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장관은 지난달 27일 검찰 중간간부와 평검사 인사를 두고 “우수 검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드리고자 노력한 인사”라고 자평했다. 이번 인사와 관련 추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인사에서 우수 여성검사들을 법무부의 주요 보직에 발탁했다. 또한, 검찰사상 최초로 서울중앙지검과 부산지검 강력부에 여검사 두 명을 발탁했다”면서 “내가 검사시보를 했던 1983년엔 딱 두 명의 여검사가 있었지만, 그 시절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과가 이루어졌다. 능력도 뛰어나 이제는 여성검사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극복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금까지 한 두건의 폼나는 특수사건으로 소수에게만 승진과 발탁의 기회와 영광이 집중됐다면, 이제는 법률가인 검사 모두가 고른 희망 속에 자긍심을 가지고 정의를 구하는 사명을 다 할 수 있도록 인사를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뒤 “이번 인사에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형사·공판부에 전념해온 우수 검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드리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추 장관의 이런 자평에 공감하는 사람은 아마도 정권 편에 줄 서 혜택을 받은 당사자일 뿐일 것이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 중 한동훈 검사장 독직폭행 혐의로 서울고검의 감찰을 받는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광주지검 차장으로 승진 전보했다. 조국 전 장관을 감싸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조롱한 여검사는 대구에서 서울동부지검으로 ‘표창성’ 전보 조치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소 사실 유출 의혹으로 고발된 서울중앙지검 4차장은 1차장으로 옮겼다. 수사 대상자를 전국 검찰 수석 차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를 기소한 검사가 중앙지검 2차장, 법무부 대변인이 3차장 자리를 차지했다. 부실 수사 지적을 받은 옵티머스 펀드 수사 부장검사는 라임 펀드 수사 담당 차장으로 승진했다.
추 장관은 올 초 취임 이후 이번까지 두 차례 인사에서 윤 총장 측근을 철저히 배제하고, 이른바 특수·공안 라인을 사실상 소멸시켰다.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공공수사부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요직을 친여 성향 검사들과 호남 출신 검사들로 채웠다. 반면에 정권에 민감한 수사를 이끈 검사들을 대거 지방으로 좌천성 발령하는 내용의 인사를 단행했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 남아있던 특수·공안 검사들은 윤석열 검찰총장 ‘라인’으로 분류되며 지방으로 전보됐다. 이는 수사 실무 책임자들을 바꾼 것은 사실상 수사를 그만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번 인사는 정권을 수사하던 검사들을 지방으로 좌천시켜 수사팀을 공중분해 하는 방법으로 수사를 방해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검찰 내부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노골적인 정권 충성 경쟁을 위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검사 인사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담은 만행에 가깝다. 나아가 검찰의 중립성은커녕 오히려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추락시켰다. 출신 지역을 고루 안배했다는 대목에서는 기가 막힌다. 이른바 검찰 4대 요직을 모두 특정지역 출신으로 채웠는데 추 장관이 말하는 지역 안배는 대체 어디를 말하는 건지 궁금하다. 검찰 요직의 지역 안배는 단순한 관행이 아니다. 민감한 수사의 방향을 결정할 때 서로 견제하고 균형 잡힌 결정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 역대 정권에서 검찰 인사는 통상 1년 단위로 이뤄져 왔다. 그런데 이 정권에선 불과 6개월마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검사들에 대한 인사 학살이 반복되고 있다. ‘인사가 만사’가 아니라 ‘망사’(亡事)가 되고 있다.
검사는 참과 거짓을 가려 진실을 밝히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소명이다. 검사는 일반 행정공무원과는 달리 각자가 단독으로 검찰사무를 처리하는 단독관청으로서 오로지 진실과 정의에 따라야 할 의무를 지고 있는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검사에게는 법관과 같은 자격을 요구하고 그 신분을 보장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권력에 기댄 채 참과 거짓을 바꾸는 애완견 검사들이 득세하는 ‘죽은 검사들의 사회’는 권력과 불법이 판치는 세상으로 전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