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06) / 마음공부와 시험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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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06) / 마음공부와 시험공부
  • 정명재
  • 승인 2020.09.1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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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 시험합격 8관왕 강사)

가을이 성큼 다가온 날씨다. 비가 유난히도 많이 내린 여름이었고,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지금이다. 도서관에도 가지 못하고 집과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던 한 주였다. 간혹 시간이 정체된 느낌으로 지난 시간을 돌아볼 여유도 생겼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우리 앞에 다가올 시간을 예측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시간을 대비하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주변상황과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그리고 내일 마주할 상황을 대비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지난 주,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하반기 시험공고가 있었다. 경기도는 경력채용으로 선발하며, 인천광역시는 시설관리직(기계시설30명, 전기시설10명, 화공시설10명) 50명을 공채 선발한다. 경기도 경력채용의 경우 일정한 자격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며, 인천의 시설관리직은 자격요건이 별도로 없다. 특히, 3과목으로 선발하는 시설관리직은 인천광역시 거주요건에 해당된다면 누구나 응시가 가능한 시험이다. 경기도 경력채용의 경우 485명을 선발한다. 일반기계 22명, 일반전기 11명, 일반토목 297명, 건축 132명, 교통시설 13명, 도시교통설계 5명, 방재안전 5명을 선발한다. 시험과목으로는 ‘물리’가 공통과목이고 전공과목으로 방재안전직의 경우만 재난관리론과 안전관리론 2과목이고 나머지 직렬은 전공과목 하나만 추가되어 보통 2과목을 준비하면 된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겨울의 문턱으로 접어들어 한 해도 저물어 갈 것이다. 수험생에게는 달갑지 않은 시간의 빠름을 실감케 하는 명절이 바로 추석이다. 마음 편하게 명절을 보내지 못하고 내년을 기약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 지난 해 추석에 꿈꾼 미래가 바로 지금 마주하는 현재이다. 우리는 늘 현실의 어려움을 보다 나은 미래로 전가하여 시간을 미루며 살아왔다. 각고의 노력으로, 쉼 없는 걱정으로 보낸 수험시간이었다면 필기합격 그리고 최종합격의 영예도 얻을 수 있었겠지만 조금의 아쉬움과 후회로 켜켜이 쌓인 시간이라면 다시 내년을 바라봐야만 한다. 시험공부를 끊임없이 해야 하는 수험생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언젠가는 끝이 있어야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종착역에서 안도의 쉼과 기쁨의 여유를 만끽하리란 희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참 많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합격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공부법에만 귀 기울이며 그들의 수험인생 이야기에만 익숙해져 간다. 불합격의 충격, 다시 공부를 시작하며 느꼈던 소외감과 고독에 대해서는 피하고 싶고, 듣고 싶지 않은 시·공간에 방치하게 된다.

절박한 상황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도 힘든 현실에서 공부를 하는 수험생들이 있다. 긴 한숨을 내쉬며 하루를 버티고 견뎌야 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잠시 들여다 보기로 한다. 그는 늘 일에 묻혀 살아간다. 병원에서 환자들의 돌봄과 이동을 맡고 있어 쉬는 시간이 일정치 않다. 새벽부터 늦은 저녁, 아니면 이른 저녁부터 새벽까지가 그의 근무시간이다. 집에 돌아오면 몸은 천근만근이다. 그럼에도 반기는 식구들보다는 그가 해야 할 일들이 다시 기다리고 있다. 부모님께서는 그가 중학생인 시절부터 몸이 안 좋으셨다. 그때부터 두 분의 모든 삶을 지탱하는 것은 그의 몫이었다. 바깥일을 아예 못하니 가정의 모든 소소한 일상에는 늘 그의 손이 필요하다. 병원에 모시고 다니며 검사가 있는 날이면 잠을 잘 수가 없다. 회사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부모님과 병원에 다녀오는 날이면 마음은 편하지만 몸은 너무나 지친다. 그는 직업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시험이 있는 날이면 시험장에 나타나는 수험생이다. 이토록 힘들고 바쁜 와중에서 그는 시간을 쪼개 공부를 했고 아쉽게 몇 점 차이로 시험에 합격을 하지 못했다. 아쉬움과 섭섭함은 그에게 사치(奢侈)일 뿐, 늘 마주하던 일상으로 바삐 돌아가야 한다. 그를 기다리는 일상의 무게, 그 비좁은 틈에 자리한 시간을 쪼개 공부를 하고 시험을 대비하는 수험생이 있다.
 

그녀는 몸이 아프다. 오랫동안 수험생활에 지친 탓도 있지만, 지병(持病)인 갑상선 문제로 수술을 해야 했지만 형편이 허락하지 않았다. 벌써 공부한 지도 5년이 넘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늘 마음속으로 약속을 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그렇게 야속하게 세월을 보내도 가정환경은 나아지지 않았다. 동생들은 변변한 직업을 구하지 못했고 간혹 아르바이트로 자신의 용돈을 벌기에도 바빴다. 사업실패로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 일은 엄두도 못 냈다. 그리고 6년이 되던 해 그녀는 합격을 했다. 기쁨보다는 이게 뭐라고 이렇게 오랜 시간 매달렸을까 하는 자괴감도 든다. 그럼에도 뛸 듯이 기뻐하는 가족들의 환호에 잠시 그간의 세월을 잊는다.

내가 직접 마주하고 경험했던 수험생들의 이야기이다. 누군가는 해피엔딩으로 끝나 내 곁에 없다. 한편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수험서를 펼치고 이 늦은 밤에도 졸린 눈을 비비며 수험서 한 페이지를 읽는다. 누군가는 합격의 마침표를 찍었지만, 또 누군가는 쉼표로 이 시간을 이어간다. 공부란 절박함이었고, 합격이란 처절한 절규에서 만난 한 줄기 빛이었다. 합격으로 향하는 여정(旅程)은 늘 고단한 삶의 궤적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누군가는 내게 묻는다. 왜 그토록 많은 과목과 많은 수험서를 쓰느라 고생하느냐고 말이다. 나 역시 이렇게 살아가는 일이 힘들다. 한 과목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과목을 개척하는 일이 항상 즐겁고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밝힌다. 누군가에게 합격이란 과정에 함께 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다. 내가 가 본 그 길이 합격으로 향하는 여정이었음을 확인한 순간, 누군가를 이끌어 그곳으로 데려가 보여주고 싶었다. 합격으로 가는 길은 처음에는 막막하고 힘들어 보인다. 모르는 분야의 책을 들여다보면 재미는커녕 다시 쳐다보는 일도 힘들다. 하지만 시험공부의 재미란 이렇게 모르는 용어를 하나씩 알게 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서 점수가 상승하는 경험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마음이 중요하다. 조금 힘들고, 조금 재미없다 하더라도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다시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 세상 살면서 쉬운 일이란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렵고 힘겨운 일도 자주 접하고, 일상처럼 익숙해질 때, 쉽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이지 그때까지는 어려운 것이다. 공부를 하고, 일정 점수를 확보해 합격생이 되려 하는가? 그렇다면 그 과정을 똑바로 쳐다보고 나의 마음을 정해야 한다. 처음에는 조금 힘들 것이고, 어려운 문제에도 봉착하게 될 것이다.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 주변의 환경이 나를 괴롭히고 번뇌에 이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견디고 참으리란 결심을 분명히 해야 한다. 마음에 중심을 잡고 공부를 한다면 간혹 흔들릴 수는 있을지언정 뿌리째 뽑히지는 않는 법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그대가 조금 빨리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은 공부기술을 전하는 것이 나의 다작(多作)의 이유였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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