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76)-분열망국(分裂亡國)
상태바
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76)-분열망국(分裂亡國)
  • 이성진
  • 승인 2020.08.21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고려 태조 왕건이 삼국을 통일한 이래 통일국가를 형성해 오던 한반도는 일제 치하 이후 북쪽과 남쪽으로 나뉘어졌다. 이후 남쪽은 난데없는 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다시 영남과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으로 두 조각으로 쪼개졌다. 마치 삼국시대로 되돌아간 형국이 된 것이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며 지역주의가 쇠퇴하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종북과 친일이라는 프레임으로 또 다시 나라가 두 동강 났다. 종북이 뭔지 친일이 뭔지 모르는 국민들도 얼떨결에 종북파가 되고 친일파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형식상 하나의 나라인 한반도 남쪽은 사실상 두 개의 나라가 되어 버렸다.

고려 건국 이후 하나의 나라이던 한반도가 두 동강난 것도 안타까운 일인데 그나마 남쪽이 이렇게 다시 지역으로 쪼개지고 이념으로 쪼개진 이유는 무엇인가. 한반도인의 DNA에는 분열의 피가 흐르기라도 하는 것인가.

한반도 거주자가 특별히 더 분열지향적인지는 확실치 않다. 아니, 오히려 다른 나라 국민들 못지않게 관용과 화합의 정신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점도 있다. 왜냐하면 종교적 측면에서 보면 한반도인의 관용 정신은 상당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한반도에서는 종교의 유무로, 종교의 종류로 이익이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었다. 또, 한반도 거주자들은 서로 돕는 상부상조의 정신이나 환난상휼의 정신이 매우 강했다.

그런데 왜 한반도의 남쪽 나라, 대한민국은 친일이니 종북이니 하면서 이념적 논쟁을 계속하는 것일까. 그것은 정치권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을 이리 저리 갈라치기 때문이다. 정치를 하는 자들이 집권의 수단으로 국민 분열을 획책하고 조장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남쪽에서 정치인에 의한 국민 분열 책동이 시작된 것은 1960년대부터이다. 1967년 제6대 대통령 선거에서 지역주의 맹아가 싹트더니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영·호남 대립 구도가 노골화되었다. 특히 박정희가 김대중과 대통령 자리를 두고 경쟁하면서 호남비하 지역주의와 빨갱이 프레임이라는 이념몰이가 생겨난 것이다. 이후 지속된 지역 대립의 첨예화와 지역 할거주의에 기초한 정치체제의 구축이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 갈등, 지역주의의 근본 원인을 제공했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정치인들에 의해 시작된 한반도의 분열이 좀처럼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보수 쪽에서는 상대방을 종북 공산주의로 몰고, 진보 쪽에서는 상대방을 친일파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는 빈도가 잦아지고 그 강도가 세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권 들어서는 광복회장 김원웅의 2020년 8. 15 경축사에서 보듯 진보를 자칭하는 쪽이 친일파 운운하며 나라를 친일과 반일로 나누고 있다. 이것은 과거 보수정권이 김대중 등 진보인사를 빨갱이라고 낙인찍어 정치적 재미를 봤던 것의 반대 선상에 있다. 친일파 운운하는 자들은 이념논쟁으로 재미를 보자 심지어 ‘토착왜구’라는 개념까지 만들어냈다. ‘친일파’ 프레임만으로 모자랐는지 왜구라는 프레임까지 씌워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분열책으로 정치권은 재미를 보는지 몰라도 국민들은 분열되고 나라는 망가진다. 정치권의 분열책은 국민 간 불신을 키워 나라를 증오의 용광로로 만들어 버린다. 총만 들지 않았을 뿐 서로에 대한 적개심은 금방이라도 상대방을 없애 버릴 태세다. 이런 증오와 적개심이 지속된다면 필경 한반도의 남쪽 나라는 국민이 잘 살고 행복한 나라는커녕 내전상태가 계속되는 혼란한 나라로, 불행한 국민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크고 작은 정치 보복 또한 계속될 것이다. 대통령의 흑역사가 이미 우리 국민의 관전 포인트가 된 지 오래지만 앞으로도 이런 불행한 관행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을 증오하고 원망하는 상황이 지속되며 대통령이 퇴임 후에 보복을 당하는 일도 5년 주기로 반복될 것이다.

나라가 분열되고 국민이 분열되는 이런 상황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을 분열시키는 행태를 멈추는 것이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이간질하는 정치인들이야 말로 빨리 제거되어야 할 이 나라의 악성 종양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