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61)-광화문집회금지처분에 대한 집행정지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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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61)-광화문집회금지처분에 대한 집행정지결정
  • 신종범
  • 승인 2020.08.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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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우리나라가 코로나 대유행의 불안에 휩싸이고 말았다. 대유행의 주요 근원지로는 ‘사랑제일교회’ 등 몇몇 교회들이 꼽히고 있다. 지난 3월에도 ‘신천지’ 교회발 유행이 있었지만, 현재의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사랑제일교회’ 등의 비협조로 감염우려자를 파악하기 어렵고, 파악이 되었다하더라도 이들이 진단을 거부하는 등으로 정부의 방역조치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는 과정에 8·15 광화문집회가 있었다.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교인 등 전국에서 2만명 가량이 참석하였다고 하는 광화문집회 이후 확진자 숫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역적으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확산이 언제 멈출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스스로 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코로나가 확산 기로에 있음에도 대규모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원망스럽다. 그러나, 집회를 주도한 사람들은 오히려 당당하다. 법원이 허가를 내 준 적법한 집회였다는 것이다.

8·15 광복절을 맞이하여 광화문을 비롯한 여러 건의 집회에 대하여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집회금지처분을 내렸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감염병 예방조치로 이루어진 적법한 행정명령이었다. 그러자,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시의 집회금지처분에 대한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집행정지신청이 10건 접수되었다. 그 중 2건의 집행정지신청이 인용되었고, 신청이 인용된 집회에 신청이 기각된 집회 참가자들까지 합세하면서 수 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8·15 집회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더욱이 집회 참가자를 파악하기도 어렵고, 참자가들이 진단검사까지 거부하면서 집행정지결정을 내린 법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진행되고 있다. 해당 결정을 내린 판사의 해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국민청원 동의자는 곧 20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집행정지는 행정처분의 무효나 취소를 구하는 당사자의 실효적인 권리구제를 위하여 인정되는 제도다. 행정소송법은 행정처분의 취소(또는 무효확인)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하여도 그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에는 영향이 없다고 하면서 다만,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집행정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3조).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영업자가 영업정지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또는 무효확인)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만약 그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수 없다면 승소판결을 얻더라도 실질적인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영업정지기간은 끝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집행정지는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법률상 불이익을 받는 자의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행정처분의 취소(또는 무효확인)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하는 것이 보통이다.

서울시로부터 8·15 집회금지처분을 받은 일부 단체들도 집회금지처분의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신청도 함께 했을 것이다. 집행정지신청을 받은 서울행정법원의 다른 재판부들은 코로나 확산 우려 등으로 신청을 대부분 기각했지만, 유독 특정 재판부만이 신청을 인용했다. 신청을 인용한 재판부는 “집회 장소·방법·인원수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해 제한적으로 집회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집회 개최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처분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감염병 예방이라는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강력한 행정수단을 동원하는 행정부와 달리 권리구제기관의 최후 보루로서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도 고려해야 하는 해당 재판부의 고뇌를 헤아린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코로나라는 감염병 위기상황이 아니라면 위와 같은 재판부의 결정은 지극히 타당한 것이다. 그러나, 감염위험이 매우 높은 코로나(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제1급 감염병)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그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는 나오지 않았으며, 특히, 국내에 확진자 수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시기였고, 8·15 집회에 많은 수의 사람들이 집결할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나온 위와 같은 재판부의 결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행정소송법은 “집행정지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에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라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제23조 제3항). 현 코로나19 상황보다 더 중대한 공공복리가 또 있을까? 더욱이, 8·15 광화문 집회를 열어준 재판부가 몇 달 전 다른 단체의 집회금지처분 집행정지신청에 대하여는 기각결정을 하였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은 1주에 한 번 가던 학교를 이제 아예 가지 못한다. 봄에 하기로 한 결혼식을 9월로 연기한 예비부부가 결혼식 문제로 다투다 파혼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나마 일상을 찾아가던 사람들은 다시 일상을 잃어버렸고,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될 수도 있다고 한다. 법원 재판에 대한 비판이 있을 때마다 법원은 사법부의 독립을 이야기 하면서 우려를 표명하지만, 이번 8·15 광화문집회금지처분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결정은 국민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책임을 지는 일은 없겠지만...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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