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히틀러의 첫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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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히틀러의 첫인상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0.09.25 10: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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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웹서핑을 하다가 눈에 띈 책 소개 중에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다.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 해인 1939년, 아직 전쟁이 발발하지는 않았던 시기에 히틀러를 만난 영국 총리의 오판에 대한 이야기였다.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와 공포가 전 유럽을 떨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히틀러가 워낙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다 보니 각국 정치인들은 히틀러의 속내를 알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당시 영국 총리였던 체임벌리는 히틀러에게 만남을 요청했고 이를 히틀러가 승낙함으로써 모두가 궁금해 하던 히틀러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체임벌리는 히틀러와 3차례의 만남을 가졌는데 첫 만남 후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 ‘머리카락은 갈색이고 눈동자는 파란데 표정이 좀 무뚝뚝하고 특히 평온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특별한 구석이 없었다. 군중 속에 있으면 절대 알아보지 못할 테고 십중팔구 페인트공이라고 생각할 법한 외모’라고 평했다고 한다.

이어 2번째, 3번째 만남을 거치며 히틀러에게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아 영국에 돌아온 체임벌리는 국민들에게 “절대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그로부터 6개월 후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했고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됐다.

이같은 체임벌리의 판단과 행동은 연합국이 저지른 최대 실수로 꼽힌다고 한다. 히틀러의 ‘평범한 첫인상’과 거짓 서약서를 통해 그릇된 판단을 함으로써 전쟁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 결과 독일이 전 유럽을 차지할 수 있게 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

이에 반해 처칠은 히틀러를 단 한 번도 만나보지 않고도 몇몇 자료를 통해 드러난 히틀러의 행적 등을 근거로 ‘표리부동한 악한’이라고 확신하며 그가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눠봐야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매우 큰 괴리가 있는 결과다.

히틀러의 첫인상에 관한 사례를 소개한 ‘타인의 해석’의 저자 말콤 드래드웰은 체임벌리의 오판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진실 기본값 이론, 투명성 가정의 실패, 결합의 파괴를 제시했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상대가 정직할 것이라는 예상을 기본값으로 두기 때문에 거짓말이나 꼬드김에 쉽게 넘어가게 되고, 표정이나 언행에 마음이 투명하게 드러난다고 여기는 편견이 그릇된 판단을 도출한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의 결합의 파괴란 특정한 행동이나 말이 나온 맥락의 중요성을 쉽게 간과한다는 이론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낯선 이를 해독하려는 우리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제와 겸손이다”라고.

히틀러의 사례를 읽으면서 오랫동안 가져왔던 의문과 불신을 다시금 떠올렸다. 기자는 ‘면접시험’의 효용성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법률저널이 다루는 수많은 고시와 공무원시험, 로스쿨 입시에서 면접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최근에는 탈락자가 거의 없지만 자격시험 중 노무사시험도 면접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면접시험이라는 제도 자체에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공정’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주관적 판단이 공정하고 객관적이기는 어렵다. 특히 면접시험은 불과 몇 분, 길어야 하루 이틀의 시간으로 한 인간의 인성과 역량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유지된다.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의미 정도라면 모를까 그 이상을 면접을 통해 검증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자제와 겸손’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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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0-09-25 16:30:20
수많은 국내외 대기업 해외 명문대 국내 명문대 다들 바보라서 면접 확대하는건지? 그리고 주관적 평가라고 했는데 면접관 여러명이 채점하고 공정을 기하려고 최상위 최하위 점수를 아예 빼고 채점합니다. 객관적인 채점 기준표도 다 있구요. 기자의 논리대로라면 주관식 논술 시험도 불공정하고 오만한 시험입니다. 심지어 객관식 시험도 오만할 수 있구요. 고작 몇시간 몇일의 시험으로 공부를 판단하는거니까요. 그냥 익숙하지 않은 방식에 대한 거부감, 과거 지필고사로만 인재를 뽑던 방식이 좋다는 보수적인 시각이라고 봅니다. 외국도 면접을 시행하고 인턴까지 거쳐서 채용하는 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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