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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서평 : 『조지 워싱턴』 (강성학 저, 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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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서평 : 『조지 워싱턴』 (강성학 저, 박영사)
  • 신희섭
  • 승인 2020.09.2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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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br>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리더십 공부는 어렵다. 가장 단순한 이유는 누구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위대한 인물들. 너무나 많은 장엄한 업적들. 너무도 많은 화려한 해석들. 이처럼 리더십의 일반화를 비웃는 수많은 요인으로 인해 리더십은 무지개처럼 된다. 잡을 수는 없으나 존재하는 것.

그럼에도 리더십에 대한 탐구는 지속되고 있다. 또한, 뛰어난 저작물들도 계속 나온다. 이것은 리더십 공부가 어렵지만 그만큼 의미 있다는 방증이다. 정확히 그 지점이다. 리더십 공부의 위치. 그 위치는 고전(classic)과 같다. 누구나 중요한지 안다. 하지만 읽지는 않는다. 대중들이 안 봐서 더 유명해지는 고전처럼, 리더십 공부도 그렇다.

어렵게 리더십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어도 어려움은 남는다. 어디서 시작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가장 편하게 고르는 것이 ‘경영 리더십’ 혹은 ‘인기 연예인 리더십’이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기에도 편한 이 리더십은 공부하기에 고통도 별로 따르지 않는다. 마치 미니 시리즈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리더십 형성의 ‘과정’ 보다 ‘결과’만 간결하게 설명한다. 둘째, 그 과정이 없으니 리더십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상에 ‘갈등과 투쟁’이 별로 없다. 즉 악인이 없다. 셋째, 갈등과 투쟁이 있어도, 대부분 자기와의 싸움이거나 기존 관행과 새 제도에 관한 것이다. 즉 자신을 스스로 만족시키고 끝난다.

오해 마시라. 의미 없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정치 리더십과는 결이 다르다.

‘정치’ 리더십은 리더십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 한 사람이 자신의 정치 리더십을 만드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은 어렵다. 그 과정 안에서 의미를 도출해내는 것은 더 어렵다. 왜 그럴까? 공동체의 통치를 다루는 정치는 ‘극기’ 즉, 자기만 이긴다고 되지 않는다. 혼신의 힘을 다해 타인들의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 과정은 서로 이익과 도덕관이 다른 이들 간의 힘겨운 투쟁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게다가 이 투쟁 과정에서 승리한 정치지도자는 기존 관행의 대부분을 깨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다. ‘오랜 시간.’ 피를 부르는 ‘투쟁.’ 이것을 이겨내기 위한 ‘용기’와 불굴의 ‘의지.’ 초인적인 ‘동원력’과 ‘감화력.’ 이들이 정치 리더십을 대서사시로 만든다.

그렇다. 정치 리더십은 미니 시리즈가 아니다. 그것은 한편의 대하 드라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녹여낸 위대한 인물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게다가 운이 좋다면, 그는 하나의 롤 모델이 되어 독자의 인생 전체를 바꿀 수도 있다.

『조지 워싱턴 : 창업의 거룩한 카리스마적 리더십』 (강성학 저, 박영사)은 정치 리더십의 본질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필자의 지도교수이신 강성학 교수님은 고려대학교에서 33년간 학생들에게 ‘리더십’과 ‘외교사’ 그리고 ‘국제관계’ 등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가르쳤다. 다방면으로 이어진 교육의 핵심에는 항상 리더십이 자리했다. 저자의 리더십에 대한 오랜 탐구는 정년퇴직 이후에도 이어졌다. 저자는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인물로 미국의 현대적 기틀을 만든 ‘링컨’ 대통령을,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인물로는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로부터 영국을 구한 ‘처칠’ 수상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 정치지도자들의 리더십을 이미 책으로 출간하였다. 저자의 리더십연구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번 책은 워싱턴이 18세기의 가장 위대한 정치지도자라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조지 워싱턴은 미국 식민지를 영국으로부터 독립시켰을 뿐 아니라 미국이란 국가를 창업하고 그 첫 번째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이 책은 워싱턴의 리더십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프롤로그로 시작하여 조지 워싱턴의 일대기를 그린다. 모든 장의 제목처럼 워싱턴의 일생은 무엇이 되거나(4장. 대륙군 총사령관이 되다. 11장. 미합중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다.) 혹은 무엇을 수행(3장. 프랑스-인디언 전쟁에 참전하다. 6장. 독립을 위한 혁명전쟁을 수행하다)한다. 각 장은 단지 미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조지 워싱턴이라는 인물이 살아온 과정들을 통해서, 천천히 그러나 역동적으로, 리더가 되는 과정과 리더십을 만들게 되는 계기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조지 워싱턴의 리더십에 대한 저자의 평가와 에필로그로 책을 마친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정치학적으로 매우 흥미롭다. 모든 혁명가는 군사력을 동원하여 혁명을 이룩하였지만, 군사지도자에서 멈추거나, 정치지도자가 되었을 때 평생 권력을 누리려고 했다. 영국의 올리버 크롬웰, 프랑스의 나폴레옹, 소련의 레닌, 중국의 마오쩌둥, 쿠바의 카스트로를 보라. 이들은 새로운 체제를 창업하는 혁명은 성공했지만, 권력을 넘겨주는 ‘권력 이양의 혁명’은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조지 워싱턴은 달랐다. 그는 영국으로부터 식민지였던 미국 공동체를 독립시켰을 뿐 아니라 독립혁명이 끝났을 때 총사령관이란 권좌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염원 속에서 미국이라는 새로운 국가에서 왕이 아닌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직책을 부여받았고 이 소임을 다했을 때, 다시 한 번 스스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군사지도자로서 한 번 그리고 초대 대통령으로 또 한 번 권력에서 물러남으로써 인류 역사에서 ‘영웅’이면서 ‘스승’이 되었다.

당시 패권 국가 영국을 상대로 식민지 미국인들이 투쟁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시민들을 모아서 독립을 성공시킨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가진 권력을 내려놓고 자신이 원래 살았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권력추구라는 인간의 본성을 뛰어넘는 것이다.

국가를 이루는 창업은 기업을 이루거나, 윤리적으로 개인을 승화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경영이나 예술 영역에서 자신을 초월하는 리더들과 달리 정치지도자는 항상 내외적으로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유혹에 빠진다. 주변 사람들의 권유와 아첨 때문이거나, 지지율의 함정 때문이거나, 나르시시즘에 의해, 지도자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볼 때가 많다. 그러므로 인류사에 남을만한 업적을 이룬 지도자가 냉철하게 자신의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 로마의 킨키나투스가 했던 것처럼 전쟁에서 국가를 구하고 다시 농민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 지도자이면서 시민이라는 공화국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이것은 그 자체로서 위대한 것이다. 그래서 조지 워싱턴은 모든 인간 중에서도 위대하지만, 정치지도자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존재다.

저자의 평가처럼 ‘비전과 분별력’을 가지고, ‘천재적 군사전략’을 실전에서 배워 활용하면서, 어려운 모든 순간을 이겨낸 ‘용기’를 가진 워싱턴의 리더십은 ‘장엄함(magnanimity)’으로 요약된다. 그는 공동체를 독립으로 이끌었고, 역사상 유례가 없는 크기의 공화국에서 새로운 정치 제도들을 만들었으며, 민간인들의 자발성에 기초해 세워진 미국에서 민군 통제의 기초를 구축했다. 이로써 미국 역사의 바퀴는 돌아가기 시작했다. 평범하게 태어난 한 인간이 어떤 우여곡절 속에서 이처럼 위대한 ‘개인의 역사’와 ‘공동체의 역사’를 이루게 되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흥미로울 뿐 아니라 큰 의미가 있다.

“우리가 따르고 배울 인류의 스승들이 있다.” 저자가 항상 제자들에게 강조한 이야기다. 『조지 워싱턴 : 창업의 거룩한 카리스마적 리더십』 은 조지 워싱턴이 자신의 스승인 킨키나투스를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따르게 되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다시 한 번 저자 주장의 타당성을 입증한다.

그렇다. 이 책은 ‘인류의 스승’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480페이지에 달하는 책은 이 위대한 스승의 대서사시를 풍부한 사례들과 함께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다. 책 전체에 녹아있는 인문학적 표현들이 다소 어려울 때가 있지만, 그런데도 리더십, 특히 정치 리더십을 배우고자 한다면 조지 워싱턴을 일독해보기를 권한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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