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LEET 최고득점 수기] “범사에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은 그것을 이룰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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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LEET 최고득점 수기] “범사에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은 그것을 이룰 때가 있다”
  • 이상연 기자
  • 승인 2020.08.27 21:48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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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LEET 최고득점 수기/서울대 재학 K씨

1. 들어가며

감사하게도 법학적성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이렇게 수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제가 이번 리트(LEET)에서 최고점을 받았을지라도, 아직 한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심스럽습니다. 또 앞으로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비롯하여 법조인이 되기까지 긴 여정이 남아 있지만, 모쪼록 제 경험이 수험생을 비롯하여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2. 출발점

리트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본 때가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습니다. 수능시험 준비를 하는 친구들이 고득점을 위한 학원 문제집을 풀면서 리트 문제가 수록되어 있다고 하면서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시험이라고 들은 기억이 납니다. 법조인을 꿈꾸고 있었기에, ‘나 역시 나중에 저 시험에 응시하겠구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리트를 치고 대학생으로서 마지막 학기를 앞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3년 반 남짓한 시간 동안 리트에 꾸준히 투자를 하며 공부해온 것이 잘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대학 입시에서는, 굉장히 공부를 많이 했음에도, 수학능력시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새내기로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데에 망설임이 배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설렘보다는 두려움을, 기대보다는 걱정을 더 많이 안은 채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1학년 1학기를 시작했습니다. 고학력자는 전례 없이 많은데도 취업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는 근래에, 나날이 경쟁이 격화되는 입시의 장을 막 거친 제가 그러한 마음으로 첫걸음을 내딛은 것도 무릇 당연했을지 모릅니다. 실제로 리트 기출문제집을 서울대 입학식이 있기도 전에 사서 일독했습니다. 후일 무한경쟁의 시절로 회고될 것만 같은 현 시점의 기준에 비추어 보아도, 당시 저는 너무 일찍 수험준비를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3. 준비의 과정

1) 공부의 초석

그렇게 저는 리트에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1학년 1학기에 고등학생의 티를 벗지 못하고 열심히 공부만 했고, 주말마다 그 난도에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틈틈이 기출문제를 풀며 리트에 점차 익숙해졌습니다. 부모님의 권유도 한 몫 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미리 준비하고 남들보다 더, 과거의 저 자신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를 거듭하던 어머니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들은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하면 후회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게 혼자 공부한 후에 1학년 여름방학에 2018학년도 리트에 응시하기까지 했습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리트는 굉장히 비싼 시험입니다. 아무리 기출문제를 한 차례 다 보았다 해도, 대학교 졸업까지 3년도 더 남은 시점에서 거금을 들어 굳이 실제 시험에 응시한 것은 아직 저 스스로에게도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다양한 기관에서 주최하는 리트 모의시험에 응시해 봄이 리트 준비에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좋은 대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본 시험에서, 생각했던 것보다는 나름 괜찮게 성적이 나왔습니다. 당시 각 과목 35문항이었는데, 언어이해와 추리논증 백분위가 기대보다 높게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돈을 많이 들여 시험을 봤는데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흐름을 남은 3년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로스쿨에 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위안을 얻는 계기였습니다. 아마 이 경험이 없었다면 현재의 제가 없었을 수도 있겠지요.

2) 추리논증에의 접근

“꼼꼼하면서도 빠르게 답 찾아내는 연습 필요”

학업에 계속 집중함과 동시에 꾸준히 시간을 내어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시중에서 공직적격성평가(PSAT),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MDEET) 등의 기출을 간추려 리트를 위한 문제집으로 만들어 파는 책들을 구매해서 주말마다, 방학마다 조금씩 학습하였습니다. 특히 본격적으로 리트를 공부하면서 추리논증의 논리게임 문제들이 어렵게 다가왔고, 평가원이 출제하던 시절의 기출문제는 정말 다시 보아도 도저히 주어진 시간 안에 완벽한 해답을 찾아 문제를 푸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주변에 똑똑하고 머리 좋은 분들께서는 별 어려움 없이, 심지어 명쾌하게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내는 것을 목격하면서 여러 번 좌절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고, 연습에 연습을 더하여 문제풀이 역량을 키우자고 다짐했습니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특히 수리·논리 문제에 어려움을 느끼시는 분들은 관련 부분만이라도 보다 일찍 리트 공부를 시작하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논리게임은 우선 관련 개념을 명확히 하고자 학교 수업에서 논리학을 수강했습니다. 중등교육과정상 집합과 명제를 처음 배울 때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접한 것을 모두들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논리학에 입문하면서 처음 등장하는 명제논리와 자연연역은, 수학의 이러한 집합론적 지식을 기반으로 명제 형식의 논리체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해답을 얻기에 좋은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9가지의 타당한 논증 형식을 규정하는 함축 규칙들과, 10가지의 논리적 동치를 기술하는 대치 규칙들을 사용하면 명제 논리의 형태로 출제되는 논리게임 문제들의 거의 대부분은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한 걸음 더하여, 전칭·특칭의 양화사와 긍정·부정의 계사를 조합한 구조의 정언 명제를 A, E, I, O의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정언 논리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올해 리트에도 등장한 술어 논리도 있습니다. 명제 논리와 정언 논리의 결합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운데, 둘 이상의 개체에 대한 술어를 포함하고 있는 일상적인 명제들을 자연어로 번역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논리체계입니다. 여기까지 공부하신다면 리트에 출제되는 모든 논리게임은 정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감히 말해 봅니다. 기호논리학과 같은 전공 수업을 듣지 않고, 교양 수준의 논리학만 수강하시더라도 이러한 내용들을 배울 수 있으니, 논리게임 접근에 어려움을 느끼고 계신 분들께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

이렇게 공부하면서, 또 꾸준히 문제풀이의 요령을 익힘으로써 실력을 증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제대로 푸는 것조차 어려우므로 시간제한 없이 정확히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을 익히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관련된 여러 가지 유형들을 접함으로써 친숙해지는 연습을 했습니다. 수 개의 진술 간 상호관계에 주목하여 어떠한 진술들이 서로 모순관계 혹은 반대관계에 있는지 파악함으로써 풀리는 문제들이 대표적이죠. 문제를 두려워하지 않게 될 즈음, 시간을 단축해 가면서 풀이법을 실제 시험에서처럼 적용해 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점차 겁먹지 않고 당황하지도 않을 수 있었고, 마침내 정말 못 풀 정도로 어렵게 내는 경우가 아닌 이상 웬만한 논리게임 문제들은 정복했다고 느꼈습니다.

수리추리의 경우 수학적 접근을 꾸준히 연습하는 방식으로 논리게임과 비슷하게 공부했습니다. 기타 언어추리 및 논증 관련 문제들은 PSAT의 언어논리 및 상황판단 기출문제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 유형이나 구성이 유사할 뿐 아니라, 굉장히 많은 기출문제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공부 소재를 확보하는 데에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이처럼 추리논증은 장기간 준비하면서 점수를 계속해서 상승시킬 수 있었습니다.

3) 언어이해에의 접근

“상당한 정도로 이해되면 넘어가는 습관 필요”

학창시절 문과였던 저는 특이하게도 과목 중에서 국어를, 특히 문학을 이해 잘 하지 못하여 가장 싫어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독서(비문학)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게 되었고, 그 결과 비문학 지문들은 항상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35문항이던 때에 리트 준비를 시작한 제게 기존의 언어이해 지문들은 수능 국어 중 독서의 고난도 버전 느낌이 강했을 뿐, 집중해서 읽으면 그래도 시간 내에 대강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3학년이 된 후, 언어이해 지문들이 날이 갈수록 소재가 난해해질 뿐 아니라 시간 내에 제대로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출제경향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30문항 체제로 바뀌면서 시간 단축에 따라 독해 부담은 급격히 증가했고, 그에 따라 표준점수도 매년 양극화되는 추세를 보인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19학년도 리트 기출문제를 풀어본 결과, 언어이해의 난도는 어느덧 감당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어려워졌습니다. 지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학부 수준의 전공 지식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진화한 상태였고, 전공자가 문제를 풀더라도 제한시간 안에 다 읽지 못하지 않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걱정하다 보니 심지어 과거에 풀었던 기출문제와 기타 문제집에서 새로 풀면, 틀렸던 것들을 그대로 틀리는 것을 넘어 틀리지 않았던 문제들까지 새롭게 틀리기도 했습니다. 자신감 하락의 악순환에 빠졌던 것입니다.

추리논증과 다르게 언어이해는 아무리 많이 풀고 지식을 쌓아도 제자리걸음에 그친다는 설이 대종을 이룹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를 줄이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한시간 내에 점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며, 그러한 방식의 준비를 권하고 싶습니다. 언어이해는 상대적으로 출제자의 의도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추리논증을 준비하면서 습득하는 엄밀한 판단능력이 교차 간섭효과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많은 수험생 분들께서 종래의 기출문제에서조차도 지문만으로 답을 고르기 어려운 문제들이 종종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의 어려움을 느꼈고, 이에 문제의 근원을 진단하고자 했습니다.

문제를 풀면서 느낀 의문들을 정리하고 스터디를 통해 다른 학우 분들의 견해를 들으면서 내린 제 나름의 결론은, 바로 언어이해에서는 논리적으로 명백하게 그릇되지 않은 한 개연성이 있는 범위 내 모든 추론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때로는 완벽히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유연하게 수긍할 있는 태도가 필요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시험장에서 문제를 풀고 있을 우리가 그 순간 제시된 지문을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공부하는 것보다도 상당한 정도로 이해되면 만족하고 넘어가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타고나게 우월한 독해력을 지니신 분들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느낀 제게, 이러한 전략은 굉장히 성공적이었습니다. 제가 내렸던 결론이 정확하다거나 합당하다고 자신하기 어렵습니다만, 스스로 어려움을 느끼는 지점을 정확히 포착하여 해결하려는 노력이 자신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4) 질주의 완성

이후 2020학년도 리트에 응시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그러하듯 4학년 때 치를 시험의 연습 느낌으로 3학년이었던 저는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언어이해를 풀기 시작했지요. 원래 시험 시작 5분 전 OMR 답안지를 배부하여 성명과 수험번호, 필적확인문구를 기재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특히 1교시 언어이해의 경우 1초가 소중하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는 가히 필수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당시 고사장에서 준비령이 울리길 대기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감독관이 모든 종류의 마킹은 종이 울린 후에 할 수 있다고 공지하셨고, 그날 1교시에 저와 같은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신 분들은 30초가량을 허비하는 결과가 벌어졌습니다. 이 시간이 진학 가능한 대학원의 차이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수험생들께서는 충분히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1교시 종료 후 즉각 이 문제는 시정되었고, 2교시 시작 전 감독관께서 오해에 대해 사과하시기까지 했습니다. 로스쿨 입시가 본격적으로 걸려있지 않았던 제게는 일종의 연습이 되었지만, 동시에 억울하게 구제받지 못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을까라는 씁쓸한 생각도 드는 사건이었습니다.

지문들은 확실히 독해하기가 쉽지 않았고, 한 문제 한 문제 고군분투하던 저는 시계도 볼 틈이 없이 마지막 지문과 그에 딸린 세 문제를 남겨두고 앞선 문제들의 마킹을 시작했습니다. 마무리하고 마지막 지문을 읽기 시작할 즈음 시계를 보았는데, 4분가량 남아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제게, 그 순간 느껴지던 중압감은 말로 형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기억의 파편들을 상기해 보면, 순간 초인적인 속도로 지문을 스캔하고 문제를 풀었는데 정말 기적적으로 세 개의 문제에 답이 명확하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안도감의 한숨을 내쉬며 OMR을 제출한 후, 2교시 추리논증은 큰 고민 없이 충실하게 풀었습니다.

귀가하여 채점을 해 보니 언어이해에서 2문제, 추리논증에서 3문제를 틀렸더군요. 제게는 기쁨의 쾌거였습니다. 당시 내년에도 이 정도로만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더랬지요.

4. 종착점

이야기의 끝을 장식할 사건이 바로 2021학년도, 제게는 세 번째였던, 리트입니다. COVID-19 사태가 1월 말 본격화되면서 공부할 시간은 증가했고, 저는 다시 심기일전하여 리트 공부에 임했습니다. 이제는 공부법도 체득한 상태였고, 관련하여 문제풀이 소재가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감을 잃지 않고자 1학기 중 스터디를 꾸려 주기적으로 시험 연습을 했고, 과거 틀렸던 문제들에 대한 분석을 꼼꼼하게 진행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장수생이 아님에도 오랫동안 공부한 시점에서 기존에 인식하지 못했던 사소한 실수들까지 보이게 되었고, 이를 바로잡으며 만전에 만전을 기하는 방식으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1학기 종강 후 시험 당일까지 4주가량이 특히 긴장되는 시기였습니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급습하기 일쑤였고, 이렇게 많이 노력했는데 결과가 나빠서는 안 된다는 강박적인 감정이 고개를 들며 저를 불안에 빠뜨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책상 앞에 앉아 걱정을 덜고자 다시금 기출문제를 집어 들었습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은 그것을 이룰 때가 있으니, 그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또 바라는 마음가짐을 견지하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시험날 아침에는 때늦은 장마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었고, 폭우 속에 우산을 쓰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교실 앞문 바로 옆 자리였던 저는 빗줄기의 소리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할지도 모른 채 그저 멍하니 칠판을 응시하면서 시험이 시작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기나긴 리트 준비의 시간들이 그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로 1교시를 시작했습니다.

첫 장의 문제들을 풀면서는 “왜인지 어렵네”라는 생각이, 문제들을 절반 정도 풀었을 즈음에는 “큰일났군”이라는 생각이, 문제들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는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지겨울 정도로 많은 시험을 보았고, 리트만 하더라도 기출문제부터 각종 자료를 수도 없이 접했으며 이미 두 차례나 실제 시험을 치른 적이 있던 저였습니다. 분명 지문들도 크게 난해하거나 특별히 독특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선지들에서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았고, 다시 지문으로 돌아가 선지를 긍정하거나 부정할 근거를 아무리 찾아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머릿속에 거대한 돌덩이가 들어앉은 것처럼 사고의 흐름이 자꾸 끊겼고, 시계를 수시로 쳐다보며 억지로 고른 답들에는 전부 틀렸다고 하여도 차마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아무런 확신이 없었습니다. 문제를 다 풀 즈음, 10분 남았다는 종이 쳤습니다. 그저 막막한 마음에 한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저히 제 능력으로는 그리고 제가 들였던 노력으로는 해낼 수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정말 다시는 이 시험을 치고 싶지 않다는 강렬한 마음, 더불어 재수를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뒤섞인 채로 가빠진 호흡으로 두서없이 마킹을 완료했습니다. 답안지를 제출할 때에는 정말 머릿속이 백지 그 자체였습니다. 살면서 두 번 다시 그러한 무력함을 느끼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쉬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추리논증에는 딱 하나의 생각으로 - “추리논증이라도 잘 보면 로스쿨에서 정상을 참작하여 주지 않을까?”- 임했습니다. 다행히도 언어이해와는 달리 추리논증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문제들을 풀 수 있었고, 시간을 정확히 맞추어 마지막 문제까지 마킹을 완료했습니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으면서는 정말 밥이 목을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논술을 마치고 휴대전화를 돌려받고 전원을 킬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귀가하였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부모님께서 직접 데리러 오셨는데도 마주치지 못하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공허한 마음으로, 그렇지만 여전히 간절한 마음으로 기적을 바라며, 법전협 홈페이지에서 답지를 보며 가채점을 진행했습니다.

채점을 완료하고 손이 그렇게 떨린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언어이해가 기대를 상상 이상으로 초월하여 1개만을 틀린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죠. 형언하기 어려운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추리논증은 그래도 잘 보았다고 생각하던 차였기에 하나 틀린 것을 발견하고,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하게도, 약간의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추후 성적이 확정되고 알게 되었는데, 언어이해에서 홀로 최고점을 얻고 추리논증에서 비록 정확한 동점자 수는 모르지만 2등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표준점수의 합 기준으로 170.4라는 점수를 받을 날이 제게 오리라고 기대해 본 적이 없습니다.

5. 나가며

대학생활 전반이 여러모로 치열했다고 느낍니다. 소위 말하는 캠퍼스의 낭만은 제게 있어서 학창시절 선생님들께서 들려주시던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학업에 열중하고, 동아리와 학회 활동을 병행하며, 기타 다양한 교외활동까지 수행하면서 오직 진로를 위해 달려온 시간들로 점철된 4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앞으로도 제게는 로스쿨 수학, 법무관, 그리고 어릴 적부터 간직해 온 꿈인 법관에의 임용과 같은 수많은 과정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리트에서 고득점을 함으로써 이러한 일련의 도전에 다시금 박차를 가하고, 조금 더 선명한 미래를 그려 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 봅니다. 이번 고득점 또한 항상 뒷바라지해 주시는 부모님의 헌신과 가족의 응원 그리고 하나님의 은총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학업과 진로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리트 수험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고하는 농부가 먼저 곡식을 얻는 것처럼, 이 순간에도 공부하고 계실 모든 수험생 분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로스쿨 입시를 앞두고 있고 앞으로 변호사시험 등 넘어야 할 많은 과정이 남아 있기에 조심스럽고 두려운 마음이라는 필자의 뜻을 존중하여 실명을 밝히지 않음을 독자 여러분의 많은 양해 바랍니다. 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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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제시 이전에... 2020-08-29 13:29:19
애시당초 고시낭인이라는 용어가 대단히 부당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수치만으로도 사법시험 원서출원 최대인원치가 지금 공무원시험 응시자의 15분지1에 불과한 수준이었고 이것은 당시 imf외환위기 이후 대량실직사태 사회적 현상의 일각 내지는 당시 젊은 대학생들의 사회에 대한 학습효과가 고시열풍으로 나타난 것일 뿐이었다.
본래 안정적이고 사회적지위가 높은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시험에 젊은이들이 몰려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경쟁은 우리사회 발전의 근본원리이기 때문에 결코 죄악이 될 수 없는 것이고 이들을 낭인으로 몰아서도 안된다는 것다.
그리고 댓글에 욕설로 답글 다는 행위는 처벌대상임을 로스쿨생들에게 분명히 알린다.

수고했다...그러나 2020-08-27 21:59:59
똑똑하다는 것은 인정. 그러나 양심이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우리헌법은 공무담임권을 보장하고 있고 공직 임용에 있어서의 학력에 의한 차별을 위헌이라고 본다. 현행 로스쿨 제도는 판검사 임용의 유일한 진로이지만 변호사시험 응시권을 그 졸업자들로 제한해서 부여하고있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로스쿨을 간다는 것이 과연 양심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강희은 2020-08-28 19:01:59
이 학생은 리트 준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법학과목 수강 및 독서와 상당한 학회 및 동아리 활동 그리고 많은 사회봉사 등 사회경험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20-08-28 11:35:13
노력, 성실, 지혜로 이룬 결과를 축하합니다.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정직하게 공의와 정의를 이 나라에 세워나가는 법관이 되기를 바랍니다.

갤럭시 2020-08-28 11:21:53
수고 많았어요. 그 꾸준한 노력이 열매로 맺어가는군요. 우리나라에 정의와 공의의 물이 흐를 수 있도록 기여하는 법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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