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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사와 재판, 더는 미뤄 조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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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사와 재판, 더는 미뤄 조져서는 안 된다
  • 법률저널
  • 승인 2020.09.1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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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변호사
최진녕 변호사

“변호사님. 우리 재판은 언제 선고가 될까요? 피가 마르네요.” 실무상 의뢰인으로부터 종종 받는 질문이다. 답하기 쉽지 않다. 그 중 가장 고난이도 질문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면 언제쯤 판결이 나오는가요?”다. 보통변호사는 알 수 없는, 거의 신(神)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정을병씨의 단편소설 ‘육조지’에는 ‘경찰은 때려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진다.’는 말이 나온다(1974년 창작과 비평). 46년이 지난 오늘에도 사정이 그리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변한 것이라고는 검사조차도 ‘미뤄 조진다’는 소문이 돌 정도랄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법원의 민사본안 합의사건 처리율이 68.5%로, 10년 전 92%에 비하여 23.5%나 떨어졌다고 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국 법원이 지난 3월과 8월에 예상치 못하게 휴정을 한 탓도 있겠지만, 민사사건을 비롯한 사법부의 사건 처리율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대한민국판 지연된 정의의 현주소다.

헌법 제27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이 말하는 신속한 재판이란 판결이 합리적인 기간 내에 선고되어야 함을 뜻한다. 당사자의 법적 지위를 확정하여 그 권리가 보장되고 의무가 이행될 수 있도록 적정한 기간 내에 최종 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재판기간을 법률로써 정할 필요가 있다. 이에 관한 입법자의 결단이 바로 민사소송법 제199조다. 민사소송법 제199조는 “판결은 소가 제기된 날부터 5월 이내에 선고한다. 다만,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는 기록을 받은 날부터 5월 이내에 선고한다.”고 규정하여 각 심급의 판결선고기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빨리 판결 받게 해 달라는 의뢰인의 채근에 “민사소송법 제199조는...”이라고 얼버무리지만, 현실은 사뭇 다르다.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민사소송법 제199조를 ‘따라도 그만, 안 따라도 그만’인 ‘훈시규정’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20세기 말경 “신속한 재판을 위해 적정한 판결선고기일을 정하는 것은 법률상 쟁점의 난이도, 개별사건의 특수상황, 접수된 사건량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서 구체적인 사건의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법원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이 부여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이 점을 분명히 했다(1999. 9. 16. 선고, 98헌마75 결정).

하지만 이러한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해석은 모든 법령과 계약 해석의 기본인 문언적 해석에 반한다. 민사소송법 제199조는 형식 자체가 “선고할 수 있다”가 아니라 “선고한다”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입법 형식상 판결선고기간은 법원이 따라야 하는 기속규정이다. 이를 훈시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입법자의 의지를 애써 무시하는 셈이다.

또한 판결선고기간을 훈시규정으로 보는 것은 매우 행정 편의적 발상이자, 국가 우월적인 사고의 소산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민사소송법 제396조는 당사자의 항소기간을 “판결서가 송달된 날부터 2주 이내”로 정하고 있고, 상고기간에도 준용한다. 법원은 당연히 이를 불변기간으로 해석한다. 단1초라도 항소기간이 도과하면 그 소송은 각하를 면하지 못한다. 법률관계의 신속한 확정을 위해 소송당사자의 제소기간을 제한한 것이다. 이처럼 소송당사자에게는 제소기간 준수 의무를 부담시키면서, 법원 스스로는 법정기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해석이 과연 정당할까?

물론 민사소송법 제199조에서 정하고 있는 기간의 의미를 ‘절대적 기간’을 선언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헌법 제27조 제1항이 선언한 법관에 의한 재판의 원칙을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되어 있는 이상, 재판기간에 관하여 법관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는 해석은 ‘공정’이라는 말이 화두가 된 21세기적 감각으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도 정치적 사건과 관련하여 “불러 조지기” 보다 “미뤄 조진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걱정이 크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신속히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적 의혹 해소 차원에서도 너무나 당연하다.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이 늦어질수록 수사결과와 판결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절차는 실체에도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

신속한 재판을 이루기 위해 재야 법조인들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바쁜 업무 등으로 인해 재판기일에 임박해서 소송서류를 제출하거나,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기일변경신청을 하는 등 변호사 영역에서 발생하는 소송지연사유도 적지 아니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재판장의 의지다. 재판지연의 원인과 대책, 신속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한 사법부의 책무에 관한 논의를 법관의 독립 문제와 함께 다시 한 번 점검할 시점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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