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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취사선택(取捨選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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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취사선택(取捨選擇)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0.08.14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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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기자는 최근에서야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 프리미엄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는 가족의 아이디 공유를 통해 비록 TV는 없지만 스마트폰이며 노트북으로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다양한 영화나 드라마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그 동안 TV가 없어 볼 수 없었던 옛 드라마들을 짬짬이 즐기고 있는데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에 대해 잠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라는 다소 난해한 제목의 이 드라마는 동명의 중국 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것을 한국의 상황에 맞게 각색한 작품이라고 한다.

원작은 현대를 살고 있는 여주인공이 우연히 청나라로 타임슬립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 강희제의 수많은 아들들과 그들의 세력이 벌이는 왕위 다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간의 욕망, 모략, 사랑 등이 이야기의 주요 골자라고 할 수 있다.

꽤나 화제가 된 작품이라 당시에도 관련된 글을 읽어보거나 사진 같은 것을 좀 보긴 했는데 어린 시절 황비홍에 심취했을 때도 도무지 적응하지 못했던 변발 스타일로 인해 굳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판에서는 왕자들의 미모가 대폭 업그레이드가 됐다. 슬슬 호기심이 동한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변했을까. 여주인공이 우연한 사고로 과거로 타임슬립을 하는 내용까지는 동일한데 그녀가 도착한 곳은 청나라가 아니라 태조 왕건 치하의 고려다.

국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대충은 다 알겠지만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은 분열된 세력들, 언제든지 왕권을 흔들 수 있는 토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무려 29명의 아내와의 사이에서 25명의 아들과 9명의 딸을 낳았다고 한다.

혼인을 통한 관계의 결속이 당장은 좋았을지 모르겠지만 각 세력을 등에 업은 25명의 아들은 단 한 자리인 왕위를 두고 피 튀기는 사투를 벌이게 된다. 그런 면에서 왕건의 선택은 그야말로 조삼모사의 전형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한참 전에 종영한 드라마를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하고 싶은 얘기는 역사도, 조삼모사의 어리석음에 대한 것도 아니라 작품 자체에 대한 아쉬움이다. 소설이든 웹툰이든 원작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종종 들었던 느낌을 이번에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를 보면서도 받았다. 원작의 내용을 꾸역꾸역 쏟아내기 위해 정작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챙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랄까.

변발이 아닌 꽃미모를 자랑하는 왕자들, 크게 성공한 원작에 대한 기대 등을 품고 이야기의 절반 가까이를 봤는데 영 몰입이 되지 않았다. 아직 후반부가 남아 있으니 생각이 바뀌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수많은 사건 사고가 계속 터지고,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상처나 상황 등도 안타깝고 눈물샘을 자극할만한 부분이 꽤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저 덤덤했다.

기자는 ‘취사선택(取捨選擇)의 실패’가 그 원인이라고 본다. 원작에서 필요한 부분은 살리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과감히 쳐내 또 다른 작품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시청자로 하여금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줄거리 요약본을 읽는 느낌을 받게 했다는 생각이다.

취사선택은 창작에만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선택을 한다. 그 중에서도 수험 공부에서는 취사선택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합격’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취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버리는 과감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취한 것들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재구축도 필수다. 모쪼록 독자들의 수험 생활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완성된 하나의 작품으로 마무리될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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