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62)-진료거부의 법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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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62)-진료거부의 법적 책임
  • 신종범
  • 승인 2020.09.1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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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2020년 참 살아가기 힘든 해다. 연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폭우를 피하니 폭염이 닥치고, 폭염이 지나가니 역대급 태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진료를 거부하는 상황까지 맞이하게 되었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정책에 반대한다며 의사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대생들은 집단적으로 의사고시 응시를 거부했고, 전공의와 전임의들은 집단적으로 진료를 거부하고 병원 밖으로 나갔다. 개원의들 또한 집단적 휴원을 예고했다. 다행히 여당과 의사협회의 합의로 대규모 진료거부 사태는 막았지만, 의대생, 전공의, 전임의, 개원의들의 각 이해관계에 따라 여전히 상황은 유동적이다.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집단적 진료거부사태가 발생하자 정부는 법에 따라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맞섰고, 의사들은 의사업무를 수행할지 여부는 자유라고 항변했다. 그렇다면, 우리 의료법은 어떻게 규율하고 있을까?

의료법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5조). 의사와 환자 사이의 진료관계도 민법상 계약에 해당하므로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르면 환자의 진료 요구(청약)에 의사는 응할 수도 있고(승낙), 응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승낙거절), 우리 의료법은 의사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여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환자의 진료요청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율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진료관계는 민법상 위임계약에 해당하여 민법의 규정에 따르면 각 당사자인 환자나 의사가 자유롭게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민법 689조), 역시 의료법 제15조에 따라 의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일방적으로 진료관계를 해지할 수 없다.

만약, 의료인이 의료법 제15조를 위반하여 정당한 사유없이 진료를 거부하게 되면, 면허자격이 정지되거나(제66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제89조). 나아가, 진료를 거부당한 환자가 병세가 악화되는 등 손해가 발생하게 되면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개별적 진료거부를 떠나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진료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의료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업무개시명령 등을 발동할 수 있다. 즉, 의료법 제59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등은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고(제1항),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으면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제2항), 이 경우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그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제3항).

만약, 의료법 제59조에 따른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 의료기관은 개설허가 취소나 의료기관 폐쇄처분을 받을 수 있고(제64조), 의료인은 면허자격이 정지 또는 취소될 수 있으며(제65조, 제66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제88조).

실제,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이번에 집단적으로 진료를 거부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후 현장조사를 거쳐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고발했다.

의사들은 위와 같은 의료법 규정들이 헌법상 직업수행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고(헌법 제36조),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는바(헌법 제37조),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의사들의 진료행위에 대한 의료법의 규정이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의료행위는 의료인만 할 수 있고, 의료인이 의료활동으로 얻는 수입의 대부분은 전 국민 건강보험을 통해 국가가 지급한다. 의료인은 그에 따른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의료법은 “의료인은 국민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사명을 가진다”(제2조), “의료인은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제4조) 라고 하여 의료인의 사명과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번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에는 이러한 책임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의 여론이 싸늘한 이유이기도 하다.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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