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조용하게(silent)’ 강해지고 있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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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조용하게(silent)’ 강해지고 있는 대한민국
  • 신희섭
  • 승인 2020.08.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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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으로 보이는 중국에 대한 공세 수위가 강해지고 있다. 그 덕에 한반도를 둘러싼 지역 질서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7월 23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닉슨도서관 연설은 1979년 이후 신냉전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에게는 마키아벨리의 ‘운명의 여신(Fortuna)’이 중요하다. 주변 강대국이 어떤 지도자가 되는지 따라 안보환경과 경제적 조건들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운명의 여신’ 앞에서 초라하기 마련이었다.

이렇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우리가 ‘안정(stability)’이나 ‘평온(tranquility)’을 찾을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일관성 있게 불확실성을 줄이는 노력일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자세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조용하게(silent)’ 강해지고 있다. 이것은 북한이 1990년대 들어와 냉전 붕괴로 인한 불확실성을 극복해보겠다며 핵과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를 ‘요란스럽게’ 만든 것과 대비된다. 두려움에 떠는 강아지가 더 요란하게 짖어대는 것처럼 말이다.

국제정치학 이론에는 방어적 현실주의(defensive realism)가 있다. 로버트 저비스와 스테판 반 에버라를 대표이론가로 하는 이 이론은 ‘군사전략’과 ‘안보 딜레마’와 ‘전쟁’의 관계를 설명한다. 어떤 국가들이 공격전략을 가질지 방어전략을 가질지가 안보 딜레마를 결정하고, 이때 안보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전쟁이 수행된다는 것이다. 물론 전쟁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지도자와 지도부의 ‘오인(misperception)’을 의도적으로 강조함으로써 ‘정치적 목적’과 ‘합리성’이라는 요건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지만, 이 이론은 군사전략과 무기체계가 국가 간의 관계를 규정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최근 강대국들의 전략은 공격무기를 중심으로 공격우위 전략으로 수정되고 있다. 물론 대규모 핵전쟁에 돌입하는 것이 어렵다는 전제하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상대국가의 의지를 꺾거나 실제 국지적인 무력충돌에서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차원에서 강대국들은 전략적으로 공격에 유리한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스텔스 전투기와 스텔스 폭격기뿐 아니라 제럴드 포드 함과 같은 최신 항공모함의 도입이나 줌왈트급의 스텔스 함정 도입 등이 그 사례다.

주변 국가들이 ‘속도(speed)’를 강조하는 공격무기를 바탕으로 공격전략으로 갈 때 이런 압력에 대처하는 방법은 우리도 더 강력한 무기체계로 대응하는 것이다. ‘속도’ 위주의 군사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어무기 체계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어 자체가 안될 때는 더 빠른 공격무기를 통해 도발을 억지하거나 자제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최근 매우 강력한 공격무기들을 속속 배치하거나 개발하고 있다. 그중 3가지가 매우 의미 있다. 먼저 미사일 전력이다. 2020년 7월 28일 한미 미사일협정은 4번째 개정을 통해 고체연료 사용을 가능하게 했다. 2017년의 3차 개정에서는 탄두 중량 제한을 풀었다. 그 결과 2020년 5월 한국은 안흥 시험장에서 현무 4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였다. 현무 4 미사일은 최대 800km의 사거리에 탄두 중량이 2톤에 달한다. 만약 이 미사일을 500km 이내의 사거리로 하면 탄두 중량은 4톤을 넘길 수 있다. 현무 4는 고각 발사 미사일로 외기권인 1,000km까지 상승한 뒤 2톤의 탄두 중량으로 하강한다. 최고 속도는 마하 10에 육박하는 속도로 낙하하여 목표물을 300m까지 관통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터지면 위력은 1kt(TNT의 1,000톤 파괴력)이나 된다. 이 정도면 전술핵무기 수준이다. 게다가 가격은 한 발당 40억 정도에 불과한데 이런 무기를 수백 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과거 소련을 두렵게 했던 퍼싱 2 미사일이 실전 배치된 것이 250개 정도였던데 비해 현재까지 배치된 현무 미사일만 2,000여 발이 되는 상황에서 현무 4의 대규모 양산은 한국을 미사일 강국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다. 이것은 북한의 오판을 억제할 것이고 주변 강국인 중국과 일본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비핵 EMP 폭탄’이다. EMP 폭탄은 1960년대 수소폭탄실험 중에 발견된 펄스가 전자기기를 망가뜨리는 것에 착안한 무기이다. 보통은 핵무기를 터뜨려서 펄스를 만들지만 기술 수준이 높은 국가들은 재래식폭약으로도 펄스를 만든다. 이 분야의 최고는 미국으로 미국의 비핵 EMP 폭탄은 반경이 6km 이상이다. 즉 폭탄을 터뜨리면 6km 내에 있는 전기제품이나 전자 제품은 모두 타버려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한국도 2008년 개발을 시작해서 2018년 반경 1km의 비핵 EMP 폭탄 개발에 성공했다. 앞으로 2024년까지 4.6km 반경의 비핵 EMP탄을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이 무기는 인간은 살상하지 않지만, 미사일이나 레이더 등을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다. 또한, 지하의 벙커도 전기로 연결만 되어 있으면 먹통으로 만들 수 있는 무기다. 따라서 핵무기보다 실용성이 높아 억지 무기로 유용하다. 한국은 이 무기를 만들면서 자속 압축 발전기를 이용해 기폭장치를 만들었다. 매우 많은 실험을 통해 현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서 실험이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이 정도의 고폭능력은 핵 개발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레일건’이다. 한국은 이 무기 역시 수준급으로 개발 중이다. 레일건은 두 개의 전도성 레일에 전압을 걸어 탄자를 발사하는 무기로 향후 재래식 화포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8년 미 해군이 공개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이 무기는 현재 200Km를 유효사거리로 하며 1분에 10발의 금속성 탄두를 날려 운동에너지를 통해 상대를 무력화할 수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도 개발 중이고, 러시아제 레일건은 초속 11km 즉 마하 32의 속도로 상대를 공격하는 수준까지 왔다. 한국도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해 2011년 40mm 탄자를 마하 7의 속도로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서울에서 200km 정도 이내에 있는 평양을 100초가 안 되는 속도로 공격할 수 있는 무기이다. 상용화된다면 분당 수십 발의 금속탄환을 날려 적을 무너뜨릴 수 있는 억지 무기이다. 특히 운동에너지로 날아오는 탄환은 작고 빠르므로 실제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전력공급문제를 해결하면 미사일(토마호크 미사일 대당 60만 불 수준)보다 저렴한 2만 5천 불 수준에 연속 발사를 통해 상대의 전략요충지를 미사일보다도 훨씬 빠르게 공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가 될 것이다.

이처럼 한국은 조용하게 강해지고 있다. ‘운명의 여신’ 앞에서, 즉 강대국들로 둘러싸여 있고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북한을 상대하는 한국은 ‘덕성(virtu)’을 키우고 있다. 즉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차근차근 힘을 키우고 있다. 어릴 적 한국이 언제 잠수함을 가지게 될 것인지 궁금해 하고, 항공모함은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한국이 이제는 엄청난 잠수함 전력도 보유하게 되었고, 중형항모 건조 계획을 세운 나라가 되었다. 조용히 한발 한발 한국은 강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조용하게 한 걸음씩 나가 ‘운명의 여신’을 통제할 수 있는 국가가 될 것이다. 코로나와 장마로 힘들 때지만 우리는 그래도 잘하고 있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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