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75)-대통령의 퇴임 후 보장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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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75)-대통령의 퇴임 후 보장책
  • 강신업
  • 승인 2020.08.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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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위민(爲民)이라는 점에서 우리 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삼봉(三峰) 정도전이다. 그는 정치의 본령을 정확히 파악하고 어지러운 현실개혁을 통해 민본정치(民本政治)의 이상을 실현하려 한 선각자다. 그의 정치적 이상은 왕(王)이 아닌 민(民)이 중심이 되는 세상, 중국의 요순시대와 같은 태평성대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왕이 백성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의 어버이 역할을 하는 정치체제를 계획했다.

정도전이 제시했던 민본사상은 허울 좋은 이름뿐이 아니었다. 그것은 실제 백성의 삶을 목격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진정성이 담보된 것이었다. 정도전은 젊은 시절 유배 생활을 하던 중 백성들의 삶을 직접 목격하고 위민의식(爲民意識)을 키웠다. 정도전이 어느 날 들녘에서 만난 농부는 관리들이 ‘국가의 안위와 민생의 안락과 근심, 시정의 득실, 풍속의 좋고 나쁨’에 뜻을 두지 않으면서 헛되이 녹봉만 축내고 있다며 질책했다. 정도전은 촌로의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음을 얻어 ‘백성을 위한 정치’라는 뜻을 세웠다. 그 후 정도전은 북방을 지키던 이성계를 찾았고 그를 앞세워 새 나라를 열었다. 비록 정도전의 정치이상은 이방원에 의해 좌절되었지만 그의 위민정신은 세종 이래 조선의 통치이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국민이 주권을 갖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떤가. 오늘의 정치가 과연 민(民)을 위한 것인가. 문재인 정권은 입만 열만 촛불혁명 운운하지만 실상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의 정치는 잘해야 일파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검찰개혁만 하더라도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검찰 권력을 빼앗아 경찰에게 주면, 과연 그렇게 하면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이 더 잘 보호되기 때문인가. 도대체 광풍처럼 몰아친 검찰개혁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어느 나라든 검찰은 정치권력, 경제권력 등 거악척결이라는 사명을 담당한다. 때문에 검찰은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과 항상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은 이를 검찰 권력이 비대한 때문이라 호도하고 검찰 권력의 힘을 빼려고만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이 검찰의 힘을 빼려 하는 진짜 이유는 정권을 내놓은 후가 두렵기 때문이다. 추미애가 연이어 친정부인사들을 검찰요직에 앉힌 것은 혹 있을지 모르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검찰의 권력수사를 막아 보려는 몸부림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문재인 정권이 이렇게 ‘검찰 죽이기’에 사활을 건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다. 그가 비참한 죽음을 맞은 것이 검찰의 수사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받으면서 몰락한 것도 경계심을 키웠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퇴임하고 나서 수사를 받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아니 지금 드러난 것만 봐도 문재인 대통령은 김경수의 공범으로 재판 받을 가능성이 있고, 울산시장 부정선거 등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문재인 정권은 검찰 권력의 힘을 빼놓는 것이 퇴임 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과연 ‘검찰 죽이기’를 통해 퇴임 후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권력자가 퇴임 후를 보장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정(善政)뿐이다. 악정을 행하고 퇴임 후가 안정하기를 바란다면 그건 연목구어(緣木求魚)다. 검찰을 아예 없앤다 한들 그런 식으로 퇴임 후를 보장받지는 못한다. 예나 지금이나 모름지기 권력자들에 대한 최후 심판자는 민(民)이다. 민이 권력자를 버리는 순간 권력자는 바람 앞에 등불이다. 발버둥 치며 살아나려 해도 살아날 방법이 없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진정 퇴임 후를 보장받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오로지 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수밖에 없다. 민의 평가와 심판은 무섭고도 무서운 것이다. 좋든 싫든 권력자는 그가 행한 정치로 평가받는다. 물러나고 나면 이미 늦다. 현직에 있을 때 공명정대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이 바라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촌음을 아끼며 불철주야 노력하는 것, 그것만이 권력자가 퇴임 후를 보장받는 방법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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