을 기쁘게 보시라. 이공은 부디 이 글을 조문(弔文)으로 받으시고 원통함 모두 내려놓으시고 우리의 서해바다를 지키는 혼령이 되어 주시라.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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