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과연 북한은 선제공격(preemptive attack)에 대비가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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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과연 북한은 선제공격(preemptive attack)에 대비가 되어 있을까?
  • 신희섭
  • 승인 2020.09.1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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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한 가지 질문을 받았다. “실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지”가 질문이었다. 최근 출시된 밥 우드워드 기자의 『격노(Rage)』 내용 중 2017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세웠었다는 내용에서 비롯된 질문이었다. 질문은 공격 가능성에 있었지만, 그 속내에는 “그러면 결과가 어떤지?”가 깔려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의 출판으로 미국이나 한국 모두 시끌벅적하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치부로, 한국에서는 책 내용 중 ‘80발 핵 공격’의 주체가 누구냐를 두고 시끄럽다. 거기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다는 “한국군은 우리 상대가 안 된다.”라는 발언은 논란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이 발언에 “북한 따위가”로 자존심이 상하는 이들이 있다. 또 “불안한데 어떻게 하지”로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북한 문제를 포함해 여러 주제에서 이 책을 두고 설전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책보다 이 책으로 인해 던져진 질문이다. 과연 북한은 이번에 공개된 것과 같은 선제공격(preemptive attack)에 대비가 되어있을까? 이것은 단순히 군사-안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이라는 ‘실체’를 이해하는 문제이며, 특히 ‘정치체제’와 ‘힘(power)’의 본질을 정확히 볼 수 있게 하는 질문이다.

단,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선제공격(preemptive attack)의 개념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선제공격은 적의 공격이 ‘임박하고 현저(immanent)’할 때 ‘자위권(self-defense)’ 차원에서 사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선제자 입장에서는 방어적인 전략이다. 반면 대부분 민주주의 국가는 침략(aggression: 공격 동기에 따른 공격)이나 예방 공격(preventive attack: 잠재적인 위협에 대한 전략적 공격)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각 개념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앞의 질문에 대한 답은 “북한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이다. 북한은 ‘미국과 남한의 선제공격’이 발생할 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 상황에서 그 가능성이 그리 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예방 공격(preventive attack)이나 침략(aggression)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헌법과 규범을 가지고 있다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3년 미국이 이라크의 다소 추상적인 위협에 대해 선제공격(preemptive attack)의 논리를 원용하여 전쟁을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북한은 미국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다음 상황. 북한의 위협이 가시화되는 바람에 미국과 남한에 의해 선제공격을 받으면 북한의 대응은 북한이 말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북한이 선제공격을 받는다면 북한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을 것이다. 첫째, 도발 받는 상황에 대한 매뉴얼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과 남한을 위협세력으로 비난해왔고, 이에 대한 초강력 대처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선전(propaganda)’해왔지만, 이것은 ‘전략(strategy)’보다는 ‘선전(bluffing)’에 가까울 것이다. 우선 북한 정치지도자가 이런 상황에 대처해본 경험이 없다. 게다가 행동을 잘못하면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에게 목이 날아갈 수 있다. 내외의 위협으로 인한 엄청난 공포와 불안 상황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기대할 수 있을까!

둘째, 중앙에서 정치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면 야전은 그야말로 먹통이 될 것이다. 당 중앙의 명령 없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북한의 정치체제 특성상 현장은 위기 상황에서 자체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 공격받지만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하면 북한 병사들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심각해질 것이며, 군대의 기강과 전투 의지는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실제 사례가 있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 후 을지연습이 끝나자 북한군은 비무장지대를 향해 3발의 포탄을 날렸다. 대한민국군은 국제사회가 규정한 ‘비례성 원칙’에 기초해 K-55 포를 이용해 55발의 포탄을 북한 GP와 GP 사이에 발사했다. 오랜 기간 군에 몸담으셨던 분에 따르면, 이 포격에 대해 북한군은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찌할 줄 몰라 했다고 한다. 즉 자신들은 도발하지만, 응전에는 대비가 안 되어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정치체제의 차이다. 두 번째 실질적인 국력이다. 북한은 침략과 도발에 능하다. 하지만 역으로 이런 공격을 받아본 적이 없다. 민주주의 국가가 쉽게 무력행사에 나서지 못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교묘하게 레드 라인을 넘지 않으면서 도발을 자행해왔다. 독재국가의 지도자는 강한 이미지가 필요하다. 그래야 ‘내부의 적’으로부터 살아남는다. 반면에 너무 막 나가 ‘외부의 적’이 ‘선제공격’을 하게 만들면 안 된다. 2017년 김정은 위원장이 패권 국가 미국을 향해서 ‘하와이 포격’ 운운하면서 말 폭탄을 던진 것도 그런 맥락이다. 내부의 적에게는 선전(propaganda)하면서 외부의 적에 대해서는 딱 그 정도로만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2003년 이라크전쟁 때 이라크 선전상은 바그다드가 함락되기 30분에 방송을 통해 이라크 군인들을 독려했다. 바로 죽기 직전인데도 말이다.

두 번째 실질적인 힘이 정치와 외교와 전략에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 투키디데스의 주장처럼 “강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한다(the stronger do what they can).” 하지만 모든 “약자가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감내하는(the weaker suffer what they must) 것”은 아니다. 작은 강아지는 짖는다. 무서워서도 짖는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해서 짖을 수도 있다. 또 짖어야 주인에게 귀여움을 받기 때문에도 짖는다.

강자는 약자에게 ‘위협구사 전략(threatening to use of force)’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 위협을 실현시킬 수도 있다. 이때 강자에게 중요한 것은 ‘능력’이 아니고 ‘의지’다. 반면에 약자도 강자에게 ‘위협구사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 전략이 먹히려면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북한의 부족한 종합국력을 고려할 때, 북한의 ‘위협구사전략’이 한미동맹에는 크게 어필할 수 없는 이유다.

북한은 미묘한 존재다.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에 너무 무시해도 안 된다. 하지만 너무 두려워 할 존재도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부분에 정치가 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 문제에 대해 안보와 전략보다는 국내정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왜 많은 전문가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문제 삼는지에는 큰 관심이 없다. 지지율이 안보전략보다 중요하다고 여길 때, 우리는 북한을 너무 과하게 보거나 너무 별 볼일 없이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의 실체’가 사라지는 이유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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