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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가인권위원회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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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가인권위원회가 돌아왔다!
  • 최용성
  • 승인 2020.08.0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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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성 변호사·법무법인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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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말하지 않을 권리, 즉 침묵할 권리는 보편적 인권의 하나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형사사건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묵비권 즉 진술거부권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증거법의 자백배제법칙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를 확립한 것이 미국연방대법원의 미란다 대 아리조나주 사건 판결이다. 여기서 피고인의 이름을 딴 미란다 법칙 또는 미란다 경고가 나왔다. 당신은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진술이 당신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당신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변호인을 선임할 여유가 없으면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줄 수 있다는 네 가지 내용을 모두 피의자 신문 전에 미리 고지(경고)하여야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으로부터 얻은 피의자의 자백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미란다 법칙의 요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피의자신문에 앞서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한지는 오래되었다. 문제는 변호인 참여 없이 피의자신문이 이루어지더라도 형식적인 위 고지를 한 사실만으로 재판에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데에 별 무리가 없었다는 점이다. 수사단계에서 국선변호인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변호인 없이 수사받는 피의자가 많은 현실을 반영하였기 때문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미란다 법칙을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선임권 고지에 관한 형식적 규범으로 오인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란다 법칙의 진수는 피의자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의자신문은 임의수사이다. 피의자는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에 응할 의무가 없으므로 피의자신문 자체를 모두 거부할 수도 있다. 물론 피의자 대부분은 전면적 진술거부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보여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피의자신문에 응하게 마련이다. 이때 피의자신문에 응한다고 하더라도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진술하지 않겠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진술거부권의 요체이다. 따라서 변호인을 선임할 터이니 신문을 중지해달라는 요청이 있으면 당연히 피의자신문 절차가 중단되어야 한다. 이때 수사기관이 피의자신문을 계속하는 것은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실질적 조력을 받을 권리를 동시에 침해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당연한 법리가 수사실무에서는 대체로 무시 또는 외면되어 왔다. 이유는 무엇일까? 해석론을 넘어, 공무원들이 좋아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때에는 수사기관의 관점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2004년 이후부터야 인정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권을 수사방해 정도로 보는 시각을 가진 마당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을까. 법원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도 있겠으나, 수많은 형사사건에서 선도적인 판례가 탄생하는 과정은 험난하고 긴 여정이니 신속성 면에서 안타까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바른 구실을 하여야 하는 국가기관이 정부 안의 소금 같은 존재라고 할 국가인권위원회이다.

보이스피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피의자 A가 변호사 선임 후 진술하겠다고 했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조사를 강행했고, 자신의 소지품을 동의도 구하지 않고 열람·복사하였다며 경찰관 B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피의자가 변호사 선임 의사를 밝히면 수사기관은 그 의사를 존중해 수사를 중단하고, 변호인 선임을 위한 상당 시간을 제공하는 등 관련 조치를 해야 하여 이 같은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조사를 강행한 것은 헌법상 변호인 조력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피의자가 변호인 선임 의사를 밝히면 조사를 즉시 중단하고 관련 편의를 제공하도록 ‘범죄수사규칙’에 관련 규정을 신설하라고 권고했다. 동시에 증거가 임의제출되었다는 점은 수사기관이 입증하여야 하며 임의제출에 대한 피조사자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도록 ‘범죄수사규칙’에 관련 규정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김대중 정부 시대인 2001년 11월에 출범하여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에 사회의 온갖 통념을 깰 정도로 진취적인 결정과 의견을 제시해 우리 사회 인권을 비약적으로 신장시켜 존재감이 컸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오랜 망각의 늪에서 이제야 다시 돌아왔다. 이 결정은 어수선한 현 상황에 묻혀 큰 조명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한국 인권사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킨 새로운 출발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중요한 일은 조용히 일어나기도 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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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석 공저 『형사소송법 제4판』(21세기사)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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